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4. 마게리트 포레트의 단순한 영혼들의 거울

by이호창

3-11.4. 마게리트 포레트 (Marguerite Porete)의 『단순한 영혼들의 거울』과 이단 논쟁



1310년 6월 1일 프랑스 파리의 그레브 광장에서 한 여성이 화형대 위에 섰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마게리트 포레트 (Marguerite Porete, 1250-1310)였으며, 죄목은 이단적인 바카라을 저술하고 유포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수많은 군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녀는 불길에 휩싸여 생을 마감했지만, 그녀가 남긴 바카라 『단순한 영혼들의 거울, Le Mirouer des simples ames』은 불타지 않고 살아남아 중세 신비주의의 가장 난해하고도 아름다운 걸작으로 역사에 각인되었습니다. 마게리트 포레트는 메히틸트나 힐데가르트와 달리 환상이나 계시 체험을 강조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철저하게 지성적이고 철학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영혼이 신과 완전히 하나가 되는 합일의 과정을 논리적으로 규명하려 했습니다. 그녀는 제도권 교회의 권위보다 개인의 영적 체험을 우위에 두었으며, 신앙의 최종 단계에서는 윤리적 덕목조차 초월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러한 그녀의 사상은 당대 교회 권력과 신학자들에게 용인될 수 없는 위험한 도전으로 간주되었고, 결국 그녀는 자신의 바카라과 함께 불태워지는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했습니다.

마게리트 포레트는 베긴회 (Beguines) 운동의 흐름 속에 있던 인물로 추정됩니다. 그녀는 프랑스 북부의 에노 (Hainaut) 지방 출신으로, 라틴어가 아닌 고대 프랑스어로 저술 활동을 했습니다. 그녀의 저서 『단순한 영혼들의 거울』은 '사랑 (Amour)'과 '이성 (Raison)', 그리고 '영혼 (Âme)'이라는 세 등장인물이 나누는 대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사랑'은 신의 본질을 대변하는 신적 지혜를 상징하며, '이성'은 제도권 교회의 가르침과 스콜라 신학의 논리를 상징합니다. 마게리트는 이 대화를 통해 이성의 한계를 지적하고, 이성을 넘어서는 사랑의 우위성을 논증합니다. 바카라 속에서 이성은 끊임없이 묻고 따지며 규범을 제시하지만, 사랑은 그 규범을 뛰어넘는 자유와 파격을 선포합니다. 이 바카라의 목적은 독자들을 이성의 차원에서 사랑의 차원으로, 복잡한 교리의 세계에서 단순한 합일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합일의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마게리트는 영혼이 거쳐야 할 단계적인 성장의 지도를 그렸습니다. 그녀는 영혼의 여정을 일곱 단계로 세분화하여, 영혼이 어떻게 자아를 벗고 신에게로 나아가는지를 체계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영혼이 하나님의 은총을 입어 죄를 피하고 십계명을 충실히 지키는 단계입니다. 이는 신앙생활의 기초를 다지는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단계는 계명의 준수를 넘어 복음적 권고를 따르며 덕행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시기입니다. 영혼은 금욕과 봉사를 통해 자신을 정화하고 덕을 쌓습니다.

세 번째 단계는 '사랑의 행위'에 몰두하는 시기입니다. 영혼은 자신의 의지를 다해 금욕과 희생을 감내하며, 오직 신을 사랑하겠다는 열망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인간의 노력이 개입되는 능동적인 단계입니다.

그러나 네 번째 단계부터는 영혼의 상태가 질적으로 변화합니다. 이 단계에서 영혼은 명상과 관조를 통해 신의 사랑에 도취되어 영적인 환희를 맛봅니다. 영혼은 자신이 신과 하나가 되었다고 느끼지만, 마게리트는 이것이 자칫 영적 감미로움에 빠져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함정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다섯 번째 단계는 결정적인 전환점인 '의지의 포기'입니다. 영혼은 신이 자신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자유 의지를 신에게 완전히 반납합니다. 이제 영혼은 선을 행하겠다는 의지조차 버리고, 자신을 '무 (Rien)'로 인식하며 철저한 수동성 안으로 들어갑니다.

여섯 번째 단계는 마게리트 신비주의의 정점인 '소멸 (Anéantissement)'의 단계입니다. 여기서 영혼은 자신의 자아를 완전히 없애고, 신의 의지가 자신 안에서 거침없이 활동하도록 내어맡깁니다. 영혼은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아무것도 알지 못하며,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단순한 영혼 (Âme Simple)'이 됩니다.

마지막 일곱 번째 단계는 육체를 벗어난 영원한 영광 속에서만 온전히 실현되는 완전한 합일입니다. 여섯 번째 단계가 지상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경지라면, 일곱 번째 단계는 영원한 천국에서 완성될 상태를 의미합니다.

마게리트가 말한 여섯 번째 단계, 즉 '소멸된 영혼'의 상태에서 영혼은 신과 완벽하게 일치하여 영혼과 신의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지경에 도달합니다. 마게리트는 이를 두고 "영혼이 신이 되고, 신이 영혼이 된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는 범신론적 혼동이 아니라, 사랑 안에서의 완전한 의지의 합일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나, 이단 심문관들에게는 창조주와 피조물의 질서를 파괴하는 신성모독으로 읽혔습니다.

마게리트의 저서 『단순한 영혼들의 거울』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부분은 '덕행에게 작별을 고함 (Prendre congié des vertus)'이라는 장입니다. 마게리트는 영혼이 신과 완전한 합일의 단계에 이르면 더 이상 덕행을 실천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덕행들아, 나는 그동안 너희에게 봉사하며 살았지만, 이제는 너희에게 작별을 고한다. 내 마음은 너희보다 더 높은 곳에 머물고 있다."라는 문장은 그녀를 이단으로 몰아가는 결정적인 근거가 되었습니다. 신학자들은 이를 도덕률 폐기론 (Antinomianism), 즉 은총을 입은 자는 죄를 지어도 상관없다는 방종의 논리로 해석했습니다. 그러나 마게리트의 진의는 죄를 지어도 된다는 것이 아니라, 신과 완전히 하나 된 영혼은 의식적인 노력 없이도 자연스럽게 선을 행하게 된다는 뜻이었습니다. 덕행이 억지로 수행해야 할 의무가 아니라 존재 자체에서 우러나오는 본성이 되었기에, 더 이상 '덕행을 닦아야 한다'는 강박에 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율법을 완성한 자가 누리는 복음의 자유를 극단적인 언어로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마게리트는 교회를 '작은 교회 (Sainte Église la Petite)'와 '큰 교회 (Sainte Église la Grande)'로 구분했습니다. 작은 교회는 이성이 지배하는 곳으로, 교황과 주교, 신학자들로 구성된 제도적 교회를 의미합니다. 이들은 규칙과 율법, 성사를 통해 신앙을 유지하지만, 신의 깊은 신비에는 도달하지 못합니다. 반면 큰 교회는 사랑이 지배하는 곳으로, 신과 직접적인 합일을 이룬 단순한 영혼들의 보이지 않는 공동체를 의미합니다. 마게리트는 작은 교회의 권위를 부정하지는 않았으나, 작은 교회는 큰 교회를 이해할 수 없으며 큰 교회의 자유를 판단할 자격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엘리트주의적 태도와 제도권 성직자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당시 교권주의자들의 심기를 건드렸습니다. 성직자의 중재 없이 신과 직접 소통하며, 제도 교회의 가르침보다 개인의 영적 깨달음을 더 높이 평가하는 그녀의 사상은 교회의 통제권 밖으로 벗어난 위험한 자유주의로 비쳤습니다.

이로 인해 마게리트가 겪은 종교 재판 과정은 중세 이단 심문의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파리 주교와 이단 심문관들은 그녀에게 바카라의 내용을 철회하고 침묵할 것을 강요했습니다. 그러나 마게리트는 심문관들의 질문에 일절 대답하지 않는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그녀의 침묵은 무력한 굴복이 아니라, 이성의 언어로는 사랑의 신비를 설명할 수 없다는 무언의 항변이자 권위적인 심판에 대한 숭고한 저항이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바카라을 통해 이미 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말했기에, 진리를 왜곡하려는 자들 앞에서 입을 여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그녀는 회개하지 않는 완고한 이단자로 낙인찍혀 화형에 처해졌습니다. 그녀가 죽은 후, 이단 심문관들은 『단순한 영혼들의 거울』을 불태웠고, 이를 소지하는 것조차 금지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마게리트의 바카라은 그녀의 이름이 지워진 채 익명으로 살아남았습니다. 중세 후기 동안 이 바카라은 남성 신비가나 정통 신학자의 저술로 오해되어 수도원과 평신도들 사이에서 널리 읽혔습니다. 사람들은 이 바카라의 저자가 이단으로 처형당한 여성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그 안에 담긴 깊은 영성에 감동했습니다. 20세기에 들어와서야 문헌학적 연구를 통해 이 바카라의 저자가 마게리트 포레트임이 밝혀졌습니다. 이는 마게리트의 사상이 본질적으로 이단적이라기보다는, 당시의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교회가 수용하기에는 너무나 시대를 앞서간 급진적인 진리였음을 방증합니다. 그녀가 주장한 '영혼의 소멸'과 '신성으로의 복귀'는 훗날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이탈'과 '돌파' 사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에크하르트는 파리에 머물던 시절 마게리트의 사상을 접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그의 설교 곳곳에서 마게리트의 개념들이 철학적으로 정교화된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게리트 포레트의 『단순한 영혼들의 거울』은 인간의 영혼이 어디까지 높아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담한 보고서입니다. 그녀는 신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숭배하는 기성 교조주의 종교를 거부하고, 신과 대등한 사랑을 나누는 영혼의 존엄성을 선언했습니다. 그녀에게 구원은 죄를 용서받는 소극적인 차원이 아니라, 신의 존재 방식 안으로 들어가 신의 자유를 공유하는 적극적인 상태였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영혼을 거울처럼 닦아 그 안에 비친 신의 얼굴을 보았고, 마침내 거울마저 깨뜨리고 신 그 자체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마게리트가 화형대 위에서 보여준 침묵은 그녀가 도달한 '소멸된 영혼'의 평온함을 세상에 드러낸 마지막 설교였습니다. 그녀의 육체는 한 줌의 재로 변했지만, 그녀가 남긴 사랑과 자유의 메시지는 제도의 억압을 뚫고 오늘날까지도 단순한 진리를 갈망하는 영혼들의 거울이 되어 빛나고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3-11.3. 게르트루트 폰 헬프타와 사랑의 전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