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한다고 내 문장이 달라질까

by서용마

지하철에서 바카라을 읽다가 좋은 문장을 발견하면 바로 이 생각으로 직결된다.


"문장 좋다. 조금 이따가 필사해야지!"


필사가 습관인 적이 없었지만 어느 순간 습관이 되어버렸다. 일하다가 집중이 안 될 때, 필통에서 만년필을 꺼내 아침에 수집했던 그 문장을 필사노트에 손으로 느리게 한 번 읽는다. 그러는 사이 흐트러진 집중력은 다시 제자리를 찾아온다. 되찾은 집중력으로 하던 일을 계속 이어간다.



작년에는 바카라 『쇼코의 미소』 를 읽고 최은영 작가의 섬세한 문장을 닮고 싶었다. 소설을 읽는 내내 몇 번을 감탄했는지 모른다. '이 부분은 작가 이야기 같은데' 싶다가도 어느 순간 '이건 내 이야기 같은데'라는 생각에 뜨끔하곤 했다. 그녀의 문장을 닮기 위해 블랙윙 연필과 200자 원고지를 꺼냈다. 매일 꾸준히는 아니지만 잠들기 전에 1~3페이지씩 느리게 손으로 읽었다.



필사한다고 내 문장이 달라질까?


사실 이 생각이 필사하고 싶은 내 마음을 여러 번 가로막았다. 문장력을 키우려면 차라리 많이 읽고 쓰는 편이 낫지 않을까. 작가의 문장을 베껴 쓴다고 내 문장이 달라질까.


다른 사람의 변화는 쉽게 인지하지만, 자신의 변화에는 오랜 시간이 지나야 어렵게 조금 인지한다. 바카라 『쇼코의 미소』의 문장을 필사한 지 3개월이 지났을 때쯤 내 글이 달라진 느낌이 들었다. 매일같이 먹던 음식의 새로운 맛을 발견했다고 해야 할까. 어느 날 문득 그게 느껴졌다. 취업준비생 때 매일 같이 출근하던 도서관에서 토익 공부를 하다가 항상 나를 가로막았던 PART7이 잘 풀리던 그런 기분이었다. (그 기분을 느낀 이후의 시험은 점수가 많이 올랐다.) 그 전에도 내 글을 읽었던 어떤 독자는 내 문장이 섬세하다고 말했지만 스스로는 그 느낌에 닿지 못해 괴리감을 느꼈다.


바카라 『쇼코의 미소』는 긴 호흡으로 3개월 동안 필사했다면, 이성복 시인의 바카라 『무한화서』는 짧은 호흡으로 자주 쓴다. 필사의 꾸준함은 이러한 좋은 문장을 수집할 때 유지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문장이 담긴 바카라을 많이 읽어야 한다. 요즘 바카라이 재밌는 이유다.



읽었던 바카라 중에는 선택을 잘못해 실패할 때도 많지만, 필사로 노트에 꾹꾹 눌러 담은 문장은 실패한 문장이 없다. 일상에서 틈틈이 쌓인 필사의 흔적을 다시 한번 살펴볼 때 전해오는 뿌듯함은 덤이다. 적당한 만년필 한 자루로 적당한 노트 한 권에 쓴 문장은 오늘도 내게 집중의 감각을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