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이 끝났는데 뭔가 허전하다는 하객들

혼인서약서, 성혼선언문 낭독, 축가는 있었는데...한가지가 빠진 결혼식

by유미래

삼포 세대란 신조어가 나온 지도 꽤 오래되었다. 삼포 세대란 '2, 30대에 이르는 청년층이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란 뜻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주변에 결혼하지 않은 3, 40대 자녀를 둔 지인이 많다.


이런 시대에 친지나 지인 자녀의 결혼 청첩장을 받으면 내 일처럼 반갑다. 바빠도 시간 내서 결혼식장에 가서 축하해 주고 싶다. 얼마 전에 조카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참 오랜만에 받은 친지 결혼 소식이다. 가끔 전화로 소식을 전하는 친척 언니 딸이다.


"넌 참 좋겠다. 아들 둘이 다 결혼해서 손주까지 봤으니."

"저도 아들 둘이 다 결혼해서 숙제를 마친 것처럼 마음 편해요."


"우리 집 아들과 딸도 좋은 사람 만나서 빨리 결혼하면 좋겠는데 아직 짝을 만나지 못해서 걱정되네."

"아직 인연을 만나지 못했지만, 곧 좋은 소식 있을 거예요. 둘 다 잘 자랐잖아요."


언니와 가끔 통화하며 주고받은 말이다. 지난 연말에 딸이 좋은 사람을 만났다며 결혼 날짜를 잡았다고 좋아하는 언니 전화를 받았었는데 결혼 날짜가 다가왔다.


형식 따지지 않는 요즘 결혼식


지난 주말에 결혼식에 다녀왔다. 결혼식장이 조금 멀었지만, 식장에 직접 가서 축하해 주고 싶어 만사 제쳐두고 갔다. 조금 일찍 예식장에 도착하니 연분홍 한복을 입은 언니가 하객들을 맞이하느라 분주했다. 정말 행복해 보였다. 아들 둘만 둔 나는 연분홍 한복을 입지 못해서 딸 있는 신부 엄마가 부럽다.


요즘 결혼식에 가보면 결혼 연령이 점점 높아진다. 이번에 결혼하는 조카도 30대 후반이다. 신부 대기실에 가서 신부에게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언니에게도 축하한다고 인사하고 식장으로 들어갔다. 하객을 맞이하는 언니가 정말 행복해 보였다.


단상이 없는 예식장 무대

식장에 들어갔는데 식장이 다른 예식장하고는 조금 달랐다. 꽃장식을 화려하게 한 것과 대형 화면에 신랑 신부 영상이 돌아가는 것은 같았는데 식장 가운데에 단상이 없었다. 보통은 단상에 화촉을 밝힐 촛대가 있는데 그것도 없었다. 뭔가 이벤트가 있으려나, 아니면 식이 시작되면 단상을 가져다 놓을까 궁금해졌다.


드디어 예식이 시작되었다. 요즘 결혼식은 정해진 형식이 없다. 보통은 신랑 신부가 기획하여 예식 식순을 짠다. 물론 부모님과도 상의한다. 그러기에 집집마다 결혼식 형식이 다르다. 주례 없는 결혼식은 이제 흔하고, 결혼식을 이벤트처럼 즐기기도 한다. 신랑 신부 입장 방법도 예식에 따라 다르다.


오늘 결혼식의 식순 중 혼주 입장도 특별했다. 보통 가장 먼저 신랑 어머니와 신부 어머니가 손잡고 입장해서 화촉을 밝히는 것이 대부분인데 오늘은 달랐다. 슬롯자가 "1982년 O월 O일 신랑 신부가 입장합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신랑 부모님이 손잡고 나란히 입장했다.


다음에는 "1984년 O월 O일 신랑 신부가 입장합니다."라는 슬롯자 멘트에 신부 부모님이 손잡고 나란히 입장했다. 그 모습을 보며 40여 년 전 내 결혼식이 떠올라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하객들이 새로운 결혼식 풍경에 즐거운 마음으로 축하를 보냈다. 나도 축하해 주고 싶은 마음이 커서 손바닥이 아플 정도로 힘차게 손뼉을 쳤다.


양가 부모가 맞절하는 모습

입장한 양가 부모님이 서로 맞절을 하고 내빈들에게도 인사하였다. 보통 신부 어머니들이 촛불을 켜고 화촉을 밝히는데 그런 절차도 없었다. 양가 부모님이 나란히 입장해서 서로 맞절을 하고 하객들에게도 인사하는 결혼식은 처음 보는데 내 눈에는 좋게 여겨졌다.


다음에는 신랑이 입장하고 마지막에 오늘의 주인공인 신부가 혼자 입장했다. 보통은 신부는 아버지 손을 잡고 입장하거나 신랑과 나란히 입장하는데 신부가 혼자 입장하는 모습도 생소했다. 신부 부캐는 신랑이 들고 있다가 신부가 중간쯤 왔을 때 성큼성큼 걸어가서 프러포즈하는 것처럼 무릎 꿇고 신부에게 전하고 함께 입장했다. 하객들이 이 장면에서도 환호했다.


주례사, 축사(부모님 덕담)가 빠진 결혼식


오늘 예식도 주례가 없었다. 요즘 주례 없는 예식은 흔하다. 오히려 주례 있는 예식을 찾아보기 어렵다. 오늘도 신랑 신부가 혼인서약서를 읽고 슬롯자가 성혼선언문을 낭독하였다. 다음 순서로 주례는 없지만 양가 부모님께서 축사(덕담)를 하실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 집도 아들 둘 다 결혼할 때 주례 없이 양가 아버님이 축사를 하였다. 축사를 작성하는 것도 신경 쓰여 고치기를 정말 여러 번 하여 완성하고, 결혼식 전에 남편이 자연스럽게 읽기까지 연습하였었다. 이런 경험 때문에 결혼식에 가면 부모님이 하는 축사에 귀가 쫑긋해진다.


축사를 누가 할까 기대하고 있는데 갑자기 축가를 한단다. 신부 남동생이 축가를 부르고 내려갔다. 이어서 신랑 신부가 신부 부모님께 인사하는 시간이었다. 이 순서도 다른 결혼식과 조금 달랐다. 보통은 신랑 신부가 부모님께서 앉아있는 자리로 내려와서 신랑은 큰절을 하는데 오늘은 달랐다.


신부 부모님께 인사하는 신랑 신부

부모님 두 분이 신랑 신부가 서 있는 무대로 올라가고 신랑이 장모님께 꽃다발을 드리고 서로 인사하고 격려해 주었다. 신랑 부모님께도 같은 방식으로 인사드렸다. 이 형식도 특별해 보였다.


이어서 신랑 신부가 퇴장하며 결혼식이 끝났다. 결국 부모님 축사(덕담) 없이 결혼식이 끝났다. 함께 참석했던 분들이 결혼식이 빨리 끝나서 좋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셨지만, 함께 참석한 남동생도 "결혼식이 뭔가 허전하네."라고 말했다. 나 역시 결혼식이 끝났는데 뭔가 허전한 느낌이었다. 부모님이 들려주는 덕담이 궁금했는데 그 순서가 생략되었기 때문이다.


요즘 결혼식은 스몰 웨딩도 많아지고 다양하게 진행한다.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참 현명하다. 결혼식 진행 과정을 신랑 신부가 주도한다. 부모는 그저 따라가면 된다. 우리 집도 아들과 며느리가 주도적으로 결혼식을 추진해서 아들 둘 결혼시키며 부모는 크게 할 일이 없었다. 그래도 결혼식이 의미 있게 잘 진행되었다. 오늘 결혼식도 딸과 사위가 다 기획하였다고 한다.


청년들이 3포 세대가 아닌,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출산도 많이 하는 슬롯가 되길 바란다. 요즘 청년들이 결혼 안 하려는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정부에서도 다양한 정바카라으로 청년들이 안심하고 결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오늘 결혼한 조카도 행복하게 잘 살길 축복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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