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렇게 좋은 날에 태어나기 위해 한 게 없다

꽃비

by한유화

꽃비


- 한유화


난 이렇게 좋은 날에 태어나기 위해 한 게 없다

세상에 여태 없던 것이 갑자기 생겨날 거라는 걸

어느 순간 꿀꺽 하고 알게 된 한 사람이 있었다


너도 나도 정신없이 가차 없이 태어나는 날에

나도 슬쩍,


무언가를 하고 무언가가 되고

햇살도 꽃비도 급할 것이 없다

시인이 숨결을 뱉어 놓으면 목소리로 자라고 바카라으로 피어나는 그런 땅에

은행나무를 심어야 하는 계절


낳으면 자라기 시작하는 날

물을 주지 않아도 구석구석

뽀얗게 바람이 드나들면


봄날을 낳아도

나는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었고

다만, 존재를 아는 존재가 되었다.






엄마는 공격적인 방식으로 사랑이 무엇인지 배웠습니다. 기대하고 기다리기도 전에 사랑이 먼저 실체가 되어 곁에 성큼 와 있었습니다. 도시에서 조금 떨어진 낯선 산골 마을에서 그 사랑을 키웠습니다. 달라진 일상에는 노란빛 은행나무 잎사귀가 있었습니다. 사랑이 자라더니 아기가 되어가는 동안 그 잎사귀들을 줍고, 모으고, 팔아서 쌀이 되게 했습니다. 쌀 간식을 오독오독.


제비가 오는 날에 나도 올 것을 알았습니다. 은행잎이 있고 쌀 한 줌이 남아있는 그 집에 은행나무를 심었습니다. 무어라도 툭 던져놓기만 하면 싹이 터서 금세 풀내음을 낼 것 같은 그런 봄날이었습니다. 봄에 핀 사랑이 그때부터 지금까지 끝도 모르고 자랍니다.


매일 하던 사랑인데, 생일을 맞아 새삼스레 다듬어서 가꾸다 보니 시 한 편이 되었습니다. 나를 낳은 사랑과, 우리가 함께 해낸 사랑이 대단하고 기특합니다. 차오르는 유대감이 흘러나와서 제 생일에 엄마에게 주는 선물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