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으로 사랑을 세공하다

첫 에세이 <내 평범함이 너를 만나 문장이 되었다>를 소개합니다.

by이현기

평상시 걷는 일마저 힘겨워하는 아내는 담양 죽녹원 전망대에 도착하기도 전에 무릎을 부여잡으며 주저앉았습니다.


기어이 아내를 전망대까지 끌고 가고자 내밀하게 '공짜 쫀드기' 민원을 고민하던 지질한 남편의 고백 끝에 남은 것은 푸른 댓잎의 언어와 대나무 줄기를 두르고 있는 옹이였습니다.


꼭 목표한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사랑하는 이가 힘들어하는 지점에서 기꺼이 함께 멈춰 서는 일.


내 삶과 사랑이 쉽게 꺾이지 않도록 지지해 주는 대나무의 정갈한 마디는 어쩌면 그 다정한 멈춤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독단적인 직진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 먼저 앞서 나가면 누군가는 뒤를 따르다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 가쁜 숨이 차오르는 사람에겐 주변 풍경이 아닌, 앞선 사람의 차가운 뒷모습만 보이는 것. 그렇게 서서히 마음의 간격이 벌어지는 것. 그래서 잠시 멈추는 일은 마음의 간격을 좁히는 일. 결국 같은 시야 속에 놓이는 일. 그렇게 발맘발맘 나란히 걸으면서 마음의 마디를 만드는 일.
-<내 평범함이 너를 만나 문장이 되었다> 중에서


인생의 전망대까지 다다르지 못하고 중간에서 길을 잃었던 날들, 그 멈춤마저 사랑이었다고 말해주는 문장들을 차곡차곡 모았습니다. 오늘도 삶의 무게를 묵묵히 견뎌내고 있는 여러분들에게 이 작은 바카라이 다정한 쉼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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