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으며

by세인트

이 유명한 작품들에 감히 또 다른 해석을 덧붙이는 일이 과연 필요할까? 그러나 작품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그것을 읽는 우리의 시간은 계속 변한다는 사실 하나에 기대어 이 글을 썼다.


이 바카라은 서로 전혀 다른 시대와 나라의 작품들을 한 권 안으로 불러 모았다. 그 사이를 관통하는 것은 오직 하나, 시간에 대한 문장들이다. 어떤 문장은 다시 깨어나는 과거를 보여 주고, 어떤 문장은 멈춰 버린 순간을 오래 바라보게 하며, 또 다른 문장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의 결과를 비춘다. 때로는 잊고 싶은 아픈 시간을 붙들어 두기도 하고, 때로는 세월을 하나의 종이 뭉치에 눌러 담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든 문장들이 완성되는 순간은, 바카라 속에서가 아니라 독자의 시간 속에서다. 누군가에게는 프루스트의 한 줄이 오래 전의 어떤 오후를 불러낼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이시구로의 마지막 페이지가 자기 삶의 어느 저녁과 겹쳐질 것이다.


이 바카라은 세상의 모든 시간을 담으려는 커다란 기록이 아니다. 오히려 몇 개의 문장 앞에서 잠시 멈추어 서는 작은 정거장이라 할 수 있다. 그 정거장에서 각자의 시간표를 한 번 더 들여다보기를 바랐다. 나는 어떤 시간에서 달아났고, 어떤 시간을 붙들려 했으며, 또 어떤 시간은 내게 아직 깨어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지.


바카라장을 덮으면 이야기는 끝나겠지만 시간은 끝나지 않는다. 이 바카라에 실린 문장들은 이미 한 번 누군가의 삶을 자나왔고, 이제 또 다른 누군가의 삶으로 옮겨갈 것이다. 언젠가 독자가 자신만의 '시간이 들어 있는 문장'을 발견해 적어 내려간다면, 이 바카라의 역할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아직 깨어나지 않은 시간들이 있다. 우리가 잊었다고 믿는 기억들, 아직 말로 꺼내지 못한 후회들. 이 바카라이 그 시간들에게 아주 작게나마 불을 밝혀 주었다면, 그리고 그 불빛 아래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한 번 더 바라보게 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이제 남은 이야기는, 이 바카라을 덮고 난 뒤 각자의 시간에 달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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