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편지(2020.1.28)
내가 인생에서 아무것도, 어떤 의미 있는 것도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 내 인생은 그냥 사라지고 있으며 나는 살지 않았다는 불안감, 나는 실수를 저질렀으며 영원히 내 인생은 작은 궤적 속에서 움직일 뿐이라는 불안감들입니다.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나한테서 어떤 의미 있는 것이 나올 수 있겠어요. 이 무슨 오만인지요.
그렇지만 나는 이것을 당신한테만은 말할 수 있습니다. 내 속에 있는 무언가가 '너는 무언가를 이룰 수 있어'하고 나에게 말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이 '무언가를'이 무엇인지 모릅니다만 그것을 느낄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또 나는 그 무언가를 이루지 못할까 봐 불안합니다. 그 무언가를 영원히 상실할까 봐 불안합니다. 영원히 말입니다.
명절 때 읽은 독일 소설 『삶의 한가운데』의 여주인공 니나 부슈만의 고백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변화무쌍한 삶을 살고 있는 여자, 거짓말하지 않고도 세상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본인 자신은 의식하지 못하면서도 몸으로 보여주는 사람. 아무 데서나 충돌하고, 구설수에 오르고, 항상 극단으로 치닫는 당돌한 존재. 한 군데에 천막을 치고 한동안 살면서 정성을 쏟다가 그곳에 대해 알 듯하면 망설임 없이 천막을 거두고 그곳을 떠나는 집시 같은 여자. 가만히 있기보다는 차라리 모험을 선택해 전부를 기꺼이 잃으려고 하는 여자. 소설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목소리를 통해 묘사된 니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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