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카지노에서 만난 인연, 제주로 이어지다」

마음이 움직인 순간, 우리는 이미 길 위에 있었다

by김별

백 년도 채 못 사는 인생을 길에 비유하면, 우리는 그 위를 걷는 나그네다. 사람들은 그 길을 ‘인생 여정’이라 부르고, 그 여정 속에서 우리는 시절 인연을 만난다.


이번 여행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온라인카지노에서 스쳐 지나가던 인연 하나가 길 위의 동행으로 이어진 것이다.


처음 그녀를 알게 된 건 ‘한 잔의 차와 마른 토스트 두 조각’이라는 글을 통해서였다. 산모라면 뽀얗게 우러난 미역국과 쌀밥을 먹어야 하는데... 하는 마음으로 마음 아프게 읽었던 그녀의 첫 글이었다.

이후 내가 올린 여행기를 계기로, 류정 uk 작가님이 같은 여행단체 ‘서바스’ 회원이며 130개국을 넘게 여행한 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공감의 깊이는 자연스레 더 깊어졌다.


마침 영국에 머물던 작가님이 한국에 들어온다기에, 내가 사는 지역과 가까운 밀양에서 만나게 되었다. 낯설 것 같던 만남은 금세 오래된 지인처럼 편안해졌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집 앞에 세워둔 캠핑카로 제주 여행을 계획 중이라 했다.


순간 망설임은 길지 않았다. 언젠가 해보고 싶었던 캠핑카 여행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지금’이라는 타이밍이 마음을 밀어붙였기에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곧 바로 배편을 예약했다.

나는 원래 마음이 움직이면 빠르게 결정을 내리는 편이다. 그 덕분에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그 또한 살면서 배우는 값이라 여기기에 그런 경험을 위해 쓰는 시간과 비용을 아깝게 생각하지 않는다.





두릅 수확철이라 남편과 나는 시골집에 머물다 작가님, 그리고 또 한 명의 동행인 운전 담당을 할 독일 청년과 합류했다. 우리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함양에서 완도까지 차로 내려가며 길 위의 여정을 시작했다.

시골밭에서 난 명이나물로 삼겹살 파티

영국에도 이 wild garlic이 야생으로 지천이라 한다.


중간에 들른 낙안읍성에서는 시간을 잠시 늦추었다. 벌교에서 꼬막정식을 먹으며 여행의 첫 즐거움을 천천히 음미했고, 오랜만에 다시 찾은 읍성의 길을 걸으며 제주로 향하는 마음을 예열했다.


맛있는 벌교 꼬막정식

밤 12시를 넘겨 출항하는 배였기에, 선착장에서 잠시 쪽잠을 청한 뒤 배에 올랐다. 새벽녘 제주항에 도착했을 때, 원래 계획이라면 캠핑장으로 가서 조금 더 쉬고 움직이려 했지만, 26세의 독일 청년은 전혀 다른 제안을 했다.


“지금 바로 숙소로 가야 할 이유가 있나요?”


그 질문 하나에 일정이 바뀌었다. 평균 연령 육십 대 후반인 우리도 불가능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그렇게 우리는 곧장 성산일출봉으로 향했다.

아침은 뜨끈한 국물이 간절했지만, 서양식 식습관을 가진 동행을 배려해 캠핑카 안에서 그냥 얌전하게 커피와 시리얼, 빵을 먹었다.


성산 일출봉 일대와 이어간 섭지 코너에는 사진 찍으러 오는 중국 아가씨들로 붐볐다. 우리가 이전에 유럽여행하며 인증 숏 남기듯 그들도 지금 그런 분위기인 걸 거다.

성산일출봉과 섭지코너


돌고 도는 여행문화도 물결과 역사가 있다. 동남아를 맨 처음 점령하고 휩쓸고 간 이들은 아무래도 제국주의 시절 그들의 식민지였던 유럽인이고 그다음이 일본, 미국인, 그러고 나서 우리나라가 가장 가깝고 가성비 좋은 나라로 동남아를 많이 갔다. 그리고 지금 중국의 돈 좀 있는 애들은 한국이 가까워서 와서 인스타용인 지 이쁜 사진을 엄청 찍고 간다.

날씨를 보니 여행기간 중 비 소식이 많아 첫날은 좀 더 보러 다녔다. 동백 군락지를 갔더니 안타깝게도 꽃은 거의 졌다며 공원 문이 닫혔기에 근처 차 밭으로 갔다. 전에 본 유명 차밭 외에도 제주에는 차 밭이 여러 군데다.


차밭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배를 타고 온 긴장의 잔여와 다리의 피로를 조금씩 풀어냈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고 나니, 비로소 몸과 마음이 여행의 리듬에 맞춰지는 느낌이 들었다.

녹차밭에서 힐링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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