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삭하게 구워 조물조물, 김으로 만든 밥도둑

냉동실에 보관했던 김의 재탄생, 맛있는 김 무침

by유미래

요즘 시판 김이 많다. 식탁김(도시락김)처럼 구워서 먹기 좋게 자른 김도 있고, 한 장 그대로 구워서 파는 김도 많다. 우리 동네에는 김을 직접 구워주는 가게가 있어서 주로 구운 김을 사다 먹는다. 우리 집은 쌍둥이 손자를 주말 육아 하고 있어서 김이 떨어지지 않는다.


주로 먹기 좋은 식탁김을 산다. 손자들이 김밥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우리 집 김밥은 김에 밥만 또르르 말아서 먹는 밥이다. 손자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다. 김밥에 볶은 잔 멸치를 넣어주기도 하고, 시금치나물을 넣어서 만들어 주기도 하는데 손자들은 밥만 넣은 김밥을 좋아한다.


손자들이 싫어해도 할머니라서 영양도 신경 써야 하기에 맨 김밥보다는 멸치 김밥이나 시금치 김밥을 먹이려고 한다. 손자들에게 편하게 먹일 수 있는 것이 주먹밥이라서 주말 아침은 주로 한 입에 쏙 들어가는 주먹밥을 만들어 먹이는데 주먹밥에도 김 띠를 둘러준다. 그러면 주먹밥이 터지지 않아서 좋다. 우리 집 식탁에 김을 쌓아두는 이유다.


친정엄마가 구워주셨던 들기름 김


올봄에 작은아들 사돈께서 남해에 여행 다녀오시면서 김을 사다 주셨다. 보기에도 좋은 김이었다. 금방 먹을 것 같지 않아서 커다란 지퍼백에 넣어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들기름에 재워서 구워 먹어야지 하면서도 몇 달째 냉동실에 넣어두고 꺼내 보지 못했다.


친정엄마는 김을 잘 구우셨다. 쟁반에 김을 쌓아놓고 들기름과 식용유를 반반 섞어서 김 솔로 기름을 바르고 소금을 솔솔 뿌려서 구워주셨다. 친정엄마가 구워주신 들기름 김을 좋아했다. 들기름 김만 있어도 밥 한 공기 뚝딱이었다. 친정엄마는 음식을 참 쉽게 만드셨다. 김을 재워서 굽는 일도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인데 그냥 쉽게 하였다.

작은아들이 결혼하고 며느리가 임신 중이었다. 입덧하는 며느리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고민하다가 친정엄마가 만들어 주신 들기름 김이 생각났다. 친정엄마가 하셨던 것처럼 들기름과 식용유를 반반 섞어서 김을 재웠다. 마지막에 재운 김을 돌돌 말아서 손으로 꾹꾹 눌러주어 김 뒤쪽까지 기름에 재워지게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재운 김은 석쇠에 두 장씩 넣고 가스레인지에서 타지 않도록 앞뒤를 뒤집어 가며 구웠다. 잘 구워진 김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반찬 통에 담아서 아들 편에 보냈다. 며느리가 '어머니가 구워주신 들기름 김 덕분에 밥을 잘 먹었습니다.'라며 고맙다고 전화했다. 그 후에도 몇 번 며느리에게 들기름 김을 구워서 보냈다. 벌써 8년 전 일이다.


몇 년 전에 가스레인지를 전기 레인지로 바꾸고 더 이상 김을 굽지 못했다. 선물로 받은 김이 계속 냉동실에 쌓였고, 오래된 김은 아까워도 버리게 되었다. 요즘 남편이 냉동실을 열 때마다 염려되는지 한 소리씩 한다. 그 소리를 들으면 김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되었다.


"여보, 김은 언제 구울 거예요? 그냥 두면 상할 것 같은데…….”

"구워야 하는데 휴대용 가스레인지에서 구우려면 더워서 조금 시원해지면 김 재워서 구울게요."


이러기를 두 달이 되었다. 덥기도 했지만, 사다 놓은 구운 김이 늘 있어서 김 구울 생각을 못했다. 그러던 중 며칠 전에 반찬가게에 갔는데 김 무침을 발견했다. 김 무침을 몇 번 사서 먹었지만, 직접 만들어 먹은 적은 없다. 김 무침을 보는 순간 냉동실에 있는 김이 생각났다. "아싸! 이거네. 김 무침 만들면 되겠네." 나도 모르게 혼자 중얼거렸다. 만드는 방법이야 검색하면 나오니 어렵지 않게 생각되었다.


10분 만에 완성하는 밥도둑 반찬


완성된 김 무침

옆에 있는 마트에서 홍고추와 청양고추를 한 봉지씩 사 왔다. 나는 처음 하는 요리는 노트에 늘 손글씨로 레시피를 정리해 둔다. 포털에서 김무침 영상을 여러 개 보고 나만의 '김 무침' 레시피를 완성했다.


(우리 집 김 무침 만드는 법)


(재료) 김 10장, 청양고추 1개(또는 쪽파 세 대), 홍고추 1개(어린이용은 빨간 파프리카나 당근 채 사용), 간 마늘



(양념장) 양조간장 2T, 참치액 1T, 매실청 1T, 참기름 1T, 고춧가루 1/2T, 맛술 1T, 다진 마늘 1/2T, 통깨나 깨소금(1T는 밥숟가락)



(만드는 법)


1. 김을 프라이팬 위에서 연초록색이 되게 구워준다. 한 장씩 구워도 되고 2장씩 앞뒤로 구워도 된다. 전기 레인지에서 재운 김을 구울 때도 프라이팬을 사용하면 됨을 알았다.)


구운 김과 썰어놓은 고추

2. 청양고추(쪽파)와 홍고추도 길게 네 등분하여 잘게 다져준다. 고추씨를 제거해도 되고 그냥 있는 채 썰어도 된다.


3. 구운 김은 가위로 잘라주거나 손으로 듬성듬성 먹기 좋게 잘라준다.


4. 분량대로 양념장을 만든다.


가위로 자른 김과 양념장

5. 썬 김에 양념장을 조금씩 넣어주며 양념이 잘 섞이게 조물조물 무쳐준다. 마지막에 썬 고추와 통깨를 넣어 완성한다. 홍고추가 들어가서 색깔도 예쁘다.


이렇게 간단하게 김 무침을 만들 수 있는데 예전에 버린 김이 아까웠다. 손이 빠른 분은 10분이면 만들 수 있는 요리다. 냉동실에 있는 김 언제 먹느냐며 물어보던 남편도 김 무침을 먹어보더니 "김 무침, 밥도둑이네."라며 맛있게 먹었다. 내가 먹어봐도 맛있다. 김을 구워서 양념장에 무치니 김 비린내도 나지 않았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지만, 시어머니인 나도 늘 맛있는 반찬을 하면 주말에 손자 데리러 오는 아들에게 보낸다. 며느리가 오이지를 좋아해서 오이지도 무치면 꼭 따로 통에 담아 놓았다가 보낸다. 김 무침도 며느리가 좋아하는 음식이라서 다시 만들어서 반찬 통에 따로 담아 놓았다가 토요일에 쌍둥이 손자 데리고 온 아들에게 보냈다. 며느리가 맛있다며 문자를 보냈다.


"어머니, 김 무침 너무 맛있어요. 흰밥에 계란 부쳐서 김 무침이랑 먹으려고요."


김은 영양가도 많다. 단백질이 풍부해서 '바다의 채소'라고 불린다고 한다. 피로 해소나 눈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하니 요즘 시력이 떨어져서 돋보기를 새로 맞춘 나에게도 꼭 필요한 음식 같다. 그 외에도 식이 섬유가 들어있어 장 건강에도 좋다고 하니 김으로 만든 음식을 꾸준하게 먹어야겠다.


김 백 장이 냉동실에 들어 있어서 늘 부담이 되었는데 요즘 김 무침을 한 번에 열 장씩 만들어 먹다 보니 반 정도를 먹었다. 김이 줄어드는 것이 아쉬울 정도다. 곧 9월이지만 무더위는 당분간 계속될 거다. 더울수록 건강을 잘 챙겨야 한다. 김 열 장만 구우면 되니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는다. 잠깐의 수고로 영양 많은 밥도둑 김 무침을 만들어 건강을 챙겨도 좋겠다. 새로운 요리 한 가지를 또 배워서 뿌듯하다.


손글씨로 쓴 '김 무침' 레시피


https://omn.kr/2jle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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