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외딴집

마음은 오래 머물 때 비로소 풍경이 된다

by아르망


산마루를

기어 넘은

꼬불길 가에

송이버섯 같은

초가집 하나

해 지자

한 바람 실같이

저녁연기 오른다.


-김종상 <외딴집> 『흙손 엄마』 (재미마주, 2010) -




산마루를 기어 넘은 꼬불길 끝.

송이버섯처럼 조용히 앉아 있는 초가집 하나.


시를 읽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그 집이

자꾸만 그리워졌다.


실제로 그런 집은

어디에도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누구나 한 번쯤

그 집을 지어 본 적이 있다.


세상의 지도에는 없지만,

지친 날이면

저절로 발걸음이 향하는 곳.


아무도 모르는 길인데,

이상하게도

내 마음만은 정확히 찾아가는 곳.


그 집으로 가려면

언제나 꼬불길을 지나야 한다.


곧게 뻗은 길에서는

끝내 만날 수 없다.


조금 돌아가고,

조금 느려지고,

조금 멈추어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 집.


그래서인지

그 길마저도

집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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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산 너머로 넘어가면

굴뚝에서는

가느다란 저녁연기가 오른다.


그 연기는

누군가에게

저녁밥을 알리는 신호가 아니라,

오늘 하루도

이만하면 잘했다고

위로해 주는 한 줄기 문장 같다.


그 집에서는

아무것도

서두르지 않는다.


주전자에서 김이 오르는 속도도,

창문을 스치는 바람도,

처마 끝에 내려앉는 햇살도

모두

자기만의 시간을 알고 있다.


시계는 벽에 걸려 있어도,

시간은

창밖을 천천히 걸어간다.


그 집에서는

아무것도 이루지 않아도 되고,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머물러 있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으면,

고요는 그저

천천히 익어 가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이제는

삶이 벅차게 느껴지는 날이면,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대신

마음속 외딴집의 굴뚝을 먼저 떠올린다.


오늘도

그곳에서는

저녁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을 테니까.


사람은

곧게 뻗은 길에서

인생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돌아가더라도

자기만의 꼬불길 끝에 있는

외딴집을 잃지 않을 때

비로소

삶도

한 편의 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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