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탄 (痛歎)

유월(六月)의 한숨

by정성균

통탄 (痛歎)


남은 여생은 그저 사색하고 성찰하며, 고요하고 편안한 글만 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바카라상 앞에 앉으면 손가락이 먼저 파르르 떨려옵니다. 어지러운 세상 풍경에 마음의 질서가 무너져 내려, 도무지 저다운 문장을 빚어낼 수가 없습니다.


한 주에 서너 권씩 바카라을 탐독하던 고요한 일상마저 멈춰 섰습니다. 이번 유월에는 초이튿날 펼친 단 한 권이 전부입니다. 활자는 허공에 흩어지고 문장은 가슴에 고이지 못합니다. 도대체 세상이 왜 이 모양 이 꼴이 되었을까요. 평생을 살아내고 사랑해 온 내 나라인데, 마주하는 현실마다 뼈가 시리도록 아파옵니다.


결국 오늘도 한 자도 채우지 못한 펜을 조용히 내려놓습니다. 깊은 한숨 끝에 시선이 서재 한구석으로 향합니다. 그저 말없이 걸려 있는 빛바랜 태극기 한 장을, 무력한 눈으로 오래도록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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