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무게

by문학소녀

독립해 사는 큰아들에게서

구월이를 잠시 봐 달라는

연락이 왔다.


군대를 제대하고 인천에 취직한

아들은,

첫 월급을 받자마자 고양이를

가족으로 들였다.

타지 생활이 외로웠던 모양이다.


9월에 태어난 아이라 이름을

'구월'이라고 지었다고 했다.

구월이는 그렇게 2년을 아들과

함께 지낸 고양이이다.


처음 아들이 구월이를 분양받겠

다고 했을 때, 나는 아들에게


"동물 키우는 게 돈도 많이 들고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데..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밥만 준다고 다가 아니야

키우다 아프기라도 하면 동물은

보험도 안되고

사람 병원비보다 더 비싸다.

신중히 생각해"

라고 했었다.


그래도 아이가 고양이를 분양받았고

나름 2년 동안 제법 잘 키워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구월이가 자주

토를 해서 병원에 갔더니 <천식>

이라고 했단다.


냄새에 민감한 고양이들은 특히

스핑크스처럼 피부가 예민한 아인

담배나 향수처럼 자극적인 냄새가

해로울 수 있다고 하셔서.. 아들이

덜컥 겁이 난 모양이다.


비염이 있어 털 없는 스핑을

분양받은 것이었는데 결국은

이리되어 아들도 많이 속상해했다.


아들은 내게 SOS를 쳤다.


아마 아들이 마음 놓고 자기 고양이를

맡길 수 있는 사람이 나였으리라


구월이를 데려와 병원에 다니다

보니, 나 역시 현실적인 생각이

따라왔다.

일주일에 한 번 병원에 가는데

약값 35000원+ 기본진료비

합해 갈 때마다 65000원 정도

그것도 한 달이면 거의 25만 원

이다.

거기에 가끔씩 맞는 예방접종에

사료값, 모래값, 간식등을 합하면

적지 않는 돈이 지출된다.

그러니

20대 중반 아들이 감당하기엔

결코 작은 일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방세도 부모 도움 안 받고 본인이

다 감당하는 녀석인데.. 방세에

구월이한테 드는 지출에 본인한테

드는 지출까지 합하면 저축은커녕

그날 벌어 그날 쓰는 하루살이

인생이 될지도...


가족이란 건

건강할 때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늙어도 병들어도 돈이

많이 들어도 내 삶이 그로 인해

좀 불편해진다 해도 그 곁을

지켜 나가는 것이 진짜 가족이다.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아이를 낳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단 내 삶에 들어온 이상

작은 생명은 그 순간부터 내선택에

기대어 살아간다.

말을 하지 못하는 동물은 더 그렇다.


본인이 아프다고 스스로 병원도

못 간다. 환경이 힘들다고 그곳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 그저 사람이

만들어 준 세상이 그 아이에겐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물이나 아이나 생명을

사랑함에는 '바카라임' 아라는 단어가

따라올 수밖에 없다.


구월이가 본가에 와서 편안하게

잠든 모습을 보니.. 먼저 한 번

떠나보낸 나의 첫 반려묘 '레오'

생각에 갑자기 울컥했다.


아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아들, 엄마가 구월이 돌봐줄 테니

매달 돌봄비 보내"


반은 농담이었지만 나머지 반은

진심이었다. 내가 구월일 데리고

있다고 해서 아들의 바카라임감까지

내가 가져오고 싶지는 않았다.


난 그저 바쁜 아들을 대신해 구월이의

밥을 챙기고 병원에 데리고 다니는

일을 거들뿐... 주양육자는 아들이

몫이기에..


"네가 줄 수 있는 만큼의 구월이

돌봄비를 보내면 엄마가 봐

줄게"


얼마뒤 아들이 30만 원을 이체

했다. 그 돈을 보며 그래도 안심이

되었던 것 같다.

엄마의 말을 야속해하지 않고

본인의 바카라임을 감당하고자 한

아들의 모습이 기특했다.


어쩌면 바카라임이란

내가 선택한 생명을 끝까지

외면하지 않는 마음일 것이다.

그렇게 나는 또 반집사가 되었다.


나는 조용히 아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던 것 같다.


한생명을 데려오는 것은

너의 선택이었지만

그 생명을 끝까지 바카라임지는 건

구월이에게 네가 한 약속이었다고



사랑은 품에 안는 순간 시작되지만

바카라임은 그 품에서 내려놓지 않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거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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