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전은 딱 두 가지만, 탕은 배달 음식으로 준비

전은 만들기 쉬운 미나리전과 호박전, 탕은 대구탕으로 며느리가 주문

by유미래

아파트 상가에 반찬가게가 있었다. 주변에 다른 반찬가게가 있었으나 나는 늘 이곳만 이용했다. 주변에 있는 반찬 가게는 체인점이었고, 이곳은 사장님이 직접 만든 반찬을 팔았다. 주로 판매는 아들이 담당했고 인심 좋게 생긴 엄마 사장님은 주로 반찬을 만들었다.

지난 설날에 반찬 가게에서 주문했던 전

반찬가게에서 가끔 오이소박이나 밑반찬을 샀는데 우리 입맛에 맞았다. 평소에는 가끔 반찬을 샀지만, 추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에는 전을 예약하였다. 우리 가족은 전을 좋아한다. 명절에는 왠지 전을 꼭 먹어야 할 것 같아서 동그랑땡과 깻잎전, 고추전 등을 주문했다. 반찬가게에서 사 온 전은 집에서 만든 것처럼 크기도 적당하고 짜지 않아 우리 가족 입맛에도 맞았다.


늘 이용하던 반찬가게가 올봄에 문을 닫았다. 문 닫는다는 소식에 섭섭하여 문 닫는 이유를 여쭈어보았다. 경제 불황으로 만든 반찬이 잘 팔리지 않는다고 했다. 꽤 오래 이용했던 반찬가게였는데 마음이 안 좋았다.


곧 추석이다. 추석에는 2박 3일로 손주들이 좋아하는 키즈 풀빌라로 여행을 가곤 했었다. 이번 추석에는 네팔 홍수로 마음이 안 좋다.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여행을 자제하고 집에서 조용히 보내자고 했다. 아들과 며느리도 그러자고 했다.


추석 음식으로 전은 딱 두 가지만


이번 추석 음식 메뉴

우리 집은 추석에 따로 차례상을 차리지 않는다. 가족이 모여 추도예배를 드리기에 음식도 간단하게 가족이 좋아하는 걸로 몇 가지만 만든다. 음식은 며느리들이 오기 전에 내가 메뉴를 짜서 만들어둔다. 며느리 둘 다 온라인 게임에 다니고 육아로 힘든데 명절만이라도 편하게 시댁에 와서 식사하길 바란다.


명절 음식은 건강할 때까지는 내가 준비하려고 한다. 친정이 시골인 큰며느리는 먼저 친정에 내려갔다가 오라고 해서 큰아들네는 주로 추석날 저녁이나 추석 다음 날 온다. 가까이 사는 작은 아들네도 큰 아들네 오는 시간에 맞추어 오라고 한다.


추석에 시간이 가장 많이 걸리는 음식이 전이다. 전만 만들면 나물 무치고 몇 가지 반찬하고 토란국을 끓이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 예전에는 서너 시간씩 걸려 전을 만들었다. 나는 전을 잘 만들었다. 요리 잘하시던 친정엄마도 늘 내가 만든 전을 칭찬해 주셨다. 돼지고기 다짐육을 사 와서 양파와 당근, 쪽파를 다지고 두부를 꼭 짜서 섞은 후에 소금과 후추, 참기름을 넣고 팍팍 주물러서 반죽을 만든다.


만든 소로 고추전, 깻잎전을 만들고 남은 걸로 동그랑땡을 만들었다. 전을 빚는 것도 힘들지만 혼자서 부치는 것도 힘들었다. 거기다가 호박전, 동태전까지 만들고 나면 몇 시간을 서서 일하다 보니 허리도 아프고 기름 냄새에 머리까지 아프다. 주부들이 명절이 싫은 이유다.


며느리를 본 이후 과감하게 집에서 전 부치는 것을 끝냈다. 명절 때마다 반찬가게에 전을 주문해서 먹었다. 올 추석은 집 앞 반찬가게가 문을 닫아서 고민하다가 내가 전을 부쳐보기로 했다. 여러 가지 전이 있지만 나는 두 가지 전만 부치려고 한다. 비교적 손이 많이 가지 않는 미나리전과 호박전이다. 갈비찜이 있어서 채소전이 먹기에 좋을 것 같았다.


가끔 만들어 먹는 미니리전

미나리전은 평소에도 가끔 만들어 먹는 음식이다. 미나리 한 단만 사면 된다. 미나리를 깨끗하게 씻은 후 튀김 가루와 부침가루를 반반 섞어서 미나리가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반죽해서 식용유를 두르고 부치면 된다. 정말 간단해서 식사하기 전에 부쳐서 따뜻할 때 먹으면 좋다.


호박 두 개로 부친 호박전

다음은 호박전인데 평소에도 자주 만들어 먹는다. 호박을 얇게 썰어서 소금을 살살 뿌려서 살짝 절여놓는다. 절인 호박을 비닐 팩에 넣고 밀가루를 넣어 흔들어주면 호박에 밀가루가 묻는다. 이제 꺼내서 달걀물을 입혀서 노릇노릇 부치면 된다. 정말 어렵지 않다. 호박 두 개 정도 부치면 다 같이 먹을 수 있다. 추석 전날 부쳐서 먹기 전에 전자레인지에서 데워 먹으면 된다. 가족이 먹을 음식이라서 이 정도의 수고는 괜찮다.


탕은 배달 음식으로


이번 추석에 작은아들네는 추석날 저녁에 오기로 했다. 작은 며느리는 직업상 주말에 일하기에 우리가 주말에 쌍둥이 손자를 육아하고 있어서 작은아들과 며느리는 자주 만난다. 의논할 일이 있을 때도 늘 편하게 전화한다. 지난 주말에 가족 단체방에 올라온 글이다. 작은 며느리가 보낸 글이다.


"어머니, 대구탕 맛있는 집이 있는데 추석날 좀 사갈까요?"

"좋지. 그럼 토란국은 안 끓여도 되겠네."

"지리로 살까요, 매운탕으로 살까요?"

"얼큰하게 매운탕이 좋겠어."


이렇게 우린 추석날 음식점에서 대구탕을 주문해서 먹기로 했다. 나는 메뉴 짠 것 중에 알배기 겉절이는 미리 만들고, 추석 전날 고구마 줄거리 볶음과 오이지무침, 뱅어포구이를 만들고, 미나리전과 호박전만 만들면 명절 음식 끝이다. 처음에는 나물류로 고사리 볶음이나 시금치 무침을 하려고 했는데 친구에게 땅콩을 주문했더니 고구마 줄기와 늙은 호박을 보내 주어서 나물 고민도 덜었다.


갈비찜은 미리 밀키트로 주문해 두었고, 전복 버터구이와 갈비찜에 넣을 전복도 손질 전복으로 주문해서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 전복은 미리 꺼내서 해동한 후 몇 개는 버터에 굽고 나머지는 갈비찜과 냄비에 담아 살짝 끓이기만 하면 된다. 집에 있는 재료가 많아서 이번에는 시장 볼 것도 많지 않다.


요즘 명절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이번 주 월요일에 지인 모임이 있어서 다녀왔는데 일곱 명 중 차례를 지낸다는 집은 없었다. 외식하고, 배달 음식이나 밀키트를 사서 먹는 등 모두 힘들게 명절 음식을 준비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 집도 갈비찜은 밀키트를, 탕은 배달 음식으로 준비하니 명절을 준비하는 마음이 가볍게 느껴진다.


예전하고 바뀐 점은 추석 연휴에 여행을 다녀왔었는데 요즘은 길도 막히고, 숙박비도 비싸고 복잡해서 오히려 여행은 가지 않는다고 했다. 모임에서 만난 지인들 이야기다. 생각해 보니 우리도 매년 추석 연휴에 여행을 다녀왔는데 길이 막혀서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평소에도 정말 잘 먹는다. 거의 매일 잔칫날처럼 먹는다. 명절이라고 해서 힘들게 음식을 많이 준비하거나 며칠씩 먹을 전 부치느라 몇 시간씩 고생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가족이 좋아하는 몇 가지 음식만 준비해서 맛있게 먹고 치우면 그만이다. 올 추석은 음식 만드느라 고생하지 않을 거라 마음까지 가볍고 여유가 있다. 명절에 가족이 모이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올 추석은 여행 대신 집에서 모이니 윷놀이라도 하면서 손자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야겠다.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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