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로 집계되지 않지만 조직을 움직이게 하는 일들
회사에는 보고서에 기록되는 일보다 기록되지 않는 일이 더 많다.
누군가는 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관련 부서의 의견을 조율하고, 누군가는 고객의 불만이 커지지 않도록 미리 관계를 관리한다. 경험 많은 직원은 후배가 실수할 가능성을 알아차리고 조용히 방향을 바로잡아 준다. 팀장은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고, 조직의 갈등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수시로 대화한다.
이러한 활동은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매출이나 생산량처럼 숫자로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담당 업무로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경우도 많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성과로 인정받지 못하기도 한다.
조직은 보이지 않는 일의 도움으로 움직이면서도 정작 그 일을 하는 사람은 제대로 보지 못한다.
직무기술서에는 일반적으로 수행해야 할 업무와 바카라임이 정리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업무는 문서에 적힌 내용보다 훨씬 복잡하다.
공식적으로 부여된 직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보여준다면, 현실의 일은 ‘그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 무엇까지 해야 하는가’를 포함한다.
영업 담당자의 직무는 고객을 발굴하고 매출을 창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객의 내부 사정을 파악하고, 계약 조건을 조율하며, 생산과 납기 일정을 확인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관련 부서를 설득해야 한다.
생산관리 담당자는 생산계획을 수립하지만, 현장에서는 작업자의 숙련도와 설비 상태를 고려해 순서를 조정한다. 부족한 자재를 확인하고, 품질 부서와 기준을 협의하며, 납기 차질이 예상되면 영업 부서와 대안을 찾아야 한다.
직무기술서에 기록된 업무는 일의 골격이다. 실제 성과를 만드는 것은 그 골격 사이를 연결하는 수많은 조정과 판단이다.
보이지 않는 일은 불필요한 잡무이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조직의 공식 체계가 현실의 모든 상황을 담을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
회사는 업무를 부서와 직무로 구분하지만, 고객의 요구와 현장의 문제는 부서 경계에 맞추어 발생하지 않는다. 새로운 문제가 나타나면 누군가는 공식적인 담당자가 정해지기 전에 먼저 대응해야 한다.
조직이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보이지 않는 일이 늘어난다. 인원과 사업은 증가했지만 역할과 바카라임이 정비되지 않으면 기존 직원이 업무 사이의 빈 공간을 메우게 된다. 새로운 부서를 만들었더라도 업무 이관이 명확하지 않으면 과거 담당자가 계속 지원하게 된다.
변화가 잦은 조직도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사업, 시스템, 제도가 도입될 때마다 공식적인 업무와 실제로 필요한 업무 사이에 간격이 생긴다. 이 간격을 메우는 활동이 보이지 않는 일로 남는다.
결국 보이지 않는 일은 조직의 빈틈에서 발생한다. 문제는 빈틈 자체보다 그 빈틈을 누가,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메우고 있는지 조직이 알지 못한다는 데 있다.
회사는 측정하기 쉬운 것을 중심으로 성과를 관리하려는 경향이 있다.
매출액, 생산량, 불량률, 비용절감액, 프로젝트 완료율은 비교적 쉽게 숫자로 나타낼 수 있다. 반면 부서 간 조정, 후배 육성, 갈등 예방, 업무지원, 위험의 사전 발견은 정확한 수치로 환산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정량화하기 어려운 일은 성과평가에서 뒤로 밀리기 쉽다.
고객의 불만을 사전에 해결한 사람보다 이미 발생한 불만을 처리한 사람이 더 눈에 띈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점검한 사람보다 사고 발생 후 수습한 사람이 더 큰 공로를 인정받는다. 동료를 수시로 지원해 팀 전체의 성과를 높인 사람보다 자신의 개별 목표에만 집중한 사람이 더 높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예방과 조정이 없었다면 문제가 더 크게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성과는 발생한 결과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손실을 예방하고, 협업을 가능하게 하며, 다른 사람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만든 기여도 포함한다.
보이지 않는 일을 하나의 유형으로 묶으면 제대로 관리하기 어렵다.
먼저 공식 업무를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연결 업무’가 있다. 부서 간 정보 전달, 일정 조율, 이해관계자 협의, 회의 전 사전조정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결과물은 특정 부서에서 만들어지지만 그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여러 사람의 연결 활동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예방 업무’이다. 위험요소 점검, 고객관계 관리, 품질 이상 징후 발견, 갈등의 조기 중재가 대표적이다. 예방 업무는 성공할수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성과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세 번째는 다른 구성원의 업무를 가능하게 하는 ‘지원 업무’이다. 후배의 질문에 답하고, 자료를 찾아주며, 오류를 검토하고, 업무방식을 알려주는 활동이다. 공식적인 교육시간으로 기록되지 않지만 조직의 업무수준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네 번째는 담당자가 명확하지 않은 ‘빈틈 업무’이다. 조직개편이나 신규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일, 여러 부서에 걸쳐 있지만 어느 부서도 바카라임지지 않는 일, 중요하지만 반복되지 않아 직무로 설정되지 않은 일이 이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며 관계를 유지하는 ‘정서적 업무’가 있다. 고객의 불만을 침착하게 받아들이고, 갈등 상황에서 분위기를 관리하며, 구성원의 불안을 줄이는 활동이다. 사람을 상대하는 직무에서는 이러한 일이 실제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평가항목으로 구체화하기 어렵다.
보이지 않는 일을 보이게 하려면 먼저 이름을 붙여야 한다.
‘이것저것 지원했다’, ‘현장을 많이 챙겼다’, ‘중간에서 조정했다’는 표현만으로는 실제 기여를 설명하기 어렵다. 무엇을 위해 어떤 활동을 했는지가 드러나도록 업무를 구체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다른 부서 지원’은 ‘신제품 출시를 위한 생산·품질·영업 일정 조정’으로 바꿀 수 있다. ‘고객관리’는 ‘계약 갱신 위험고객의 불만요인 사전 파악과 해결’로 표현할 수 있다. ‘후배 지도’는 ‘신규 담당자의 업무 오류 예방을 위한 사례교육과 결과물 검토’로 구체화할 수 있다.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문장을 길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활동의 목적과 대상을 분명하게 만드는 일이다.
일에 이름이 생기면 담당자를 정할 수 있고, 투입시간을 확인할 수 있으며, 그 일이 만들어낸 변화를 이야기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일을 기록할 때 단순히 무엇을 했는지만 나열하면 잡무 목록처럼 보이기 쉽다.
회의에 참석했다는 사실보다 그 회의를 통해 어떤 쟁점을 조정했는지가 중요하다. 후배를 지원했다는 사실보다 지원 결과 오류가 어떻게 줄고 업무 숙련이 어떻게 높아졌는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기록의 흐름은 ‘상황–행동–변화’로 구성할 수 있다.
어떤 문제나 필요가 있었는지, 본인이 어떤 판단과 행동을 했는지, 그 결과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고객 불만을 처리했다”보다 “납기 지연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고 생산부서와 대체 일정을 조정해 고객 이탈 위험을 낮췄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정확한 금액이나 비율을 계산하기 어렵더라도 변화의 방향은 설명할 수 있다. 일정 단축, 오류 감소, 재작업 예방, 의사결정 속도 향상, 고객관계 유지, 구성원 숙련도 향상 등이 대표적이다.
모든 성과를 숫자로 바꿀 필요는 없다. 기여의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먼저이다.
보이지 않는 일은 한 번의 활동보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간단한 문의 대응도 하루에 여러 번 반복되면 상당한 업무량이 된다. 한 달에 한 번 발생하는 일이더라도 여러 부서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한다면 난이도와 바카라임이 높을 수 있다.
따라서 업무를 파악할 때는 발생 빈도, 투입시간, 난이도, 영향 범위를 함께 살펴야 한다.
자주 발생하지만 난이도가 낮은 업무는 표준화나 자동화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빈도는 낮지만 영향이 큰 업무는 핵심 바카라임으로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특정 직원에게만 반복적으로 집중되는 지원 업무는 역할 재배분이나 인력 보강이 필요한 신호일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일을 모두 인정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유지해야 할 일, 공식 업무로 전환할 일, 다른 사람에게 분산할 일, 제거할 일을 구분해야 한다.
담당자가 불명확한 일은 대개 시작점과 종료점도 불분명하다.
누가 요청을 접수하는지, 어디까지 수행해야 하는지, 어떤 결과물이 나오면 일이 끝나는지 정해져 있지 않다. 그 결과 바카라임감이 강하거나 경험이 많은 직원이 일을 계속 떠안게 된다.
이를 해결하려면 업무의 흐름을 기준으로 역할을 정리해야 한다.
업무를 요청하는 사람, 실행하는 사람, 의사결정하는 사람, 협의해야 하는 사람, 결과를 공유받는 사람을 구분해야 한다. 동시에 해당 업무가 어떤 조건에서 시작되고 어떤 결과물이 나오면 종료되는지도 명확히 해야 한다.
업무의 경계를 정하는 것은 협업을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협업 과정에서 바카라임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특히 부서 간 업무에서는 “함께 바카라임진다”는 표현을 주의해야 한다. 공동바카라임은 담당자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무바카라임으로 바뀔 수 있다. 최종 바카라임자는 한 명으로 정하되 필요한 협업자를 구체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일을 평가에 반영하려고 모든 활동에 점수를 부여하면 오히려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동료를 도운 횟수, 회의 참석 횟수, 고객과 통화한 횟수만 집계하면 활동량은 보이지만 기여 수준은 드러나지 않는다. 숫자를 만들기 위한 불필요한 활동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정량지표와 정성판단을 함께 활용해야 한다.
정량지표는 업무량과 변화의 규모를 보여준다. 정성평가는 문제의 난이도, 판단의 적절성, 협업 기여, 위험 예방 수준을 설명한다. 여기에 업무를 요청하거나 결과를 활용한 동료의 의견을 참고하면 평가의 타당성을 높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평가항목을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공식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누가 조직의 연결, 예방, 지원 기능을 수행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개인성과뿐 아니라 팀성과에 대한 기여를 함께 보아야 보이지 않는 일이 평가의 언어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업무의 빈틈은 대개 바카라임감이 강한 사람이 메운다.
조직의 사정을 잘 알고, 주변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며, 문제가 생기면 먼저 나서는 사람이 공식적인 역할 밖의 일을 맡게 된다. 처음에는 자발적인 협력으로 시작하지만 반복되면 당연한 바카라임으로 인식된다.
성과평가에서는 자신의 목표를 충분히 달성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조직을 위해 사용한 시간은 기록되지 않고, 그로 인해 부족해진 개인 업무만 결과로 남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구성원은 두 가지 방식으로 반응한다. 더 이상 주변을 돕지 않거나, 조직을 떠난다.
보이지 않는 일을 관리한다는 것은 모든 수고에 보상하겠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특정 구성원의 선의와 희생에 의존해 운영되는 조직구조를 바로잡는 일이다.
보이지 않는 일을 발견했다고 해서 모든 활동을 보고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
지나치게 세밀한 업무기록은 구성원의 피로를 높이고 조직의 자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업무를 보이게 만드는 목적은 누가 몇 분 동안 무엇을 했는지 감시하는 데 있지 않다.
어떤 일이 실제로 조직을 움직이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바카라임과 권한을 배분하며, 반복되는 비효율을 개선하는 데 목적이 있다.
중요하지만 비공식적으로 수행되는 일은 공식 역할로 전환해야 한다. 특정 직원에게 편중된 일은 재배분해야 한다. 반복되지만 가치가 낮은 일은 단순화하거나 제거해야 한다. 업무의 성격이 달라졌다면 직무기술서와 평가기준도 함께 수정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일을 보이게 하는 순간 조직은 사람의 헌신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업무를 설계하는 방식으로 이동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 뒤에는 수많은 연결과 조정이 존재한다.
누군가 문제를 미리 발견했고, 관련자를 설득했으며,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고, 다른 사람의 실수를 막았다. 이러한 활동이 있었기 때문에 매출이 발생하고, 납기가 지켜지며, 고객이 남고, 조직이 안정적으로 운영된다.
기업이 보이지 않는 일을 보지 못하면 실제 기여자를 놓치게 된다. 업무량을 잘못 판단하고, 역할을 부적절하게 배분하며, 평가에 대한 신뢰도 잃게 된다.
모든 일을 숫자로 만들 수는 없다. 그러나 모든 일을 설명할 수 없는 상태로 내버려 둘 필요도 없다.
일에 이름을 붙이고, 목적과 기여를 연결하며, 빈도와 난이도를 확인하고, 역할의 경계를 정하면 보이지 않던 일이 조직의 언어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좋은 조직은 눈에 잘 띄는 성과만 관리하지 않는다. 그 성과가 가능하도록 조용히 연결하고, 예방하고, 지원하는 일까지 함께 바라본다.
보이지 않는 일을 보이게 한다는 것은 사람의 수고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조직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발견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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