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회의에서 가장 먼저 말하면 생기는 일

bySH

리더의 의견은 하나의 의견이 아니라, 회의의 기준점이 된다


회의가 시작된다. 리더가 자료를 훑어본 뒤 먼저 이야기한다.


“나는 A안이 맞는 것 같은데, 다들 어떻게 생각해요?”


그리고 한 명씩 의견을 이야기한다. 조금씩 표현은 다르지만 대체로 A안에 동의한다. 몇 가지 보완 의견이 나오고 회의는 예상보다 빨리 끝난다.


리더 입장에서는 꽤 괜찮은 회의다. 자신만 이야기한 것도 아니다. 분명 구성원들에게 의견을 물었고, 모두가 각자의 생각을 말했다. 큰 반대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 질문 하나를 던져볼 수 있다.


리더가 A안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무엇이라고 답했을까?


나는 리더의 발언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무게가 있다고 생각한다. 회의에서 리더가 먼저 말하는 순간, 그것은 단순히 의견 하나가 추가되는 것이 아니다. 이후 사람들이 생각할 범위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리더의 첫마디는 회의의 ‘기준점’이 된다


행동경제학에는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라는 개념이 있다. 사람은 처음 접한 숫자나 정보에 영향을 받아 이후의 판단을 조정하는 경향이 있다.


회의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이번 프로젝트는 3개월이면 가능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요?”


이 질문을 들은 순간 사람들은 완전히 자유롭게 일정을 생각하기보다 ‘3개월’을 중심으로 판단하기 시작한다. 2개월 반은 가능한지, 4개월까지 필요한지 생각한다.


하지만 질문이 달랐다면 어떨까.


“이 프로젝트를 제대로 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까요?”


같은 사람들에게 물어도 전혀 다른 숫자가 나올 수 있다.


리더의 생각이 틀렸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문제는 리더의 생각이 너무 일찍 등장했다는 것이다.


회의에서 첫 번째 의견은 생각보다 강하다. 특히 그것이 의사결정권자의 의견이라면 더 그렇다.


나는 이것을 ‘리더십 중력(Leadership Gravity)’이라고 부르고 싶다.


질량이 큰 물체 주변으로 다른 물체가 끌려가듯, 조직에서는 권한이 큰 사람의 생각 주변으로 다른 사람의 판단이 조금씩 끌려간다.


리더가 의도하지 않아도 그렇다.


사람들은 상사의 말을 듣는 동시에 계산한다


리더가 “편하게 이야기하세요”라고 말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정말 편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구성원은 회의에서 내용만 듣지 않는다. 동시에 맥락을 읽는다.


‘팀장님은 이미 A안을 선호하는 것 같은데.’

‘지금 반대하면 회의가 길어지겠네.’

‘임원에게도 어느 정도 이야기된 것 아닐까.’


‘굳이 내가 반대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인가.’


이 계산은 몇 초 안에 끝난다.


그래서 조직에서 침묵이나 동의는 생각보다 해석하기 어렵다. 정말 동의해서 조용한 것인지, 반대할 만큼 확신이 없어서 조용한 것인지, 말했을 때 생길 비용 때문에 조용한 것인지 겉으로는 구분되지 않는다.


더 흥미로운 것은 리더가 구성원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람이어도 이런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사람인가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권한 자체가 정보에 무게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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