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관한 명작 시

세상의 모든 관계에 대하여

by아르망


서로의 잔을 채우되,

어느 한편의 잔만을 마시지는 말라.

서로 저희의 빵을 주되,

어느 한편의 빵만을 먹지는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그대들 각자는 고독하게 하라.


비록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저마다 외로운 기타 줄들처럼.


- 칼릴 지브란, 『예언자』, 류시화 옮김, 무소의 뿔, 2018 -




예전에 기타를 배운 적이 있다.

손끝이 줄을 처음 누르던 날,
가장 먼저 놀란 것은 손가락 끝의 아픔이 아니었다.


여섯 줄 뿐인 악기 안에
어떻게 이토록 많은 계절과 표정이 숨어 있을 수 있는지,
그 사실이 참으로 신기했다.


하나의 기타였지만
어느 줄도 다른 줄의 목소리를 대신하지 않았기에.


줄들은 그렇게

저마다 다른 높이에서 떨리고,
저마다 다른 울림을 품은 채
함께 하나의 음악이 되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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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의 나는
사랑이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일이라고 믿었다.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시간을 보내고,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


닮을수록 더 사랑하게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을 오래 함께 건너다보니,


사랑은 닮아가는 일만이 아니라
서로를 서로답게 남겨 두는 일이라는 것을 조금씩 배우게 되었다.


사람에게는
누구도 대신 걸어 줄 수 없는 길이 있고,
누구도 대신 견뎌 줄 수 없는 계절이 있다.


강은 두 기슭이 붙어 있을 때가 아니라,
서로를 마주한 채 거리를 지킬 때
비로소 흐를 수 있다.


나무도 너무 가까이 서 있으면
햇빛은 한쪽으로만 기울고,
꽃들은 피어날 자리를 잃는다.


사랑에도
햇살이 드나들 틈이 필요하다.

바람이 지나갈 자리 하나쯤은
남겨 둘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서로를 그늘로 덮지 않고,
한 사람의 계절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다.


이 이야기는
연인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친구와 친구 사이에도,
부모와 자녀 사이에도,
사람과 자연 사이에도.


서로의 자리를 인정하는 마음은
관계를 오래 살아 있게 하는 숨이 된다.


기타도
줄과 줄 사이의 간격을 잃는 순간
더 이상 음악을 만들 수 없다.


한 줄이라도
다른 줄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려 한다면,

그 기타는
끝내 아무 노래도 품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기타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음악은 줄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줄과 줄 사이에서 태어난다는 것을.


기타는 여섯 줄이 하나라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여섯 줄이 끝내 서로가 되지 않기에 아름답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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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랑하는 사이라도,


각자의 고독 속에서 심어야 할 씨앗이 있다.

각자의 계절 속에서 피워야 할 꽃이 있다.

각자의 자유 속에서
하늘을 향해 뻗어 가야 할 나무가 있다.


기타 줄은
평생 서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평생 함께 울린다.


어쩌면 사랑은

서로에게 닿는 법을 배우는 일이 아니라,

닿지 않아도
함께 울리는 법을 배우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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