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5분혁신.마케팅]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문이 열리기 전, 텅 빈 매장에 낯선 발소리가 울린다. 두바이몰에서는 왕세자가 나서고, 광명에서는 이케아가 움직이고, 스타필드 수원점에서는 접수 10분 만에 마감됐다. 세 도시, 세 브랜드, 하나의 질문. 왜 갑자기 모두가 매장 안에서 달리기 시작했나. 답은 폭염도, 우연도 아니다. 압박과 유휴 자산, 이종 결합과 이해관계, 그리고 서사. 다섯 개의 조각이 맞아떨어진 순간, 평범한 매장이 달리기 코스로 바뀌었다. 이 리포트는 그 조각을 하나씩 분해한다. 다음 몰라톤은 어디서, 무엇으로 나타날까.
1. 요약
쇼핑몰 실내 마라톤은 즉흥적 발상이 아니다. 압박 요인, 유휴 자산, 이종 결합, 이해관계 정렬, 서사 설계라는 다섯 요소가 순차적으로 작동한 결과다. 스타필드 수원점, 이케아, 두바이몰 사례를 근거로 이 구조를 다섯 단계 프로세스로 정리하고, 개인과 기업이 창의적 관점을 도출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2. 몰라톤이란
몰라톤은 쇼핑몰과 마라톤을 합쳐 만든 말이다. 매장이 문을 열기 전 이른 아침, 넓은 통로와 여러 층을 코스 삼아 달리는 실내 러닝 행사를 가리킨다. 오는 30일 스타필드 수원점에서 열리는 대회가 대표적인 예다. 1층부터 6층을 오가는 순환 코스에 5km와 10km 두 종목을 마련했다. 선착순 1000명 모집이 접수 시작 10분 만에 끝났다. 에어컨 바람 아래서 뛴다는 점, 평소에는 걸어 다니던 매장 통로를 전속력으로 달린다는 낯섦이 참가자를 끌어모은다.
3. 배경과 현황
폭염이 길어지면서 야외 러닝 대회가 취소되거나 일정이 밀리는 사례가 늘었다. 서울에서는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온열질환자 144명 중 33명이 마라톤과 관련해 신고됐다. 45년 전통의 미국 트윈시티 마라톤도 내년부터 개최 시기를 10월 중순으로 옮긴다. 이 공백을 쇼핑몰과 백화점이 채우고 있다.
스타필드 수원점, 이케아 광명점과 동부산점, 두바이몰, 홋카이도 윙 베이 오타루까지 실내 공간을 러닝 코스로 전환하는 사례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났다. 두바이는 왕세자가 직접 프로젝트를 지시했다. 참가자 4만명이 몰려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반응이 컸다. 한 도시에서 검증된 형식이 다른 도시로 그대로 옮겨간 셈이다.
4. 구조 분석
사례를 분해하면 다섯 단계가 드러난다.
1) 압박 요인 포착: 폭염이라는 외부 조건이 기존 활동을 막았고, 그 막힘이 새로운 시도의 출발점이 됐다. 막연한 불편이 아니라 온열질환자 수치, 대회 연기 사례처럼 근거로 뒷받침되는 압박이라야 실행 동력이 붙는다.
2) 유휴 자산 조사: 쇼핑몰 개점 전 오전 시간, 아무 가치도 만들지 않던 그 시간대가 러닝 코스로 재배치됐다. 새로 짓지 않고 이미 존재하는 자원을 쓰기 때문에 초기 투자 부담이 낮다.
3) 이종 결합: 운동이라는 영역과 소비 공간이라는 영역은 원래 접점이 없었다. 두 영역을 강제로 붙이면서 시장에 없던 조합이 만들어졌다. 접점이 어색할수록 경쟁자가 먼저 시도했을 가능성은 낮다.
4) 이해관계 정렬: 러너는 냉방된 공간과 색다른 경험을 얻고, 매장은 러닝 참가자를 카페와 팝업 스토어로 유도해 매출을 늘린다. 한쪽만 이득 보는 구조였다면 일회성 행사에 그쳤을 것이다.
5) 서사 설계와 단계적 확장: 이케아 700명에서 스타필드 1000명, 킨텍스 7000명으로 참가 규모가 커졌다. 아쿠아리움 옆을 달리는 경험처럼 공간을 낯설게 만드는 이야기가 참가자 확산을 이끌었다. 처음부터 대규모로 벌이지 않고 반응을 확인하며 키운 순서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5. 적용 방안
이 다섯 단계는 러닝이나 리테일에 한정되지 않는다. 개인은 혼자서, 기업은 조직 차원에서 같은 틀을 쓸 수 있다.
1) 개인: 개인은 승인 절차 없이 이 다섯 단계를 혼자 돌려볼 수 있다. 매일 부딪히는 불편이나 반복되는 짜증을 압박 요인으로 적어본다. 자신이 가진 시간, 인맥, 공간, 기술 중 쓰지 않고 있는 자원을 목록으로 뽑는다. 전혀 다른 두 관심사를 강제로 붙여보고, 그 결합이 자신과 상대방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지 따져본다. 작은 시도부터 해보고, 남에게 들려줄 만한 한 줄짜리 이야기를 붙여 넓혀간다.
2) 기업: 기업은 이 다섯 단계를 신사업 발굴이나 브랜드 캠페인 기획 단계에 넣을 수 있다. 부서 하나가 아니라 압박 요인, 유휴 자산, 결합 후보, 이해관계자 이익을 함께 점검하는 교차 기능 팀을 구성하는 편이 낫다. 매출 데이터나 온열질환자 통계 같은 외부 지표로 압박 요인을 숫자로 확인하고, 쓰이지 않는 매장 시간대나 유휴 부동산, 잉여 인력을 자산으로 등록한다. 접점 없는 사업부 두 곳을 강제로 짝지어 조합안을 만들고, 파일럿 규모로 먼저 실행한 뒤 반응을 지표로 확인하며 넓혀간다.
6. 주의점
압박 요인과 유휴 자산 없이 조합부터 시작하면 억지스러운 이벤트로 끝난다. 반대로 자산 조사까지만 하고 이해관계 계산을 건너뛰면 한 번 하고 마는 반짝 행사에 그친다. 다섯 단계를 순서대로 다 밟을 필요는 없지만, 압박 요인과 이해관계 정렬 두 단계는 생략하면 안 된다.
7. 기대 효과
이 프로세스를 쓰면 아이디어 도출이 감에 의존하지 않는다. 압박 요인과 유휴 자산 두 축만 정리해도 조합할 재료가 눈에 보인다. 이해관계 정렬 단계를 거치면 실행 단계에서 예산이나 협업 부서의 반대에 부딪힐 확률도 줄어든다. 개인은 반복되는 불만을 아이디어의 재료로 바꿀 수 있다. 기업은 신사업 발굴 과정을 감이 아닌 절차로 만들 수 있다. ⓒ혁신가이드안병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