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기울결과 자존감
예민한 사람에게 세상은 때로 너무 거칠게 다가옵니다.우리는 예민한 자신을 탓합니다.
“내가 너무 까다로운가?”
“별일 아닌데 왜 이렇게 불편할까?”
그러다 보면 나만 유난스러운 것 같아 숨고 싶어 지죠.
그런데, 이 예민함이 애초에 나의 잘못이 아니라면 어떨까요?
저는 어릴 적 손에 무언가 묻는 걸 참 싫어했습니다. 유난히 깔끔을 떨고, 어수선한 환경을 견디기 어려웠죠.
조금 커서는 이런 제 모습이 남들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의보감》을 공부하다 저의 이런 예민함을 완벽하게 설명해 주는 구절을 발견했습니다.
“간병(肝病)의 외증(外證, 겉으로 드러나는 나타나는 증후)은 깨끗이 하는 것을 좋아하며, 얼굴이 푸르며, 자주 성을 내는 것이다.”
저처럼 깔끔함을 추구하고, 작은 자극에도 쉽게 예민해지며, 짜증이 잦아진다면, 그건 성격 문제가 아니라 간이 보내는 무언의 신호일 수 있다는 겁니다.
간과 예민함의 관계
한의학에서 간은 기혈의 흐름을 조절하는 장부입니다. 지난 화에서 다룬 ‘기울’의 원인이 되는 핵심 장기이기도 하죠.
간은 우리 몸의 ‘흐름 관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피와 에너지, 심지어 감정의 흐름까지 관리하는 중요한 장기이기 때문에, 이 흐름이 막히면 곧바로 몸과 마음의 긴장도가 올라갑니다. 이를 ‘간기울결(肝氣鬱結)’이라 부르는데, 심리학에서 말하는 과각성(Hyperarousal) 상태와도 상당히 닮아 있습니다.
과각성이란, 실제 위험이 없어도 뇌와 몸이 계속해서 ‘위기 신호’를 보내는 상태입니다. 교감신경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감각은 날카로워지고, 몸은 뻣뻣하게 굳으며, 집중과 수면의 질까지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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