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임을 수집하는 사람

사람은 무엇으로 자기 자신이 되어 가는가

by아르망

인간은 오로지 진실이나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만은 살 수 없기 때문이야.


보잘것없는 잡동사니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좀 넘치는 것,

시선을 끄는 것, 반짝이는 것도

필요한 법이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름다운 것,

현혹시키는 것 없이는 살 수 없어.


- 산도르 마라이 『결혼의 변화』 , 김인순 옮김, 솔출판사, 2005 -


이 문장을 읽다가 오래 바카라장을 넘기지 못했다.

'사람은 아름다운 것 없이는 살 수 없다.'


처음에는 조금 과장된 말처럼 들렸다.

하지만 하루를 천천히 돌아보니,

그 문장은 생각보다 훨씬 깊은 진실이었다.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

해야 하는 일들을 잘 안다.


일어나고,

밥을 먹고,

출근하고,

집을 정리하고,

약속을 지키고,

내일을 준비한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살아남게 하는 일들은 잘 알고 있는데,

살아 있고 싶게 만드는 것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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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나는

하루를 버티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반짝이게 하는 것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침 햇살이 커피잔 가장자리에 조용히 머무는 순간.

비가 그친 숲길에서

젖은 흙이 천천히 숨을 내쉬는 향기.


카페 창가에 앉아

첫 문장을 쓰기 전의 고요.

새 바카라의 비닐을 벗길 때

손끝으로 먼저 전해지는 종이의 감촉.


늦은 밤,

모두 잠든 집에서

오래전 좋아했던 음악을 다시 만나는 시간.


이런 모든 것들이

세상을 바꾸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를 조금씩 바꾸고 있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세상을 더 빨리 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더 천천히 살게 만드는 것들이었다.


노을은 걸음을 늦추게 하고,

별은 고개를 들게 하고,

숲은 숨을 깊게 쉬게 하고,

한 줄의 문장은

하루를 오래 붙들게 했다.


아름다운 것들은

나를 빨리 가라고 밀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반짝이는 이 순간으로

데려다주었다.


예전에는 행복이

커다란 사건 속에만 있는 줄 알았다.


무언가를 이루는 날,

기다리던 소식을 듣는 날,

큰 기쁨이 찾아오는 날.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삶은 그런 날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이 훨씬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인생을 늘 따뜻하게 데워 주는 것은

커다란 기쁨보다

작은 아름다움이었다.


비 오는 날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

봄바람에 흔들리는 꽃잎.

갓 구운 빵 냄새.

좋아하는 사람과 나누는 짧은 웃음.

아이들이 잠든 뒤 찾아오는 조용한 밤.


누군가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풍경일지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오늘을 끝까지 살아가게 하는 작은 빛이었다.


반짝이는 것은

원래부터 반짝이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내가 그것을 사랑하기 시작한 날부터,

비로소 반짝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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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세상은

보이는 만큼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만큼 아름다워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만

살려고 하지 않는다.


오늘 하루,

내 눈을 잠시 멈추게 하는 풍경 하나.

내 마음을 조용히 웃게 하는 순간 하나.

그 작은 반짝임들을

잃지 않으려 애쓰며 살아간다.


언젠가 삶이 조금 지치는 날이 오더라도,

나는 다시 그 작은 빛들을 찾아 나설 것이다.


그것들이 언제나

나를 나답게 만들어 주었으니까.


사람은

거대한 행복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작은 반짝임들을

하나씩 모으며 살아간다.


그래서

무엇이 당신의 눈을 반짝이게 했는지가,

결국

당신의 삶을 반짝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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