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 위에 높이 솟은 고이노보리의 의미

- 재미진 일본문화 이야기 13 -

by일 시 작

해마다 5월 5일이 되면 놀이공원이든 어디든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곳이면 상당히 북적인다. 푸른 새싹과 더불어 뛰노는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날이기 때문이다. 지나가는 꼬마들의 환한 웃음에서 어른들도 행복을 느끼는 그런 날이며 그런 시간이다.


같은 날 이웃나라의 풍경은 어떨까?

오늘은 일본의 5월 5일을 미리 들여다보려 한다.


일본 역시 5월 5일은 어린이날로 단고노셋쿠(端午(たんご)の節句(せっく))라고도 한다. 3월 3일 여자아이를 위해 히나마츠리 축제를 열었다면, 이날은 주로 남자아이를 위한 행사를 하는 날이다. 처음부터 남자아이만을 위한 날은 아니었는데 이는 전통명절인 단오와 관련이 깊다.


원래는 우리의 단오처럼 창포를 이용해 액을 물리치고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보편적인 계절행사였으나, 에도시대(江戸時代)에 들어 무사계급의 영향으로 무가(武家)에서 대를 잇는 남자아이의 성장을 기원하는 날이 되었다. 여기엔 창포(菖蒲)의 일본 발음 쇼~부(しょうぶ)와 무예를 숭상한다는 뜻의 단어 尚武 쇼~부(しょうぶ)의 발음이 같아 무사집안에서 남자아이의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로 발전했다는 설도 있다.

이 날이 되면 집 앞이나 베란다 장대에 커다란 물고기 모양의 깃발을 매달아 두는데 이를 고이노보리(鯉(こい)のぼり)라 한다. 일본어로 고이(鯉(こい))는 잉어다.

왜 ‘잉어’일까?

잉어가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 결국 용이 된다는 중국의 등용문 전설에서 유래된 것으로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고 크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장식을 넘어 아이의 성공과 미래를 응원하는 상징인 것이다.

장대 위에 높이 솟은 고이노보리

집안에는 무사인형과 함께 갑옷과 투구 등을 장식하는데 이를 오월인형(고가츠닝쿄~五月人形(ごがつにんぎょう))라 한다. 갑옷과 투구는 옛날부터 생명을 지키는 상징으로 전쟁도구가 아닌 몸을 보호하는 의미로 생각되어 아이의 건강과 성장을 기원하는 풍습이 된 것이다. 갑옷과 투구에는 질병과 사고를, 활과 화살과 칼에는 나쁜 기운을 쫓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오월안형(무사인형과 갑옷.투구)


음식으로는 지마키나 가시와모치를 먹는다.

지마키(ちまき)는 찹쌀, 쌀가루 등으로 만든 떡을 삼각형이나 원추형으로 만들어 작은 대나무 잎으로 감싸 짚이나 갈대 줄기 등으로 묶은 음식으로 찌거나 삶아서 잎을 벗겨 먹는다.

지마키


가시와모치(柏餅(かしわもち))는 팥소를 넣은 찹쌀떡을 떡갈나무 잎으로 감싼 음식이다. 떡갈나무 잎은 새싹이 자랄 때까지 오래된 잎이 떨어지지 않기에 이 떡을 먹으며 아이가 무사히 성장하기를 기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가시와모치

예전에는 여자아이의 건강과 성장을 바라는 3월 3일은 모모노셋쿠((桃(もも)の節句(せっく)), 남자아이의 건강과 성장을 바라는 5월 5일은 단고노셋쿠((端午(たんご)の節句(せっく))라 했으나, 1948년 일본 정부는 5월 5일을 법정 공휴일인 고도모노히(子供(こども)の日(ひ))로 지정하며 모든 어린이의 행복을 기원하는 날로 범위를 넓혔다. 어린이날이 법정 공휴일이라면 단고노셋쿠는 예로부터 이어져 온 전통행사라는 차이가 있다.


긴 시간 이어져 온 단고노셋쿠의 색채가 짙다 보니 여전히 5월 5일은 남자아이의 성장을 축하하는 전통적인 분위기가 강하긴 하지만, 현대 일본의 어린이날은 오랜 전통인 단고노셋쿠의 풍습 위에 모든 어린이를 아끼는 마음이 더해진 복합적인 기념일이라고 할 수 있다.


시대가 변하고 명칭이 바뀌어도 자녀가 거친 세상의 파도를 힘차게 거슬러 올라가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만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장대에서 휘날리는 고이노보리처럼 모든 아이들이 푸른 하늘과 더불어 힘차게 뛰어놀며 자라기를 진심으로 응원해 본다. 아이들은 존재 자체가 빛이니까.


옆집에 세 살 먹은 남자아이가 있는데 오늘 만나면 더 반갑게 인사해 줘야겠다.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일본의 벚꽃 축제  하나미가 갖는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