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랑하는 글쏘기
- 줄리아 카메론, 『나를 치유하는 글쓰기』(이다미디어, 2013, 조한나 옮김) -
글이 잘 써지는 순간보다,
글을 쓰고 있는 순간을 사랑한다는 말.
처음에는
조금 이상하게 들렸다.
좋은 문장이 써져야
행복한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전의 나는
늘 좋은 문장을 기다렸다.
오늘은
과녁 한가운데를 꿰뚫는 문장을
쓸 수 있을까.
누군가의 마음에 오래 남을
한 줄을 만날 수 있을까.
그래서 매일
바카라상 앞에 앉을 때마다
활을 드는 사람의 마음이 되었다.
오늘은
조금 더 정확하게.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깊이.
조용히
마음을 겨누었다.
하지만
바람은 늘 예상보다 먼저 불어왔고,
마음은 생각보다 쉽게 흔들렸다.
어떤 날은
활을 오래 들고만 있었다.
과녁은 분명 눈앞에 있는데,
화살은
끝내 떠나지 못했다.
하지만 줄리아 카메론의 문장을 읽고 깨닫게 되었다.
좋은 문장은
단 한 번의 명중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수없이 빗나간 마음들이
조금씩
손끝을 바꾸고,
시선을 바꾸고,
마침내
한 사람을 바꾸며
비로소 태어난다는 것을.
좋은 문장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선물이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매일 조금씩
마음을 다듬은 시간이
문장이 되어 피어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글을 쓴다는 것은
문장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문장을 맞이할 사람으로
나를 만들어 가는 일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현대문학, 2016, 양윤옥 옮김)
무라카미 하루키는
글쓰기는 시간을 사랑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좋은 문장을 만나지 못한 날에도
바카라상을 쉽게 떠나지 않는다.
오늘의 한 줄이
비어 있어도 괜찮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 안의 문장은
오늘도
천천히 자라고 있으니까.
오늘도
나는
활을 다시 고쳐 쥔다.
오늘도
한 문장을 향해
조용히 마음을 겨눈다.
과녁을 맞히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깊이 바라보는 사람이 되기 위해.
조금 더 오래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
조금 더 진심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