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정서적 '마음 지원금'에 대하여
"잘하고 싶어서, 완벽하고 싶어서 내 에너지를 아낌없이 쥐어짜 내었을 때 찾아오는 가장 가슴 아픈 고갈의 신호."
연일 이어지는 찜통더위 속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계절입니다.
무더위 속에서 쉼 없이 이어지는 돌봄과 가사 노동은 부모들의 마음을 쉽게 지치고 조급하게 만들기 마련입니다. 유독 길고 뜨겁게 느껴지는 이 계절, 문득 거실 한구석에서 이유 없는 답답함과 무기력함이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몸의 열기는 일시적으로 식힐 수 있을지 몰라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정서적 열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기 때문입니다.
돌아보면 수많은 부모님이 스스로 지쳤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를 무척이나 두려워합니다.
"남들도 다 이 시기를 버텨내는데, 내가 부모로서 자격이 부족한 걸까?",
"왜 아이에게 더 부드럽게 말하지 못하고 자꾸 짜증이 날까?"라며
날카로운 비난의 화살을 자신에게 돌리곤 합니다.
하지만 상담실이라는 고요한 공간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부모의 얼굴을 들여다보면,
그들이 겪는 '부모 번아웃'은 결코 사랑이 부족해서 찾아온 불청객이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나 잘하고 싶어서, '완벽한 부모'라는 무거운 옷을 입은 채 자신의 에너지를 100%를 넘어 200%까지 아낌없이 쥐어짜 내었기 때문에 찾아오는, 가장 아름답고도 가슴 아픈 고갈의 상태입니다.
감정의 한계선이 낮아져 자꾸만 날카로운 말이 튀어나온다면,
그것은 내 마음의 배터리가 방전되었으니 즉시 돌봐달라는 영혼의 부르짖음입니다.
이미 방전된 배터리를 억지로 켜려고 하면 기기가 완전히 고장 나 버립니다.
우리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에너지가 고갈된 순간에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내 지친 영혼에 직접 건네는 따뜻한 정서적 돌봄입니다.
상담학에서는 '완벽한 부모'라는 실재하지 않는 환상보다, 조금은 부족하고 서툴러도 '좋은만 한 부모(Good Enough Parent)'가 되는 것이 아이에게 훨씬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이라고 말합니다.
때로는 피곤해서 간편식으로 식사를 대신하고, 거실 바닥에 누워 아이와 만화 영화를 함께 보더라도,
부모의 마음에 여유가 있어 아이를 바라보며 한 번 더 다정하게 웃어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뜻입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바카라'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마음 알아차림'입니다.
화가 나거나 지치는 순간이 오면, 스스로를 다그치지 말고 남을 위로하듯 가만히 읊조려 주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몸도 지쳐서 마음에 여유가 없구나. 화가 나는 건 당연한 감정이야.
내가 많이 힘들었구나." 내 솔직한 감정을 알아차리고 따뜻하게 안아줄 때,
거칠었던 마음의 온도는 비로소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아주 소소하더라도 잠들기 전 5분의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명상처럼
일상 속에서 나만을 위한 '정서적 환기 루틴'을 선물하며 방전된 마음에 작은 숨구멍을 틔워주어야 합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부모는 그 공간의 공기와 온도를 결정하는 존재입니다.
부모의 마음이 폭염처럼 끓어 넘치거나 차갑게 얼어붙어 있다면,
그 안의 아이 역시 불안이라는 정서적 더위를 고스란히 겪게 됩니다.
반대로 부모의 마음에 시원한 바람이 불고 여유가 머문다면,
아이는 그 품 안에서 가장 쾌적하고 안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의 세상도 시원해지는 법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뜨거운 여름날, 오늘도 아이의 세상을 지키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쓴 당신은 이미 충분히 좋은 부모입니다.
부모인 당신이 먼저 행복하고 편안해질 때, 비로소 아이의 세상도 맑고 청량하게 빛날 것입니다.
무더운 이 여름, 당신의 지친 마음을 다독이는 다정한 위로를 스스로에게 아낌없이 건네줄 수 있기를,
그리하여 당신의 마음 풍경에 시원한 가을바람이 한 자락 머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