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거림
- 유선경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노트>, 위즈덤하우스, 2024 -
심장은 하루도 쉬지 않고 뛴다.
잠든 밤에도,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바라보는 오후에도,
기쁜 날에도,
눈물이 나는 날에도.
우리는 늘 같은 심장을 품고 살아가지만,
신기하게도 그 소리는 언제나 같지 않다.
어떤 날은 두근두근 설렘으로,
어떤 날은 쿵 하고 내려앉는 절망으로,
어떤 날은 말없이 가슴을 두드리는 그리움으로 찾아온다.
살아 있다는 것은,
어쩌면 이렇게 마음속에서
수많은 소리를 품고 살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살면서 몇 번은
심장이 너무 크게 뛰어
숨이 막힐 것 같은 날이 있었다.
새로운 길 앞에 섰던 날,
처음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던 날,
오랫동안 기다리던 소식을 앞둔 날.
그 두근거림은 늘
호기심과 두려움을 함께 품고 있었다.
반대로,
가슴이 너무 조용해서
내 안에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 같던 날도 있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 같아
괜히 창밖만 오래 바라보던 날.
그때는 몰랐다.
그 고요함도
다음에 올 두근거림을 준비하는 시간이었다는 것을.
- 권대웅 『당신이 사는 달』, 김영사 ON, 2014 -
처음 걷던 아이의 걸음도,
처음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는 나무도,
처음 꽃잎을 여는 꽃봉오리도,
조용히 떨리는 시간을 지나
비로소 자기만의 계절을 만난다.
사람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두렵기 때문에 떨리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두근거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언젠가부터 나는
내 마음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설레는 날에는 왜 설레는지,
불안한 날에는 무엇이 나를 흔드는지,
가슴이 조용한 날에는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를.
신기하게도
마음을 오래 들여다볼수록
심장은 같은 소리를 반복하지 않았다.
기쁨도,
슬픔도,
그리움도,
희망도.
모두 저마다 다른 리듬으로
나를 조금씩 성장시키고 있었다.
이제는 안다.
가슴이 뛰는 날만 좋은 날이 아니라는 것을.
가슴이 내려앉는 날도,
조용히 침묵하는 날도,
애타게 기다리는 날도,
모두 살아 있다는 증거라는 것을.
우리는 기쁜 날만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아픈 날에도,
넘어지는 날에도,
다시 일어서는 날에도
심장은 묵묵히
자기만의 소리를 이어 간다.
그래서 이제는
가슴이 크게 뛰는 날도,
조용히 가라앉는 날도
예전만큼 두렵지 않다.
그 모든 소리가
나를 오늘의 나로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