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유기체에는 수명이 있듯이 모든 관계도 그 유한한 것은 없다. 혹은 어떤 지독한 유대는 한 유기체의 생존을 위해 강제로 끊어내야만 하는 것들이 있다.
30년이라는 시간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헤어질 결심을 했다가도 마음 약해져 다시 돌아왔던, 그 불투명 안에 지배된 안갯속 어두움과의 최종적인 결별은 필연에 의한 것이다. 그것은 한때의 안식이자 갈망의 샘처럼 보인 적도 있었지만, 실상은 이성의 명료함을 가로막고 삶의 궤적을 왜곡시키는 강력한 농도의 지배적 속성이 함유된 독배였다.
운이라는 자원도 이제 임계점에 왔다는 것을, 비로소 가장 명료한 현실 위에 서서 알게 된다. 더 가벼울수록 더 단단해진다는 점은 지리멸렬했던 무질서를 폐기하고, 오염되지 않은 명료함에로 복귀함으로써 증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