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어지지 않음으로 완.벽.히 이루어진 어느 꿈 이야기

『쉰하나의 비전퀘스트』 프롤로그

by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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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8일에 10년 치 기록을 정리했다는 포스팅을 하고 21일이 흘렀다. 그리고 어제 11년 차부터 12년 차까지의 기록을 4권의 온라인카지노북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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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고 아니라고 했지만 이 기록들이 나를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신세계로 데려다줄 마법 양탄자가 되어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아니었다면 이리도 촘촘한 기록을 남기는 수고를 감당할 수 있었을 리가 없다. 그런데 그 후로 5년이 흐르는 동안 '차원이 다른' 신세계에 대한 호기심 자체가 줄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 성능 짱짱한 '마법 양탄자'를 공짜로 준다고 해도 50년 동안 알지 못했던 차원이 다른 '신세계' 탐험을 떠날 생각은 1도 없다.


너무 고단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서 푹 쉬게도 해주고, 다른 일이 마음에 걸려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 마음 쓰이는 그 일에 충실히 정성을 쏟아보기도 하고, 어떻게든 17년 전 초심을 되찾게 해 주려고 백방으로 애를 써보는데도 17년 전 마음먹었던 대로 여한 없이 살아본 쉰하나의 나는 완강하기만 하다. 애들도 돌봐야 하고, 힘도 달려서 하고 싶어도 안 될 때는 그리 안달을 하더니 막상 마음껏 해보라니까 관심 없다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인 걸까?


스스로의 삶을 탐험해 온 시간이, 누군가 정설처럼 이야기하던 1만 시간은 진작에 넘긴 지 오래인 시점. 탁월한 전문성이 쌓였는지, 마스터리가 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나로선 더는 할 수 없을 정도로 정성을 다해 살아온 데다 그동안 역시 더는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심히 찾아다닌 강호의 고수들 역시 한때 꿈꾸던 '인생역전'의 마스터키 따위는 갖고 있지 않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게 된 지금. 내가 아니라면 더 이상 무슨 이유가 필요할까?


그렇다면 대체 나는 뭐 하러 그리도 열심히 삶의 기록을 남겨놓았던 걸까? 대체 이 엄청난 분량의 자료는 어떤 쓸모를 갖는 걸까? 무엇보다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는 내 아이들이 이 쓸모없는 일을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게 하는 데 내가 가진 가장 신선한 에너지를 쓰는 것을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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