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RC로 다시 설계하는 고객가치와 사업의 구조
“무엇을 새롭게 추가할 것인가?”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서비스를 확대하고, 인력을 보강하며, 마케팅 예산을 늘리는 방식이다.
그러나 경쟁사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기업의 비용은 증가하지만 고객이 체감하는 차이는 크지 않을 수 있다. 기능은 많아지고 서비스는 복잡해지지만, 정작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약해지는 상황도 발생한다.
전략은 모든 것을 더 잘하는 일이 아니다. 고객에게 중요하지 않은 요소를 과감히 없애고, 과도하게 제공하던 요소를 줄이며,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를 강화하고, 기존 시장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선택의 과정이다.
ERRC는 이러한 전략적 선택을 네 가지 질문으로 구조화한 도구이다.
ERRC는 다음 네 단어의 첫 글자를 결합한 용어이다.
Eliminate는 제거, Reduce는 감소, Raise는 향상, Create는 창조를 의미한다.
ERRC는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 서비스, 업무방식, 고객경험과 비용구조를 네 가지 관점에서 재검토하는 전략 도구이다. 기존 요소를 무조건 추가하거나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없애고 줄이고 높이고 새롭게 만들 것인지를 동시에 검토한다.
ERRC의 네 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업계가 오랫동안 당연하게 유지해 왔지만, 이제는 고객가치에 크게 기여하지 않는 요소를 찾는 질문이다.
기업 내부에서는 오래된 관행이 필요성보다 익숙함 때문에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고객이 원하지 않는 서비스, 사용하지 않는 기능, 형식적인 보고, 중복된 승인 절차, 효과가 낮은 판촉 활동 등이 대표적이다.
제거는 단순한 비용절감이 아니다. 불필요한 요소를 없애 기업의 자원을 더 중요한 가치에 집중시키는 전략적 선택이다.
업계의 일반적인 수준보다 과도하게 제공하거나 투입하고 있는 요소를 줄이는 질문이다.
모든 서비스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다만 고객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비용과 자원이 들어가는 요소는 적정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 지나치게 다양한 제품 종류, 과도한 포장, 불필요하게 긴 회의, 복잡한 상품 설명, 과잉 재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감소의 핵심은 품질을 무조건 낮추는 것이 아니다. 고객이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부분에서 과잉을 제거하는 것이다.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기존 시장에서 충분히 충족되지 못하고 있는 요소를 업계 평균보다 높이는 질문이다.
고객이 제품을 선택하는 이유는 모든 기능이 우수하기 때문이 아니다. 자신에게 중요한 몇 가지 가치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편리성, 신뢰성, 속도, 안전성, 접근성, 전문성, 사후관리 등이 대표적인 향상 요소가 될 수 있다.
향상은 경쟁사가 중요하게 보는 기준이 아니라 고객이 실제로 중요하게 평가하는 기준을 높이는 활동이어야 한다.
기존 업계에서 제공하지 않았던 새로운 가치 요소를 만드는 질문이다.
창조는 단순히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새로운 서비스 방식, 수익모델, 고객경험, 이용절차, 유통방식, 관계 형성 방식도 포함한다.
고객이 기존에는 기대하지 못했지만 경험한 이후에는 포기하기 어려운 가치를 만드는 것이 창조의 핵심이다.
ERRC는 김위찬과 르네 마보안이 정립한 블루오션 전략의 핵심 분석 도구이다. 두 연구자는 기업이 기존 경쟁구도 안에서 경쟁사를 따라가는 방식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만들기 어렵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경쟁이 치열한 기존 시장에서 점유율을 빼앗는 대신, 새로운 수요와 시장공간을 창출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Blue Ocean Strategy)
블루오션 전략의 중심 개념은 가치혁신이다.
가치혁신은 차별화와 저비용을 서로 반대되는 목표로 보지 않는다.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요소는 제거하거나 줄여 비용을 낮추고,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높이거나 새롭게 만들어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한다.
일반적인 경쟁전략에서는 차별화를 강화하면 비용이 증가하고, 비용을 낮추면 가치가 감소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ERRC는 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한다.
Eliminate와 Reduce는 비용구조를 개선하고, Raise와 Create는 고객가치를 강화한다. 네 가지 활동을 균형 있게 추진하면 비용을 낮추면서도 고객가치를 높이는 새로운 전략적 위치를 만들 수 있다.
ERRC를 활용할 때 가장 흔한 실수는 네 개의 칸에 적당한 항목을 하나씩 적는 것이다. 그러나 ERRC는 아이디어 정리표가 아니다. 기업이 경쟁하는 기준 자체를 재설계하는 도구이다.
산업에는 오랫동안 반복되면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관행이 존재한다.
은행은 지점이 많아야 한다
교육은 정해진 시간에 집합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호텔은 부대시설이 많아야 한다
병원은 대기시간이 길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내용이 많을수록 충실하다
그러나 이러한 관행이 지금도 고객가치를 만드는지는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ERRC는 “왜 이것을 계속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한다면 제거하거나 줄일 대상일 가능성이 크다.
기업은 경쟁사를 분석하면서 자사에 부족한 기능을 찾는다. 경쟁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자사도 제공하고, 경쟁사가 기능을 늘리면 자사도 기능을 추가한다.
이러한 방식이 반복되면 기업 간 차이는 줄어들고 비용만 증가한다.
ERRC는 경쟁사가 무엇을 하는가보다 고객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따라서 고객의 구매이유, 불만, 불편, 포기요인과 비고객이 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를 함께 분석해야 한다.
많은 기업이 Raise와 Create에는 적극적이지만 Eliminate와 Reduce에는 소극적이다.
새로운 것을 추가하는 결정은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기존 업무를 없애거나 줄이는 결정은 저항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거와 감소 없이 향상과 창조만 추진하면 조직의 비용과 복잡성이 계속 증가한다.
ERRC에서 네 가지 요소는 독립된 활동이 아니다.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고 줄여 확보한 자원을 핵심가치의 향상과 새로운 가치의 창조에 재배분해야 한다.
ERRC는 신사업이나 제품개발에만 사용하는 도구가 아니다. 고객가치와 자원배분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 거의 모든 경영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기존 산업의 경쟁요소를 분석하고 새로운 사업모델을 설계할 때 활용할 수 있다.
기업은 가격, 품질, 기능, 브랜드, 유통, 서비스, 접근성 등 현재 시장의 경쟁요소를 도출한 후 제거·감소·향상·창조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경쟁사보다 조금 나은 상품이 아니라, 경쟁 기준이 다른 사업을 설계할 수 있다.
제품 기능이 많아질수록 고객가치가 반드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사용하지 않는 기능은 오히려 가격을 높이고 사용을 어렵게 만든다.
ERRC를 활용하면 사용률이 낮은 기능은 제거하고, 과도한 사양은 줄이며, 핵심 기능의 편리성과 성능은 높이고, 새로운 사용경험을 추가할 수 있다.
고객은 구매 결과만 평가하지 않는다. 검색, 비교, 문의, 주문, 결제, 배송, 사용, 사후관리까지 전체 과정을 경험한다.
고객 여정별로 반복 입력, 대기, 복잡한 인증, 불필요한 서류는 제거하고, 처리단계와 이동은 줄이며, 안내의 정확성과 응답속도는 높이고, 실시간 확인이나 맞춤형 지원은 새롭게 만들 수 있다.
ERRC는 조직 내부의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형식적인 회의와 중복 보고는 제거하고, 결재단계와 보고서 분량은 줄이며, 의사결정 속도와 정보 공유 수준은 높이고, 데이터 기반 협업방식이나 새로운 권한위임 체계를 만들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단순한 업무 축소가 아니라 성과를 방해하는 활동을 줄이고 성과에 직접 기여하는 활동을 강화하는 것이다.
교육과정에서도 ERRC를 활용할 수 있다.
현업과 관계가 적은 이론 중심 내용은 제거하고, 강사 중심 설명시간은 줄이며, 사례분석과 실습 비중은 높이고, 현업 과제와 코칭을 연계한 학습방식을 새롭게 만들 수 있다.
성과관리에서는 불필요한 평가지표를 제거하고, 평가서 작성 부담은 줄이며, 목표의 명확성과 피드백의 질은 높이고, 상시 대화 기반의 성과지원 체계를 만들 수 있다.
ERRC의 대표적인 사례는 캐나다의 공연기업 태양의 서커스이다.
전통적인 서커스는 동물공연, 유명 곡예사, 광대, 여러 개의 동시 공연장과 어린이 중심의 오락에 의존했다. 그러나 동물 유지비와 유명 공연자 비용은 높았고, 관객의 관심은 다른 오락산업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태양의 서커스는 기존 서커스의 경쟁방식을 그대로 따르지 않았다.
동물공연과 유명 스타 중심 구조를 제거하고, 과도한 익살과 여러 공연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을 줄였다. 대신 공연장의 품격, 예술성, 음악, 무대연출과 관람환경을 높였다. 여기에 서커스와 연극을 결합한 이야기 중심의 공연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어린이 중심의 저가 오락이었던 서커스를 성인과 기업고객도 선택하는 고급 공연예술로 전환했다. 기존 서커스와 직접 경쟁하기보다 공연예술이라는 새로운 시장공간을 만든 것이다. (Blue Ocean Strategy)
지역 한의원이 매출 정체를 해결하기 위해 광고비를 지속적으로 늘린다고 가정해 보자. 광고를 확대하면 신규 환자가 일시적으로 증가할 수 있지만, 상담·진료·사후관리 체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재방문으로 연결되기 어렵다.
ERRC 관점에서는 다음과 같이 접근할 수 있다.
제거 영역에서는 효과가 낮은 무차별 할인과 형식적인 문자 발송을 없앤다.
감소 영역에서는 과도한 광고 의존과 지나치게 많은 진료상품 구성을 줄인다.
향상 영역에서는 초진 상담의 전문성, 치료계획 설명, 대기시간 관리와 재방문 안내의 정확성을 높인다.
창조 영역에서는 환자 상태별 치료 로드맵, 치료경과 확인, 생활습관 코칭과 예약 후 사후관리 체계를 만든다.
이 사례에서 핵심은 마케팅 활동을 단순히 확대하는 것이 아니다. 환자가 한의원을 선택하고 신뢰하며 다시 방문하는 전체 구조를 재설계하는 것이다.
기존의 기업교육은 정해진 시간 동안 강사가 많은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교육생은 내용을 이해하더라도 현업에서 활용하지 못할 수 있다.
ERRC를 적용하면 형식적인 이론과 중복 설명은 제거하고, 일방적인 강의시간과 교재 분량은 줄일 수 있다. 반면 현업 사례, 실습, 피드백과 토론의 비중은 높일 수 있다. 여기에 사전진단, 현업 과제, 교육 후 코칭과 성과 확인을 연계한 학습체계를 새롭게 만들 수 있다.
이 경우 교육의 경쟁요소는 강의시간이나 교재 분량에서 현업 적용도와 성과창출로 이동한다.
ERRC를 작성하기 전에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할 때 비교하는 요소를 명확히 해야 한다.
가격, 품질, 접근성, 속도, 디자인, 전문성, 편리성, 신뢰성, 사후관리와 같은 경쟁요소를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경쟁요소가 명확하지 않으면 ERRC는 추상적인 아이디어 목록에 그칠 수 있다.
현재 고객만 조사하면 기존 서비스 개선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구매를 중단한 고객, 경쟁사를 선택한 고객, 해당 상품을 전혀 이용하지 않는 비고객이 왜 시장에 들어오지 않는지를 살펴야 새로운 가치창출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
고객의 만족요인보다 불편, 포기, 회피와 대체 행동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은 새로운 것을 추가하는 데 익숙하지만 기존 것을 없애는 데에는 신중하다. 따라서 ERRC를 작성할 때 Create부터 시작하면 새로운 사업과 업무만 늘어날 수 있다.
Eliminate와 Reduce를 먼저 검토한 후, 확보된 자원과 역량을 Raise와 Create에 연결하는 순서가 효과적이다.
ERRC가 아이디어 단계에서 끝나지 않으려면 실행지표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대기시간을 줄인다는 방향은 평균 대기시간, 예약 준수율과 고객 불만 건수로 관리할 수 있다. 상담 품질을 높인다는 방향은 상담 만족도, 전환율, 재방문율과 설명 이해도로 확인할 수 있다.
전략은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무엇이 실제로 달라졌는지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은 혁신을 새로운 기술, 기능, 서비스의 추가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고객이 원하지 않는 요소를 계속 유지하면서 새로운 것을 더하면 복잡성만 증가한다.
혁신의 첫 단계는 무엇을 더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그만둘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비용절감은 종종 품질저하와 연결된다. 그러나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활동을 제거하면 비용을 줄이면서 핵심가치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모든 비용을 동일하게 줄이는 것이 아니다. 비핵심 비용은 줄이고 핵심가치에 대한 투자는 높이는 선택적 자원배분이다.
차별화는 기능의 수나 서비스의 양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부 요소에서는 높은 가치를 제공하고, 중요하지 않은 요소에서는 과감하게 단순화해야 한다. 명확한 차별화는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가 분명할 때 만들어진다.
ERRC를 작성하는 것만으로 전략이 실행되지는 않는다.
제거하기로 한 업무가 계속 유지되고, 줄이기로 한 예산이 그대로 집행되며, 높이기로 한 서비스에 인력과 자원이 배치되지 않는다면 전략은 문서에 머문다.
ERRC의 결과는 예산, 조직, 인력, 프로세스와 성과지표에 반영되어야 한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기업은 더 많은 것을 제공하려 한다. 더 많은 기능, 더 많은 서비스, 더 많은 상품, 더 많은 보고와 더 많은 관리가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고객은 기업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는지를 평가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필요한 가치가 얼마나 정확하고 편리하게 제공되는지를 평가한다.
ERRC는 기업에 네 가지 질문을 던진다.
지금까지 해왔지만 이제는 없애야 할 것은 무엇인가?
필요 이상으로 제공하고 있어 줄여야 할 것은 무엇인가?
고객을 위해 더 높은 수준으로 강화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기존 시장에 없지만 새롭게 만들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좋은 전략은 모든 것을 잘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제한된 자원을 고객가치가 높은 영역에 집중하는 선택이다.
ERRC의 진정한 의미는 네 개의 칸을 채우는 데 있지 않다. 기업이 당연하게 반복해 온 경쟁방식을 의심하고, 고객이 선택할 새로운 이유를 다시 설계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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