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이 엄마]

성장통 #part8

bykossam


몸이 안 좋아 며칠 미뤄둔 일들이

꼬박 열세시간만에 끝났다


낼부터 2박 3일

수련회 가는 딸아이 얼굴도

열한 시가 돼서야 처음 보고

한마디 한다는 게

"짐은 다 쌌어?"

"아니? 아직 하나도 안 쌌는데?"

하루 종일 쌓였던 스트레스가

더 참지 못하고 슬슬 올라왔다


"지금 몇 신데 아직 안 싸고 있어?"

"엄마가 싸줄 거 아닌데 무슨 상관이야?"

"미리 싸 두면 큰일이라도 나니?"

갑자기 찬바람이 쌩 불었다


그냥 잘 넘겨봐야지 하고 있는데

"근데, 내일 도시락 싸야 된대"

"뭐?"

결국 터지고 말았다

"그걸 이제 말하는 거야?"

"깜박했어"

"그런 걸 어떻게 깜박해?

지금 이 시간에 어떡하라고?"

"싸주기 싫으면 관둬! 편의점 가서 사먹으면 돼!"


마음과는 다른 말들이 자꾸만 튀어나왔다

"엄마가 언제 해주기 싫다고 했어?

뭘 잘했다고 큰소리야?"

"그럼 그냥 해주든가!!!"

"시끄러! 들어가서 짐이나 싸!"


그냥 사먹으라 할까

짐이고 도시락이고 무시하고 자버릴까

며칠 전 학부모 모임에서 어떤 분이 한 말까지 떠올랐다

"정말 상관하지 말아야 해요.

그래야 엄마 스스로 힘들지 않아요."

고개를 끄덕였지만 나는 할 수 없는 일처럼 생각됐다


나는 역시 부족한 인간이다

괘씸한 것보다 미안한 게 더 컸으면서

나는 아이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그냥 이 피곤한 상황이 싫었던게지

그게 뭐 그리 큰 잘못이라고

아침 되면 결국 도시락 만들고 있을 거면서

며칠 떨어져 있어야 하니

눈 맞추고 재미있게 잘 다녀오라고

얘기하고 싶었으면서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고 다짐하고 싶었으면서


솔직하지 못한 삐딱이 엄마다

집에서 큰 소리가 나면

냥이 두 마리도 슬슬 눈치를 보다

조용히 사라지고

집안 가득 적막함이 느껴진다


'가기 전에 미안하다고 얘기할 수 있으려나...

다녀오면 꼭 안아줄 수 있으려나...

잠이 오려나...'





[마음에 없는 소리]


반갑다고 말하려다
왜 이제 왔냐 묻습니다

미안하다 말 못하고
네 탓이라 핑계를 댑니다

고맙다고 말하려다
다 알겠지 입을 꾹 다뭅니다

서운하다 말 못하고
괜찮다며 돌아섭니다

마음에는 없는 소리
입술과는 다른 마음

마음으로 하는 소리
입술로도 전해지길

사랑한다 말 못하고
가슴에 넘쳐 눈물이 됩니다


글, 사진: koss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