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도 오래 마음에 남았다.
누군가를 맞이하는 말인데,
가만히 읽고 있으니
오랫동안 밖에서 헤매던 나를
집 안으로 불러들이는 인사처럼 들렸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곳을 오간다.
회사와 집을 오가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오가고,
해야 할 일과 해야 할 일 사이를 쉼 없이 건너간다.
몸은 늘 어딘가에 도착하는데,
마음은 자꾸만 늦게 따라온다.
그래서인지
집에 돌아와도
정작 나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날이 많았다.
예전에는
고요한 시간이 단순히 '쉬는 시간'인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알게 되었다.
그 시간은
몸을 쉬게 하는 시간이 아니라,
마음을 집으로 데려오는 시간이었다.
그 고요 속에서는
평소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괜찮다고만 말하며 지나쳤던 마음.
애써 모른 척했던 서운함.
이유 없이 지쳐 있던 하루.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웅크리고 있던 어린 나.
고요는
말 없는 조용한 시간이 아니라,
내 안의 목소리가
비로소 들리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가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만든다.
숲길을 천천히 걷기도 하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창밖을 오래 바라보기도 한다.
한 줄의 문장을 읽다가
다음 장을 넘기지 못한 채
한참을 머물기도 한다.
세상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 안에서는
그제야 중요한 일들이 시작된다.
흩어졌던 마음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불규칙하던 숨이 잔잔해지고,
나도 몰랐던 내가
천천히 얼굴을 내민다.
생각해 보면
고요는 그저 비어 있는 시간이 아니었다.
오히려
가장 많은 것들이 돌아오는 시간이었다.
잃어버렸던 마음도,
미뤄 두었던 눈물도,
다시 웃을 힘도,
그리고
나 자신도.
이제는 안다.
자기 마음을
몇 번이고 다시 집으로 데려올 줄 아는 사람이
끝내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서둘러 문을 닫지 않는다.
혹시 조금
늦게 오는 내가 있을지 모르니까.
아직도
문 앞에 서 있는 나에게
조용히 문을 열어 주기 위해.
어쩌면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고요가 아니라,
나 자신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제는
내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건넨다.
'안녕.
어서 들어와.
오래 메고 있던 하루는
문밖에 잠시 기대어 두자.
그리고
오늘도,
잘 돌아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