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나 답게 살아가는 일

byB Chapter

처음 '나라는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일'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나는 나를 조금 더 선명하게 정의하고 싶었다.

나는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그 답을 찾고 싶었다.

어쩌면 마음 한편에는
멋진 하나의 문장으로 나를 설명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던 것 같다.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누군가 물었을 때
망설이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여러 편의 글을 쓰면서
오히려 반대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지만
사람에게 쉽게 상처받는 사람이고,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지만
좋은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는 것도 좋아한다.

연구하는 일을 오래 해왔지만
그것이 내가 평생 가장 좋아할 일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가르치는 일을 좋아했지만
그것만이 나를 설명하는 전부도 아니다.

바카라을 좋아하지만
많이 읽기 위한 독서는 나와 맞지 않았고,

여행을 좋아하지만
유명한 장소를 많이 보는 것보다
조용한 골목을 걷고 오래된 카페에 앉아 있는 것을 더 좋아했다.

나는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열심히 사는 것만큼
멈출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하나씩 알아갔다.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잘하는 것.

서툰 것.

견딜 수 있는 것.

더 이상 견디고 싶지 않은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라는 브랜드'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브랜딩이
나를 잘 보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이미지를 만들고,
어떤 경력을 쌓고,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지를 설계하는 것.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브랜딩은 보여주는 일보다 알아가는 일에 가깝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아무리 그럴듯한 모습을 만들어도
그것은 오래 유지될 수 없다.

반대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면
굳이 애써 설명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말과 행동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어떤 단어를 사용하는지.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무엇에 시간을 쓰는지.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거절하는지.

그 작은 선택들이 쌓여
결국 한 사람의 분위기를 만든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브랜드다.

그래서 이 글들을 쓰는 동안
무언가를 새롭게 얻은 것만큼
많은 것을 내려놓았다.

인정받아야 한다는 조급함을 조금 내려놓았고,

남들과 같은 속도로 가야 한다는 생각도 내려놓았다.

오래 붙잡았다는 이유만으로
끝까지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도 버렸다.

'이 나이에 다시 시작해도 될까'라는 질문도
예전만큼 자주 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반드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조금 내려놓았다.

나는 아직 만들어지고 있는 사람이니까.

마흔을 훌쩍 넘어서야
이런 질문을 시작했다는 것이
때로는 늦게 느껴지기도 했다.

조금 더 일찍 나를 알았다면
덜 흔들렸을까.

나에게 맞지 않는 관계를 조금 빨리 떠났을까.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일에
그렇게 오래 애쓰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제는 그 시간도 아깝지 않다.

그 시간을 지나왔기 때문에
비로소 알게 된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어디에서 무너지는지 알아야
나를 지키는 법도 알 수 있었고,

싫어하는 것을 경험해봐야
좋아하는 것이 선명해졌다.

사람에게 상처받아봐야
어떤 사람을 곁에 두고 싶은지도 알게 되었다.

열심히 달려봐야
멈추는 것의 가치를 알 수 있었다.

결국 지나온 모든 시간은
나를 만들어온 재료였다.

실패도,

후회도,

상처도,

좋았던 순간도.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 누군가 내게

"그래서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라고 묻는다면,

예전처럼 직업부터 이야기하지는 않을 것 같다.

대신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는 계속 배우는 사람이라고.

사람과 공간을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이고,

좋은 질문을 좋아하는 사람이며,

나와 다른 생각 앞에서
한 번쯤 멈춰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여전히 사람을 좋아하고,

여전히 새로운 것을 궁금해하며,

조금 느리더라도
내가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라고.

그리고 아직도
나를 알아가는 중이라고.

생각해보면 참 이상하다.

'나라는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며 시작한 글이었는데,

마지막에 도착하고 보니
나는 굳이 나를 만들어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미 내 안에는
오랜 시간 살아오며 쌓인 수많은 것들이 있었다.

필요했던 것은
새로운 나를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라,

남의 기준과 기대와 비교 속에 가려져 있던
나를 하나씩 발견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 연재는 여기에서 끝나지만
'나라는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일'은 끝나지 않는다.

나는 앞으로도 달라질 것이고,

지금 좋아하는 것을 싫어하게 될 수도 있으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을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마다 다시 나에게 물어볼 생각이다.

지금의 나는 어떤 사람인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가.

그 질문을 놓치지 않는다면
조금 흔들려도 괜찮을 것 같다.

나라는 브랜드에는
완성본이 없으니까.

결국 나라는 브랜드를 만들어간다는 것은
대단한 사람이 되어가는 일이 아니었다.

남들에게 기억될 나를 만드는 일도 아니었다.

수많은 선택 앞에서
조금씩 나를 알아보고,

나답지 않은 것을 덜어내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지키며 살아가는 일.

그리고 마침내,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그것이 내가 긴 시간 돌아
비로소 알게 된

'나라는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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