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억하는 그 사람
(영화 [어 퓨 굿 맨]과 [미저리]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한 작품으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 천재 감독들도 있습니다. 반대로 꾸준히 오래 활동하면서 한 사람의 인생 곳곳에 영화들을 선물했던 고마운 감독들도 있죠. 저에게는 "롭 라이너"가 만든 영화들이 저의 인생 곳곳에서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 (1984)
사랑에 눈뜰 때 (1985)
스탠 바이 미 (1986)
프린세스 브라이드 (1987)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1989)
미저리 (1990)
어 퓨 굿 맨 (1992)
노스 (1994)
대통령의 연인 (1995)
미시시피의 유령 (1996)
스토리 오브 어스 (1999)
알렉스 & 엠마 (2003)
그녀가 모르는 그녀에 관한 소문 (2005)
버킷 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2007)
플립 (2010)
매직 오브 벨 아일 (2012)
산타모니카 인 러브 (2014)
찰리 되기 (2015)
LBJ (2016)
충격과 공포 (2017)
Spinal Tap II (2024)
위의 리스트는 롭 라이너 감독의 작품들입니다. 참 대단한 필모그래피네요. 많은 사람들이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필두로 로맨틱 코미디와 드라마 장르의 대가로 그를 기억할 것입니다. 그런 세간의 인식과는 다르게 매우 이질적인 그의 영화 두 편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영화 [어 퓨 굿 맨]과 [미저리]입니다.
영화 [어 퓨 굿 맨]은 저에게 처음으로 법정 영화의 참맛을 알게 해 준 영화입니다. 지상파 TV의 성우 더빙판으로 영화를 접했던 것이 행운이었습니다. 자막의 압박 없이 재판 공방을 오롯이 만끽할 수 있었거든요. 젊은 시절의 "톰 크루즈"의 모습도 좋았지만, 역시 이 영화는 "잭 니콜슨"의 영화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참, "데미 무어"도 나옵니다.)
배우들의 명성에 가렸지만 롭 라이너의 연출도 매우 탄탄했었죠. 그가 감독이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만큼 한 가지 스타일에 매몰되지 않고 유연한 연출력을 선보인 그의 내공이 대단하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변신이 정점을 찍었던 영화는 따로 있습니다.
영화 [미저리]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성공으로 스타덤에 오른 롭 라이너 감독이 다음 작품으로 선택한 영화였습니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공포"로 급선회를 한 것이죠.
아직도 [미저리]를 보면 무섭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저에게 이 영화는 10 손가락 안에 드는 공포영화입니다. 별다른 장치 없이 이런 극한의 공포감을 만들어냈던 롭 라이너의 연출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자 주인공 "캐시 베이츠"는 아직도 저에게는 미저리의 그녀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남자 주인공 "제임스 칸"은 오랜 슬럼프 끝에 이 영화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던 기억이 나네요.
"롭 라이너"감독이 2025년 12월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비극적인 죽음이라 더 큰 충격이었죠. 그의 작품들은 아직까지도 저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영양분입니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아직도 저에게 1순위 로맨스 영화이고, [스탠 바이 미]는 성장 영화의 바이블로 저의 가슴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저의 인생 중요한 순간 곳곳에 그의 영화들이 함께 했었습니다. 그가 만들어 냈던 이야기와 대사들이 지침이 되었고 스크린 속 이미지는 언제나 저를 꿈꾸게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