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가 많다는 것에대한 진실
'요즘 너무 바빠요.'
온라인 게임인이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는 말이다. 회의실로 뛰어가면서도 바쁘고, 점심을 10분 만에 먹으면서도 바쁘고, 퇴근 시간이 지나도 메신저 알림이 울리면 바쁘다고 말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실제로 일을 많이 하는 사람보다 일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이 더 자주 '바쁘다'는 말을 한다는 점이다.
온라인 게임생활 초년차 시절 한 인사팀 담당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매일 야근을 했다. 바카라상 위에는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메신저는 쉴 새 없이 울렸다. 누가 봐도 가장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었다.
하지만 정작 팀장은 그를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이유는 의외였다. '항상 바쁜데 성과는 안 보인다.'
반면 같은 팀의 다른 직원은 정시 퇴근을 자주 했다. 그런데 성과평가에서는 늘 상위권이었다. 왜 그럴까. 첫 번째 직원은 업무에 끌려다녔다. 두 번째 직원은 업무를 관리했다.
결국 바쁨의 본질은 업무량이 아니다. 통제력이다.
내가 일을 관리하는가, 아니면 일이 나를 관리하는가.
바쁨은 물리적 시간 부족이 아니라 심리적 주도권 상실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결국 바쁘다는 말의 본질은 시간 부족이 아니라 시간 통제 실패에 있다.
온라인 게임인의 업무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일상업무와 돌발업무이다. 많은 사람들이 둘을 구분하지 못한 채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늘 시간에 쫓긴다.
일상업무는 BA(Business As Usual, 평상시 업무)이다. 매일 반복되는 보고, 매주 진행되는 회의, 매월 수행하는 실적 취합, 분기별 평가 업무가 이에 해당한다. 발생 시점도 알고 있다. 해야 하는 이유도 안다. 심지어 방법도 알고 있다.
그런데 왜 바쁠까. 문제는 업무가 아니라 방식에 있다.
한 제조기업의 경영관리팀 사례이다.
매월 실적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평균 4일이 걸렸다. 팀원들은 늘 바쁘다고 말했다.
분석해 보니 놀라운 사실이 발견됐다.
보고서의 80%가 전월 보고서와 동일한 형식이었다. 매번 새로 만드는 것이 문제였다.
결국 템플릿을 만들고 자동 집계 기능을 적용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4일 걸리던 업무가 반나절로 줄었다.
업무량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체감 바쁨은 크게 줄었다. 일상업무는 개선할 수 있다. 반복되는 업무는 결국 시스템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반면 돌발업무는 다르다. AH(Ad-Hoc, 임시 업무)라고 부른다. 상사의 갑작스러운 요청, 고객사의 긴급 클레임, 시스템 장애, 감사 대응, 갑작스러운 경영진 보고 등이 속한다.
문제는 이런 업무가 기존 계획을 모두 무너뜨린다는 점이다.
오전 9시에 세운 계획이 오전 10시에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도 흔하다.
실제로 한 교육 담당자는 이런 경험을 이야기했다.
'오늘은 교육 결과 분석을 끝내려고 했어요.' 그런데 오전에 임원 요청 자료가 들어왔다. 오후에는 교육장 시설 문제가 발생했다. 저녁에는 고객사 문의 대응이 이어졌다. 결국 원래 하려던 업무는 하나도 못했다.
문제는 업무량이 아니다.
업무 전환 비용이다. 한 번 집중이 끊기면 다시 몰입 상태로 돌아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돌발업무는 실제 작업 시간보다 훨씬 큰 피로감을 남긴다. 우리가 퇴근 후 녹초가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바쁨에는 원인이 있다. 원인을 모르면 해결도 어렵다.
성과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조직일수록 직원들은 더 바쁘다. 왜냐하면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떤 부서장은 이런 말을 했다. '우리 팀은 모두 열심히 일하는데 성과가 안 나온다.'
원인을 분석해 보니 KPI가 없었다. 모든 일이 중요했다. 모든 요청이 긴급했다. 모든 보고가 최우선이었다. 결국 직원들은 쉬운 일부터 처리했다. 중요한 일은 계속 뒤로 밀렸다.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바쁨만 남았다.
명확한 KPI는 업무의 나침반 역할을 한다.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많은 온라인 게임인이 경험하는 대표적인 비효율이 있다.
'다시 해오세요.' 보고서를 다 만들었는데 방향이 다르다고 한다.
자료를 다 취합했는데 원하는 내용이 아니라고 한다. 결국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한 HRD담당자는 교육 체계도를 만드는 데 2주를 사용했다.
그런데 임원 보고 직전에 말했다. '내가 원한 건 이런 형태가 아니야.' 결국 다시 만들었다.
문제는 역량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완료 기준을 맞추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 DoD(Definition of Done, 완료의 정의)를 명확히 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재작업을 줄일 수 있다.
업무가 지연되는 조직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누가 결정해야 하는지 모른다. 누가 바카라임자인지 모른다. 누가 최종 승인자인지도 모른다.
회의는 길어지고 결정은 늦어진다. 사람들은 계속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바쁘지만 진도는 나가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R&R이 불명확한 조직의 모습이다.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다. 바쁨을 관리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문제가 발생한 후 해결하는 것보다 발생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실제로 뛰어난 실무자들은 질문을 잘한다.
'언제까지 필요한가요?'
'최종 사용 목적은 무엇인가요?'
'보고 대상은 누구인가요?'
'어떤 형식으로 제출하면 되나요?'
업무를 받자마자 확인한다. 그래서 방향을 틀릴 가능성이 낮다.
반면 초보자는 일단 시작한다. 그리고 나중에 수정한다. 결국 더 바빠진다.
한 교육 컨설팅 회사의 우수 컨설턴트는 모든 업무에 템플릿을 사용했다. 제안서 템플릿, 보고서 템플릿, 메일 템플릿, 회의록 템플릿, 체크리스트, 심지어 고객 응대 문구까지 정리해 두었다.
처음에는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업무 속도는 압도적으로 빨라졌다. 준비는 미래의 시간을 사는 투자이다.
실무자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는 문제를 혼자 해결하려는 것이다. 그러다 상황이 악화된다. 한 공장의 생산관리 담당자는 설비 이상을 발견했다. 하지만 혼자 해결하려 했다. 결국 생산 중단으로 이어졌다.
반면 우수한 실무자는 다르다. 문제를 발견하면 즉시 공유한다. 완벽한 해결바카라이 없어도 공유한다. 초기 대응이 빠를수록 문제는 작아진다. 위기는 대부분 사건 자체보다 늦은 보고에서 시작된다.
예전에는 바쁜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밤늦게까지 남아 있는 직원, 주말에도 메일을 보내는 직원, 회의가 끝나자마자 뛰어가는 직원이 그랬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이제 조직은 얼마나 바쁜지를 평가하지 않는다. 얼마나 효과적으로 일하는지를 평가한다. 진짜 프로페셔널은 바쁘다는 말을 자주 하지 않는다. 그들은 일을 예방하고 준비한다. 우선순위를 정한다. 시스템을 만든다. 반복 업무를 자동화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대응한다. 그리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결국 일을 잘하는 사람과 바쁜 사람의 차이는 단 하나이다. 일을 처리하는가, 아니면 일을 관리하는가.
오늘도 '바쁘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면 스스로에게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 정말 일이 많은 것인가, 아니면 내가 아직 일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업무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다.
진정한 업무 역량은 주어지는 일들을 무비판적으로 쳐내는 속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업무 환경을 설계하고 통제하는 힘에 있다.
무조건적인 바쁨을 훈장처럼 여기던 과거의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상업무는 시스템화하여 시간을 확보하고, 돌발업무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여백을 만들어두는 것이 핵심이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향해야 할 방향은 수동적인 바쁨이 아닌, 명확한 기준과 바카라임 하에 이루어지는 능동적인 성과 창출이다.
내게 주어진 가장 희소한 자원인 시간을 완벽하게 통제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일 잘하는 프로페셔널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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