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목, 페트병 뚜껑이 제기가 된다고요?

새활용으로 만든 제기로 전통 놀이 배우는 초등학생들

by유미래

노인 일자리로 초등학교에 전통 놀이지도를 나간 지 벌써 두 달이 넘었다. 전통 놀이 지도는 학급당 일주일에 한 번 8차시로 지도하는데 매주 다른 놀이를 가져간다. 학교에 나갈 때마다 학생들이 재미있어해서 보람을 느낀다. 그동안 두 개 초등학교는 8차시 수업을 마쳤다. 마지막 시간에 학생들이 편지를 써 주어서 전통 놀이 선생님들 모두 감동되어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이번 주부터 새로운 학교에 나가게 되었다. 인천 서구에 있는 신도시 학교로 1학년과 2학년 두 개 학년이 신청했다. 신도시 학교라 학급수가 많다 보니 한 학년을 두 개 요일 즉, 2학년은 월요일과 수요일에 가고, 1학년은 화요일과 금요일에 가게 되어 이번 학교에는 일주일에 네 번이나 나가게 되었다. 앞으로 8주 동안 지도해야 하니 두 달 동안은 같은 학교에 계속 나가게 될 거다.


첫 시간에 물어보았더니 작년 1학년 때도 전통 놀이 수업을 했단다. 그래서인지 앞으로 배울 전통 놀이 종류에 대해서 거의 알고 있었다. 1학년 때 한 번 놀이로 접해보았기에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새활용(Upcycling) 제기 만들기


새활용은 재활용의 상위 개념으로, 버려지는 물건에 디자인이나 아이디어를 더해 원래보다 가치가 높은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재활용이 자원을 아끼기 위해 '다시 쓰는 것'에 집중한다면, 새활용은 버려지는 물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더 멋지게 만드는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좋습니다.
-인공지능 제미나이


이번에 지도한 전통 놀이는 '제기차기'다. 제기차기는 1학년 때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다고 했다. 제기차기는 제기를 학생들과 직접 만들어서 놀이에 활용하는데 제기 만들기 재료가 생각지도 못한 물건이었다.


보통 제기는 엽전에 한지나 천, 비닐을 묶어 만드는데 재료가 양말목과 페트병 뚜껑이다. 즉 양말목을 새활용하는 거다. 학생들도 제기 만들기 재료를 보더니 "이걸로 제기를 만들 수 있어요?"하며 신기해했다. 나도 처음에는 양말목과 페트병 뚜껑으로 어떻게 제기가 만들어질지 궁금했으니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건 당연하다.


양말목으로 제기 만드는 모습

우리가 만드는 제기는 양말목 12개와 페트병 뚜껑으로 만든다. 양말목 하나를 손가락에 세 번 돌려서 작은 동그라미를 만들고 양말목 10개를 엮어서 만든다. 양말목을 엮을 때 한 방향으로 엮는 게 중요한데 이전 학교 3학년은 곧잘 따라 했는데 2학년은 조금 어려워했다. 여러 가지 전통 놀이 중에서 제기 만들기가 가장 어려워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1학년에게는 지도하지 않는다.


노인 일자리 전통 놀이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지도한다. 선생님 다섯 명씩 조를 짜서 한 반에 들어가서 한 조(모둠)를 담당하는데 적으면 3명, 많으면 6명 정도를 지도하기에 개별 지도를 할 수 있어서 제기차기는 2학년도 가능하다.


제기는 양말목을 엮은 다음에 가운데에 페트병 뚜껑을 끼우고 글루건으로 고정시켜 준다. 글루건이 마를 때까지 뜨거우니 절대로 손으로 만지지 말라고 한다.


양말목과 패트병 뚜껑으로 만든 제기


초등학생 맞춤 제기놀이


제기놀이는 발로 제기를 차는 놀이이다. 옛날에는 제기차기를 많이 해서 남자아이들이대부분 제기를 찰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제기차기를 접해보지 못해서 잘 차는 아이들이 드물다. 거의 못 찬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제기에 끈을 달아서 먼저 제기차기 연습을 시켰다.


끈을 달아서 연습하는 제기차기

끈 달은 제기차기 연습 후에 끈을 떼고 연습하게 하고 선생님들이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제기를 던져주고 발로 차게도 한다. 처음에는 못 차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그런대로 찬다.


다음에는 변형된 제기 놀이이다. 발로 못 차니 손을 활용하는 거다. 플라스틱 접시를 하나씩 나눠주고 제기를 튕겨 보게 하고, 짝을 만들어 한 사람이 제기를 던져주면 받게 한다. 놀이하다 보면 아이들이 배드민턴처럼 제기를 쳐서 보내는 놀이도 한다.


플라스틱 접시를 이용한 놀이

전통 놀이 하다 보면 학생들이 정말 즐거워한다. 즐거우니 시간도 빨리 지나간다. 플라스틱 접시 놀이가 끝나면 보자기를 활용하여 제기를 들어 올리기도 하고 전달해 주는 놀이도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이 놀이는 거의 하지 못한다. 제기 만드는 시간이 학년이 어릴수록 많이 걸려서 놀이 시간 확보가 어려운 것이 늘 아쉽다.


전통 놀이 시간이 안 끝났으면 좋겠다는 학생들


수업 끝나는 시간 5분 전에는 자리 정돈하고 학생들에게 오늘 전통 놀이가 어땠는지 소감 발표하는 시간을 가진다. 소감 발표 시간을 통해 전통 놀이 지도의 피드백을 얻는다.

"오늘 제기놀이 어땠나요?"

"재활용품으로 제기를 만들어 놀이할 수 있어서 환경도 보호하고 놀이도 하고 좋았어요."

"제기를 발로 차는 것은 어려운데 접시로 다양하게 놀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제기차기가 어려운데 끈을 달아서 연습하니 운동도 되고 좋았어요. 연습을 많이 해야겠어요."

"친구들과 접시로 제기를 주고받기 하니 협동심이 생겨서 좋았어요. "


요즘 학생들은 발표를 참 잘한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소감을 들으며 깜짝 놀라게 된다. 어떤 때는 소감을 듣는 선생님들이 저절로 칭찬의 손뼉을 쳐준다. 학생들의 소감을 들으면 지도한 선생님들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감동이 되고 보람도 느낀다.


특히 1학년 학생들은 소감을 짧게 발표한다. "재밌어요. 또 하고 싶어요"가 가장 많은 소감인데 한 명이 "전통 놀이 시간이 안 끝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해서 지도한 선생님들을 감동시켰다. 선생님 모두 저절로 손뼉이 쳐졌다. 이번에 8차시 마지막 수업을 마치며 학생들이 정말 아쉬워했다. 2학기에 또 하고 싶다며 다시 만나자고 하는데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이라 선생님들도 아쉬웠다.


윷놀이를 위해 준비한 것들

초등학교 전통 놀이지도 할 때 필요한 소품은 전통 놀이 선생님들이 준비해 간다. 가령 윷놀이의 윷판과 바닥에 까는 담요, 제기차기에 필요한 플라스틱 접시, 공기놀이할 때 필요한 접이식 자리, 산가지 놀이할 때 필요한 원통 등 생각보다 준비해 갈 것이 많다. 전통 놀이 수업 준비물이 집에 점점 많아진다.


대신 학생들에게 필요한 자료는 학교에서 준비한다. 제기 만드는 재료, 나무 공기 알, 비석치기, 꼬마윷, 딱지 만드는 종이 등의 준비물은 노인복지관 슬롯복지사가 학교에 안내해 주면 미리 준비해 준다. 그러다 보니 학교마다 조금 차이 나지만 선생님들이 잘 맞추어 지도하기에 어려움은 없다.


나는 올해 노인 일자리로 전통 놀이 지도를 처음 하는데 두 학교 수업을 마치면서 지도할 전통놀이를 몇 번씩 반복하다 보니 이제 어떤 수업도 자신 있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다른 전통 놀이도 재미있지만, 특히 '비석치기, 신문지 투호놀이, 대형 윷놀이 등은 두 편으로 나누어 게임처럼 하기에 초등학교 1학년 학생도 즐겁게 할 수 있는 놀이다. 전통 놀이를 학생들이 즐거워하니 지도하는 나도 늘 보람을 느끼고 즐겁다.


처음에는 퇴직하고 집에 있다가 매일 출근하는 것이 조금 힘들었지만, 이젠 습관이 되어 몸도 적응해서 그리 힘들지 않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많이 움직이니 오히려 건강도 좋아지는 것 같다.


쌍둥이 손자 주말 육아하고 있는데 주말에는 쌍둥이 손자와 다음 주에 수업할 전통 놀이를 미리 해본다. 손자들이 재미있어하는 놀이 방법은 그대로 수업에도 적용한다. 그러다 보니 쌍둥이 손자와 함께하는 주말이 더 즐겁다. 새로운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우리 전통 놀이를 전하며 가정의 달 5월에도 학생들과 즐겁게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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