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있는 모 법원의 변론기일에 오랜만에 출장을 다녀왔다.
역시나 법원은 몇 년 전과 다를 바 없는 풍경이었다.
어둡고 상기된 표정의 사람들, 옆에는 정장차림을 한 변호사가 한 명씩 짝을 이루고 지나간다.
검색대에서 생수병이 문제가 되었다.
청경이 물을 자기 앞에서 한번 마셔보란다. 한 모금 시음한 뒤 법정동으로 들어선다.
지나친 형사법정 앞 전광판엔 온갖 죄명들이 보인다.
사기, 절도, 폭행, 성추행......
예정된 변론기일이 열리는 법정에 시간보다 일찍 들어가 방청을 한다.
행정사건이라 상대방이 모두 국가기관 혹은 지차체다.
요즘 꽤 많은 대리인들이 원격으로 출석하여 변론하는 건 일반화된 듯하다.
다음 사건,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원고가 재판장으로부터 핀잔을 듣는다.
재판장은 나름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려다가 몹시 흥분한다.
아침밥을 먹었는지를 본인이 알지 어떻게 변호사가 아냐고 말한다.
(변호사 없이도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하라는 뜻이다.)
원고는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요건과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는다.
변론종결 후 선고기일이 잡힌다(청구기각 100% 예상).
입술을 씰룩거리면서 유사 욕을 혼자 읊조리며 원고 퇴장.
이제 기다리던 사건 차례다.
...진술, ...진술, 더 하고 싶은 말?
변론종결, 선고는 언제.
5분도 안돼서 끝난다. 허망하다.
다들 바삐 다시 갈 길을 간다.
얼른 택시를 타고 이 주변을 벗어난다.
법원은 일적으로나, 당연히 개인적으로나 올 곳이 못 된다.
억울함과 분노가 아직도 여전히 권위적인 법 앞에 힘없이 무너지는 종합병동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