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은 뒤부터 내 눈에 꽃이 피기 시작했다
- 나태주, 「풀꽃」,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지혜, 2015 -
'너도 그렇다.'
이 마지막 한 줄 앞에서
오래 마음을 멈추었다.
처음에는
꽃 이야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오래 바라볼수록
시인은 꽃보다 먼저
사람을 보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참으로 빨리 살아간다.
사람들을 볼 사이도 없이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고,
예쁜 풍경을 보아도
사진만 남기고 지나간다.
꽃이 피는 것도,
노을이 번지는 것도,
누군가의 마음도,
충분히 바라보기도 전에
다음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래서
세상에는
예쁜 것이 적은 것이 아니라,
오래 바라본 것이 적은 것인지도 모른다.
나태주 시인은
43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 살았다.
매일 같은 교실에서,
매일 같은 아이들을 만나며,
누구보다 오래
한 사람을 바라본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알았던 것 같다.
꽃은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사람은
오래 보아야 아름답다는 것을.
시를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는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오래 바라보게 만든다.
짧은 문장 몇 줄이
한 사람의 인생을 붙잡고,
한 계절을 머물게 하고,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마음의 풍경을 보여 준다.
오늘도
한 편의 시를
천천히 펼친다.
자세히 바라보는 법을 배우기 위해.
오래 바라보는 법을 배우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