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그 중에서도 대형 언어 모델인 LLM은 정말 많은 텍스트를 찾아내어(mining) 분해해서 패턴화하고 코드화하는 학습을 지금 이 순간에도 하고 있을 것이며(저작권이 있는 텍스트를 함부로 복제했다가는 소송에 걸릴 수 있으니, 저작권의 침해를 피하기 위하여 공정이용에 해당되도록 나름의 노하우가 있을 것 같음), 이를 통해 많은 정보를 조합하여 일필휘지로 써내려갈 수 있다.
LLM은 많은 정보들을 가지고 있으니, AI에게 어떤 분야든지 어떤 형식 정해 글을 써달라고 하면, 계속 다듬어서 원하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써준다. 그런데 프롬프트에 계속 요구 사항을 늘려가다 보면, 이게 내생각인지, 어는 순간엔 누가 쓴 것인지, 심지어는 내 의도가 녹아든 내가 쓴 글이 맞는지 등 여러가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그렇지만, 짧은 시간 안에 어떤 방대한 사안을 정리할 때는 정말 효율적으로 초안을 써주는 비서로 활용할 수 있는 점에서는 이젠 사실상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특히, 유료로 제공되는 버젼이나(아직까지 AI를 돈을 내면서까지 쓰고 싶은 생각은 없음), 법률 분야 등의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LLM은 그 퀄리티가 상당하다고 하니, 사실 글쓰기도 이제 인간이 거의 AI에 대체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문득 들 때가 있다. 그런데 AI에게 계속 맡기다보면 인간의 능력이 퇴화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 아닐까. 그렇다고 해도 아직 AI의 거짓말이나, 확인되지 않은 부정확한 정보를 출력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아직까진 AI를 100% 신뢰할 순 없지만, 향후에 시간이 지나서 AI가 더 고도화되고 정교해지면 어느 순간 이런 부족함도 사라질 수 있는 날도 올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며칠 전 신진서 9단이 인간대표로서 대국에서 AI에 졌다는 뉴스를 봤었는데, 어제는 제2국에서 이겼다는 뉴스가 떴다. 왠지 모르게 인간이 이겼다고 하니 안도감과 뿌듯함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AI든 어떤 기계든 자연의 원리와 무엇을 모티브로 흉내낸 모조품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인간의 뇌를 흉내낸 AI가 인간을 이기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아무튼 글쓰기에서 되도록 AI를 쓰는 비중을 대폭적으로 낮추고 원래와 같이 생각을 글로 직접 옮기는 과정에 더 의미를 부여하기로 했다. AI와 대결할 생각은 전혀 없고, 아직은 AI가 쓴 글은 엉성하고 썩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시 장마가 온 듯, 하루종일, 내일도 모레도 글피도 비가 온다고 한다. 휴가의 마지막날 비가 내리는 고립된 연구 공간에서 LLM이 먹어치우는 방대한 텍스트가 '공정이용'이라는 면죄부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AI에게도 좀 긴 휴가를 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