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과 나의 삶

by시원한 바람

돈이 없는 사람이나 돈이 너무 많은 사람은 똑같다. 돈이 주는 의미가 없다. 오징어 게임에 001번이 한 말이다. 순간 아 그렇겠구나. 돈이 너무 많으면 돈이 주는 가치가 퇴색하겠구나. 근데 돈이 없는 사람도 그럴까나. 그런데 이 말은 어디까지나 심한 일반화일 것이다.


나는 돈이 적당히 많다. 사실 돈이 더 많아야 하는 필요를 크게 느끼지 않는다. 그냥 돈이 필요할 때, 병원을 갈 때나, 이탈리아 음식점에 가서 프로세코 한 잔 하고 싶을 때, 아이들이 수박 사달라고 할 때, 돈이 더 있으면 좋지만. 딱히 나는 돈에 대한 갈망이나 욕구는 별로 없다. 이런 말이 좀 재수 없게 들릴 수도 있겠다.


돈이 없고 아쉬울 때도 많았다. 하지만 부족한 것에 나는 둔한 편이라 개의치 않았다. 친구들이 쇼핑가 자고 하면, 그냥 안 가거나, 가서 구경만 하거나 했고, 매 해 같은 계절에 같은 옷을 입어도 질리지가 않았다. 호주에 있을 때는 5시가 넘어야 세일하는 제품을 살 수 있어, 나는 늘 늦은 시각에 장을 보러 갔고, 여행할 돈이 없어서 히치하이킹도 했다. 돈을 벌게 된 지금도 더 큰 갈망은 생기지 않는다. 돈을 펑펑 쓰는 촌스러운 사람을 많이 봐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돈은 써버리는 게 아니고, 모으고 더 크게 굴리는 거라고 평생 보여주신 부모님 덕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소유에 대한 갈망이 없다.


내가 지금 가진 것이 자랑스럽다. 내 가족들, 친구들, 회사 동료들, 선선한 바람, 하늘. 항상 최선의 선택을 해왔고, 어려운 일이 있었지만 그냥 그랬다. 얼마나 이 오징어 게임을 더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결국에는 나도 게임에 탈락이 되거나, 다른 게임장으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남이 정해준 규칙을 따르는 남이 하라고 하는 게임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는 최대한 나로 남고 싶다. 나의 고유성을 발휘하면서. 그게 인간의 길이 맞겠지. 그냥 이 게임에서도 나를 지키면서 더 나은 내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나의 길이겠지.


달력에 적힌 색깔에 따라 움직이는 것도 정해진 규칙대로 사는 것도 점점 지겹지만, 그렇다고 내 삶을 처음부터 무의 상태에서 설계하는 것은 피곤하다. 사실 무엇부터 설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일.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모든 게 새로운 것 같지만, 사실 그 새로움이 반복되면 나중에는 새롭다는 느낌은 사라진다.


그래서 나는 오징어 게임을 언제 끝낼 수 있을까? 나의 아이들도 이 게임을 하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