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T-6 아스트라, AI 전쟁의 시작

‘나는 로봇이 아닙니다’가 무너진 날

byItz토퍼

GPT-6 Astra: A new generation of intelligence | OpenAI

by ChatGPT

AI 전쟁은 어쩌면 미사일보다 먼저, ‘나는 로봇이 아닙니다’라는 작은 체크박스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인터넷을 사용할 때 무심코 이 문장을 만난다.


“나는 로봇이 아닙니다.”


네모난 상자를 클릭한다.

사진 속 신호등을 찾는다.

횡단보도를 고른다.

자동차를 찾아낸다.

그러면 문이 열린다.


너무나 사소해서 보안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이 작은 의식에는 사실 인터넷 문명의 오래된 믿음이 담겨 있었다. 기계는 인간처럼 행동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문을 열어주고, 기계에게는 닫아두었다.


그 문을 열기 위한 시험이 CAPTCHA였다.

그런데 지금 그 문 앞에 선 존재가 달라지고 있다.


최근 OpenAI 엔지니어가 공개한 영상에서 GPT-6 Astra는 ‘I’m Not a Robot’이라는 브라우저 게임의 48개 레벨을 모두 통과했다. 이 게임은 실제 상용 CAPTCHA 시스템을 뚫는 보안 공격이 아니라, 인간과 로봇을 구분한다는 CAPTCHA의 개념을 패러디한 게임이다.


« Je ne suis pas un robot » : GPT-6 Astra a validé les 48 niveaux d'un jeu de captchas conçus pour s'arracher les cheveux - Numerama


하지만 이 사건이 던지는 질문은 가볍지 않다.


왜냐하면 AI가 이제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것을 넘어 화면을 보고, 지시를 이해하고, 판단하고, 컴퓨터를 조작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OpenAI 역시 Astra를 소개하면서 컴퓨터 사용과 엔드투엔드 작업 수행 능력을 핵심 역량으로 내세우고 있다.


48개의 게임을 통과했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우리가 인간과 기계를 구별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행동의 경계가, AI 앞에서 빠르게 흐려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순간부터 전쟁의 성격도 바뀐다.



인간과 기계를 가르던 마지막 문


CAPTCHA는 인간과 기계 사이에 세워진 작은 국경과 같았다.


"너는 기계, 나는 인간이다."

인간에게는 쉽지만 기계에게는 어려운 일을 찾아내면 된다고 생각했다.


사진을 보고 사물을 구별하는 것.

왜곡된 문자를 읽는 것.

화면의 지시를 이해하는 것.

필요한 곳을 찾아 클릭하는 것.


한때 이것들은 인간의 직관과 감각에 가까운 능력이었다. 그러나 AI가 발전하면서 우리는 뒤늦게 깨닫고 있다. 우리가 측정했던 것은 ‘인간다움’이 아니라 그 시대의 기계가 하지 못하던 일이었다는 사실을.


이 둘은 전혀 다른 것이다.


AI가 신호등을 찾지 못하던 시대에는 신호등을 찾는 것이 인간의 증거였다.

AI가 찾을 수 있게 된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인간의 증거가 아니다.

AI가 화면을 이해하지 못하던 시대에는 화면을 이해하는 것이 인간의 증거였다.

AI가 화면을 이해하기 시작한 순간, 그 기준 역시 무너진다.


결국 CAPTCHA가 묻던 질문, “당신은 인간인가?”는 점점 답을 잃는다. 그런데 무너지는 것은 CAPTCHA라는 기술 하나가 아니다. 인간과 기계를 구분하던 우리의 오래된 상식 하나가 무너지는 것이다.



AI는 이제 화면 밖으로 걸어 나온다


더 중요한 변화는 따로 있다.

지금까지 AI는 주로 말을 했다.


우리가 질문하면 답했다.

명령하면 글을 썼다.

자료를 주면 분석했다.

그러나 에이전트 AI의 시대에는 관계가 달라진다.


AI가 화면을 본다.

상황을 파악한다.

목표를 이해한다.

웹사이트를 연다.

버튼을 누른다.

정보를 찾는다.

실패하면 다시 시도한다.

그리고 다음 행동을 스스로 결정한다.

AI가 ‘무엇을 말할 것인가’를 넘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차이는 혁명적이다.

다시 말해서, 챗봇은 인간의 질문에 답한다. 에이전트는 인간의 목표를 받아들여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움직인다. 쇼핑을 하고, 예약을 하고, 문서를 찾고, 업무 시스템에 들어가고, 여러 서비스를 오가며 일을 처리한다.


AI가 인터넷을 읽는 단계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그 순간 인터넷은 더 이상 인간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이제 인간과 AI가 함께 활동하는 공간이 된다. 그리고 바로 그곳에서 새로운 전쟁이 시작된다.



AI 대 AI: 공격하는 기계와 방어하는 기계


지금까지 인터넷의 전쟁은 인간과 봇의 싸움이었다.


악성 봇이 계정을 만든다.

보안 시스템이 CAPTCHA를 내놓는다.

봇이 공격한다.

서버가 차단한다.

비교적 단순한 게임이었다.

그러나 공격자가 AI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AI는 자신의 실패를 관찰할 수 있다. 어떤 행동이 차단됐는지 분석할 수 있다.


다른 행동을 시도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판단할 수 있다.

그러면 방어하는 쪽도 AI를 사용한다.

접속 패턴을 분석한다.

행동의 이상 징후를 찾는다.

수많은 세션을 비교한다.

의심스러운 계정을 찾아낸다.

공격자의 다음 행동을 예측한다.

그러면 공격하는 AI는 다시 방어 AI를 피하도록 움직인다.


방어 AI는 다시 새로운 패턴을 찾아낸다.

공격.

탐지.

회피.

차단.

재학습.

그리고 다시 공격.


물론 이것은 아직 완성된 형태의 ‘AI 전쟁’이라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방향은 분명하다. 인간이 기계를 막는 시대에서, 기계가 기계를 막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전쟁의 상대가 인간이 아닐 수도 있는 시대.

전쟁의 속도를 인간이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는 시대.

그리고 인간이 전쟁의 모든 과정을 직접 보지 못할 수도 있는 시대.


AI 전쟁의 가장 무서운 점은 AI가 인간보다 강하다는 데 있지 않다. AI끼리 싸우는 동안 인간이 그 전쟁의 속도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냥 뭘 하는지, 어떤 결과가 일어나는지를 바라보고 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결국 실제 전장은 인터넷이 아니라 '신뢰'다


그러나 AI 전쟁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존재는 어쩌면 AI가 아니라 인간일지도 모른다.

모든 보안의 마지막에는 결국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온라인에서 누군가를 믿는다.

이 사람이 실제 사람이라고 믿는다.

이 사진이 진짜라고 믿는다.

이 영상이 실제로 촬영됐다고 믿는다.

이 목소리가 그 사람의 목소리라고 믿는다.

이 글을 그 사람이 직접 썼다고 믿는다.


그런데 AI가 인간의 얼굴과 목소리와 문장을 만들어내고, 이제 인간의 컴퓨터 사용 행동까지 모방하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


문제는 가짜가 진짜처럼 보이는 데 있지 않다.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데 드는 비용이 너무 커진다는 데 있다. 과거에는 가짜를 만드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진짜가 기본값이었다.


앞으로는 가짜를 만드는 비용이 계속 떨어질 것이다. 그러면 진짜를 증명하는 비용이 올라간다. 정보가 희소한 시대가 아니라 신뢰가 희소한 시대가 오는 것이다.


인터넷에 정보는 넘쳐날 것이다. 하지만 그 정보 가운데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결국 미래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데이터가 아니라 검증된 신뢰가 될지도 모른다.



‘나는 인간입니다’로는 부족한 시대


그래서 미래의 보안은 조금씩 다른 질문을 하게 될 것이다.


“당신은 인간입니까?”

이 질문만으로는 부족하다.


대신 묻게 된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이 행동을 정말 당신이 승인했습니까?”

“이 콘텐츠는 누가 만들었습니까?”

“이 거래에 누가 바카라임집니까?”

“이 시스템은 왜 당신을 신뢰해야 합니까?”


인간임을 증명하는 것에서 신원을 증명하는 것으로. 신원을 증명하는 것에서 행동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것으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신뢰의 근거를 증명하는 것으로.


인터넷의 인증 방식 자체가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



AI가 인간을 닮을수록 인간은 자신에게 질문하게 된다


여기에서 가장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진다. AI가 인간을 닮아갈수록 인간은 오히려 인간이 무엇인지 더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한때 인간의 특별함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하나씩 무너지고 있다.


계산.

언어.

이미지 인식.

패턴 분석.

논리적 추론.

창작.

그리고 이제 컴퓨터를 사용하는 능력까지.

그렇다면 인간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어쩌면 인간다움은 특정한 능력의 목록이 아닐 것이다.


실수하는 것.

망설이는 것.

상처받는 것.

누군가를 사랑하고, 잃어버린 사람을 기억하는 것.

자신의 선택에 바카라임지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왜?”라고 묻는 것.


AI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점점 더 잘 대답할수록 인간에게 남는 질문은 ‘왜 해야 하는가’가 될지도 모른다.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우리는 AI에게 무엇을 하게 할 것인가. 그것이 인간에게 남겨진 가장 중요한 질문일 수 있다.



어쩌면 AI 전쟁의 승자는 가장 똑똑한 AI가 아닐 것이다


48단계의 작은 게임을 통과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인류의 종말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실제 상용 CAPTCHA를 무력화했다는 뜻도 아니다.


그러나 상징으로서의 의미는 작지 않다. 우리는 오랫동안 인간과 기계를 구분하기 위해 인간의 행동을 기준으로 삼았다. 그런데 이제 기계가 그 행동을 따라오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다음 전쟁의 무대는 어디인가.


더 어려운 퍼즐일까.

더 복잡한 CAPTCHA일까.

아마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AI를 막는 AI가 등장할 것이다.

AI의 행동을 감시하는 AI가 등장할 것이다.

AI가 만든 콘텐츠를 판별하는 AI가 등장할 것이다.

AI가 접근할 권한을 결정하는 AI가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서는 그것을 우회하는 또 다른 AI가 등장할 것이다.


공격하는 AI와 방어하는 AI.

만드는 AI와 판별하는 AI.

속이는 AI와 검증하는 AI.

서로가 서로를 학습하면서 진화하는 새로운 생태계.


이것이 우리가 마주하게 될 AI 전쟁의 한 모습일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그 전쟁의 한가운데 남는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잘못된 질문을 해왔는지도 모른다.


“AI가 인간을 이길까?”


바둑에서 이길까.

체스에서 이길까.

시험에서 이길까.

코딩을 더 잘할까.

그림을 더 잘 그릴까.

글을 더 잘 쓸까.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AI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신뢰를 대신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인간은 AI가 만들어낸 세계에서 무엇을 믿을 것인가. CAPTCHA의 시대에는 인간과 기계 사이에 선을 그으면 됐다. 하지만 그 선이 사라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AI와 함께 인터넷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그곳에서 인간은 더 이상 ‘인간이기 때문에’ 자동으로 신뢰받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증명해야 하고,

자신의 행동에 바카라임져야 하고,

자신이 만든 것의 출처를 설명해야 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AI가 인간의 행동을 모방할수록 인간은 오히려 더 인간다워져야 한다. 기계가 완벽하게 모방할 수 있는 능력보다, 기계가 쉽게 대신할 수 없는 바카라임, 관계, 기억, 의미, 양심이 중요해질 것이다.



‘나는 로봇이 아닙니다’ 다음의 세계


우리는 지금까지 인터넷에서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로봇이 아닙니다.”


하지만 AI가 그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 그 문장은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앞으로의 질문은 달라질 것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은 무엇을 하려는가.

그리고 우리는 왜 당신을 믿어야 하는가.

어쩌면 이것이 AI 시대의 새로운 CAPTCHA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네모난 체크박스 하나로는 답할 수 없다.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은 새로운 퍼즐이 아니라 새로운 신뢰의 질서이기 때문이다.


AI 전쟁은 인간과 AI의 단순한 대결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AI가 AI를 감시하고, AI가 AI를 속이고, AI가 AI를 방어하는 거대한 경쟁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전쟁의 마지막 전선에는 인간이 서게 된다.


총을 들고 서 있는 인간이 아니라, 무엇을 믿을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인간.

어쩌면 이것이 AI 시대에 인간에게 남겨진 가장 중요한 능력일지도 모른다.


무엇이 진짜인지 판단하는 것.

무엇을 믿을지 선택하는 것.

그리고 자신이 내린 선택에 바카라임지는 것.


‘나는 로봇이 아닙니다’라는 문장이 더 이상 인간을 증명하지 못하는 날, 우리는 비로소 깨닫게 될 것이다. 인간을 증명하는 것은 인간처럼 행동하는 능력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 의미와 바카라임을 부여하는 능력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리고 그때, AI 전쟁의 전선은 기계가 아니라 인간의 신뢰와 인간다움 그 자체가 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창작자의 자리, 스스로 넓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