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말하는 비용이 높아질 때 조직은 조용히 망가지기 시작한다
어떤 조직에 문제가 생겼다고 해보자. 제품에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고객의 반응이 예전 같지 않다. 프로젝트 일정도 조금씩 밀리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문제가 대부분 갑자기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알고 있었다. 현장의 직원이 알고 있었고, 회의에 참석했던 사람이 알고 있었고, 데이터를 가장 가까이서 보고 있던 사람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문제가 커진 뒤 이런 말이 나온다.
“사실 처음부터 조금 이상하긴 했습니다.”
나는 조직을 볼 때 이 문장을 중요하게 본다. 왜냐하면 조직의 실패는 종종 ‘아무도 몰랐던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는 알고 있었지만 말하지 않았던 것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조직에는 보이지 않는 가격표가 있다
회사에서 어떤 행동에도 비용이 있다. 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말하는 데도 비용이 있고, 상사의 판단에 질문을 던지는 데도 비용이 있고, 잘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를 멈추자고 제안하는 데도 비용이 있다.
나는 이것을 **‘Voice Cost, 말하기의 비용’**이라고 부르고 싶다.
예를 들어 팀장이 회의에서 “다들 동의하지?”라고 묻는다. 회의실은 조용하다. 그렇다고 정말 모두가 동의한다는 뜻은 아니다. 한 사람은 일정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한 사람은 고객이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또 다른 사람은 이미 비슷한 프로젝트가 실패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머릿속으로 아주 빠르게 계산한다. 내가 굳이 말해야 하나. 말했다가 내가 맡게 되는 것 아닐까. 이미 임원까지 보고된 내용인데 지금 뒤집을 수 있을까. 괜히 분위기 깨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까.
이 순간 조직 구성원이 계산하는 것은 문제의 심각성이 아니다. 말했을 때 내가 치러야 할 비용이다.
그리고 그 비용이 문제를 방치했을 때의 비용보다 크게 느껴지는 순간, 사람은 침묵한다.
조직의 침묵은 무관심 때문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아주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다.
그래서 침묵은 문화라기보다 경제학에 가깝다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한다. “요즘 직원들이 의견을 잘 안 냅니다.” “우리 회사는 소통 문화가 부족합니다.”
하지만 사람에게 용기를 요구하기 전에 먼저 봐야 할 것이 있다. 이 조직에서 발언의 가격이 얼마인가.
문제를 먼저 이야기한 사람이 매번 추가 업무를 맡는 조직이 있다고 해보자. “좋은 의견이네요. 그러면 직접 한번 해보세요.”
처음 한두 번은 적극적으로 제안한다. 하지만 몇 번 반복되면 사람들은 학습한다. 문제를 발견하면 일이 늘어난다.
또 다른 조직에서는 반대 의견을 말할 때마다 “너무 부정적인 거 아니야?”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사람들은 다시 학습한다. 이견은 태도의 문제로 해석된다.
또 실패를 공유하면 해결보다 바카라임자를 찾는 회의부터 시작하는 조직도 있다. 그곳에서는 이런 학습이 일어난다. 문제는 빨리 알릴수록 위험하다.
이쯤 되면 조직은 꽤 위험한 상태에 들어간다.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위로 올라오지 않는 조직이 된다.
겉으로는 평화롭다. 보고서는 깔끔하고 회의에서도 큰 이견이 없고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정상 진행 중’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큰 문제가 터진다.
하지만 사실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다. 조직 내부에서 오랫동안 조금씩 자라고 있었을 뿐이다.
가장 위험한 조직은 갈등이 많은 조직이 아닐 수도 있다
우리는 갈등 없는 조직을 좋은 조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회의가 조용하고, 결정이 빠르며, 구성원들이 리더의 방향에 잘 따른다.
그러나 때로는 갈등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갈등이 표현되지 않고 있을 뿐이다.
NASA의 챌린저 우주왕복선 사고를 연구한 슬롯학자 다이앤 본은 조직이 위험 신호에 익숙해지는 현상을 설명하며 ‘일탈의 정상화(normalization of deviance)’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처음에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반복해서 큰 문제 없이 지나가면 사람들은 점차 그것을 정상이라고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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