오직 현재
여행은 그런 우리를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 놓는다.
- 오직 현재-
<여행의 이유> / 김영하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안팎으로 한창 바쁜 시기의 여행이었기에 여행 날이 다가오는 게 마냥 달갑지만은 않았다. 회사원, 초등 아이 엄마, 출간 작가. 벌려놓은 일들, 벌려놓아야 할 일들, 매일 챙겨야 할 일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허덕이던 중이었다. 걱정거리 하나도 안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날짜는 다가오고, 나는 또 착실히 짐을 꾸려 아이와 비행기에 올랐다. 남편은 제주도에서 출장 일정을 마치고 있던 참이어서 이번 제주행은 처음으로 집에서 공항까지 아이와 나 단 둘이 떠나는 여정이었다. 그래서 더 부담을 가진 부분도 있었나 보다. 해외 한 달 살기를 다녀왔어도 아이와 여행짐을 꾸려 공항을 가는 건 마냥 수월하지만은 않은 일.
다행히 모든 여정의 시간표 안에서 차질 없이 착착 움직였고, 제주도에 닿자마자 남편과 만나 세 식구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아, 초대하지 않은 손님 하나 더. 여행 내내 비가 함께 했다. 사실 이 부분도 걱정하던 부분 중 하나긴 했다. 하지만 마치 반려비처럼 이번 여행의 비는 적당히 촉촉하고 적당히 시원하게 순한 동반자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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