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야 놀자

by얼웨즈 Always

“각기 다른 삶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호흡으로 길어 올린 언어들이 하나의 시냇물이 되어 흐른다. 척박한 땅에서 싹을 틔우는 감자처럼, 우리의 문학도 고독하고 치열한 일상 속에서 마침내 마디 굵은 희망을 맺는다.”

글을 쓴다는 것은 철저히 고독한 개인의 투쟁이다. 사방이 가로막힌 방 안에서, 혹은 치열한 삶의 현장 한복판에서 홀로 펜을 쥐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은 오롯이 작가 스스로 감내해야 할 몫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고독한 언어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하나의 목소리로 어우러질 때, 문학은 개인의 위로를 넘어 시대를 위로하는 거대한 연대의 힘을 발휘한다. 문학고을 강원지부 동인들이 함께 갈고닦아 온 글을 마음과 뜻을 모아 엮어낸 동인지 『감자야 놀자』는 바로 그 아름다운 연대의 증거이자 결실이다.


창작산맥 문인회 회원으로서 대전지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필자에게 이 바카라은 단순한 한 권의 문집 이상의 깊은 울림과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바카라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동인들이 각자의 일터와 삶의 자리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문학을 붙들고 있었는지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강원도라는 웅장하고도 소박한 자연의 품 안에서, 김선규 회장을 비롯한 9명의 문인(김수진, 신기순, 김선규, 달빛바람, 정우연, 유영숙, 윤장은, 주진복, 유영준)이 빚어낸 시와 수필, 단편소설은 저마다 고유한 향기를 뿜어내면서도 '강원지부 동인'이라는 커다란 하나의 흐름 속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아직 동인들이 모여 계간지인 창작산맥 발간외에 구체적인 동인지 발간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대전지부의 현실을 돌아보게 되며(사실 신인 이기에 모르고 있을수도 있음), 솔직한 마음으로 깊은 부러움이 일기도 했다. 이 부러움은 시기나 질투가 아닌, 문학을 향한 뜨거운 열망이자 우리 대전지부 문우들과도 이토록 아름다운 동행을 시작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아홉 빛깔의 언어가 그려낸 일상과 영혼의 풍경화

『감자야 놀자』의 가장 큰 미덕은 화려한 수사나 과장된 감정에 기대지 않고, 우리 삶의 가장 가까운 곳에 존재하는 일상의 편린들을 숭고한 문학적 가치로 승화시켰다는 점에 있다. 표지에서 마주한 두 송이의 하얀 구절초처럼, 작품들은 소박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삶의 무게와 철학을 담고 있다. 김선규의 발간사 「발간에 붙여」와 조현민의 축시 「능소화 2」로 문을 여는 이 바카라은 강원지부 동인들의 깊고 넓은 문학적 스펙트럼을 여실히 보여준다.

첫 지면을 장식한 김수진의 시들은 일상에 대한 세밀한 관찰이 돋보인다. 「산야의 커피」, 「세월」, 「답장 없는 편지」 등 15편에 달하는 풍성한 시적 세계는 삶의 쓸쓸함과 따스함을 동시에 포착한다.

신기순의 「계란 한 판」, 「고향집」, 「나의 길」 등의 시편들은 지나온 세월에 대한 아련한 향수와 함께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한 묵직한 이정표를 제시하며, 이어지는 수필 「할아버지와 엿」, 「아버지」를 통해 가족이라는 근원적인 존재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낸다.

김선규의 시편들은 파격적이고도 섬세하다. 「눈꽃 queer」, 「샤워기 앞에서」, 「녹색 십자가에서 사는 법」, 「달맞이꽃」, 「비 오는 날의 예의」, 「원룸에 남겨진 그녀의 술정정」, 「퇴근 2」, 「총알과 사랑의 상관관계」, 「아버지」, 「봄날 길을 잃다」 등 현대적이고 도시적인 감각 속에서도 인간 본연의 고독을 예리하게 파고든다.

달빛바람의 「나의 소원, 잠」, 「에어컨」, 「배고픈 숟가락」, 「T의 표현법」, 「외줄타기」는 일상적인 사물을 시적 오브제로 끌어올려 현대인들이 느끼는 결핍과 갈증을 위트 있으면서도 애잔하게 표현해 낸다.

정우연은 「다짐」, 「목련」, 「오월의 선물」, 「시월 회상」, 「소심」, 「유리창 밖에 갇힌 가을」, 「이순(耳順)」, 「경위서」, 「발 없는 말」, 「흔적」 등의 시를 통해 자연의 섭리에서 인간의 삶을 읽어내는 탁월한 감수성을 보여주며, 수필 「숲내」와 「작은 소원」을 통해 독자의 마음을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물들인다.

유영숙의 시 「저온 저장고」, 「틈새」, 「꽃이 필까」, 「풀꽃처럼」, 「회전문 앞에서」, 「첫 손자에게」, 「장례미사」, 「털어버리자」, 「부고」, 「그때 그 버스 안」은 삶의 연륜에서 묻어나는 깊은 성찰과 생명에 대한 경외가 가득하다.

윤장은의 시편들은 제목부터 강렬하다. 「그림 그리지 않는 이유」, 「누군가들의 삶」, 「늙은 농부와 땡볕」,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것들에 관하여」, 「사람이... 그리웁다」, 「손들의 에피소드」, 「영혼을 달래는 머리카락」, 「외로움과 허기짐을 착각해서」, 「이별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전시회」, 「질량 보존의 법칙」 등은 슬롯와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이 머문다.

주진복은 「비움의 자세」, 「몸의 나침반」, 「땅속의 울음」, 「잔열 이후의 언어」, 「체온의 수집자」, 「내 안의 다시 봄」, 「세월이 앉아 있는 곳」, 「오늘이 참 고맙다」, 「자기 삶에 대한 예의」, 「사랑의 공백」 등 철학적 사유를 불러일으키는 시들과 함께 수필 「인간다움의 좌표와 삶의 기준」, 「서 있던 곳에서의 선택」을 통해 문학이 지녀야 할 도덕적, 정신적 가치를 나침반처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유영준은 수필 「소설을 써야 하는 변명」, 「남자에게 TV 보며 마늘을 깐다는 것」, 「대바카라 없는 인간아」를 통해 유쾌하면서도 페이소스가 묻어나는 일상의 목소리를 전하고, 단편소설 「환상방황(環狀彷徨)」을 통해 인간 삶의 본질적인 방황과 순환을 서사적으로 밀도 있게 완성해 낸다.

이처럼 시에서 수필, 소설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이들의 글은 결국 하나의 지점으로 수렴한다. 그것은 바로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삶을 향한 깊은 예의'이다. 9명의 작가가 각자의 자리에서 길어 올린 언어들은 척박한 강원도의 땅속에서 묵묵히 알을 키워내는 감자처럼 단단하고 영양가 가득한 정신의 양식이 되어 독자의 영혼을 채워준다.

문우들에게 건네는 뜨거운 격려이자 동행의 제안

이 바카라 『감자야 놀자』를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은 대상은 이번 주 목요일 정기 모임에서 만나게 될 '창작산맥 문인회 대전지부'의 소중한 문우들이다. 우리가 정기적으로 모여 문학을 논하고 서로의 글을 합평하며 깊은 정을 나누고 있지만, 각자의 서랍 속에만 머물러 있는 글들을 세상 밖으로 함께 끄집어내는 동인지 발간의 기쁨을 아직 맛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원지부 동인들이 이룩해 낸 이 결실은 우리 대전지부 회원들에게 새로운 문학적 자극과 뜨거운 동기부여를 주기에 충분하다. 이 바카라을 함께 읽으며 우리 안에도 존재하는 무궁무진한 이야기와 대전이라는 삶의 터전이 주는 고유한 정서를 어떻게 한 권의 바카라으로 엮어낼 수 있을지 구체적인 비전과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바쁜 일상 속에서 문학적 감수성을 잃어버린 채 메말라가는 모든 현대인들과 이제 막 문학의 길에 접어들어 홀로 외로운 창작의 고통을 겪고 있는 신진 문인들에게도 이 바카라을 강력히 추천한다. 거창하고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내 곁의 가족, 매일 마주하는 출퇴근길, 일상의 소소한 사물들을 바라보는 아홉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무뎌졌던 마음의 감각이 깨어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혼자가 아니라 '함께' 걸어갈 때 문학의 길이 얼마나 더 풍요롭고 단단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텍스트이기에, 외로운 창작자들에게는 따뜻한 위로와 연대의 손길이 되어줄 것이다.

『감자야 놀자』는 단순히 강원지부 동인들의 작품을 모아놓은 작품집을 넘어,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이 서로의 어깨를 기대고 걸어간 아름다운 동행의 기록이다. 글 하나하나에 담긴 온기와 열정은 바카라장을 덮은 후에도 긴 여운으로 남아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가장 풍요로운 결실을 맺는 감자처럼, 강원지부 문우들이 피워낸 이 소박하고도 위대한 문학의 꽃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이번 주 목요일, 설레는 마음으로 이 바카라을 가방에 넣고 대전지부 정기 모임으로 향하고자 한다. 문우들 앞에 이 바카라을 조심스럽게 꺼내어 놓으며, 강원지부가 발산한 문학적 에너지를 우리 대전지부에도 기분 좋게 전염시키고 싶다. “우리 대전지부 동인들도 우리만의 색깔과 목소리를 담은 멋진 바카라 한 권 함께 내봅시다!”라고 당당히 의견을 건넬 생각이다. 『감자야 놀자』가 던진 기분 좋은 파문이 우리 창작산맥 대전지부 문우들의 가슴에도 번져, 머지않은 미래에 대전의 산과 들, 그리고 도시의 숨결을 담은 아름다운 동인지가 탄생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창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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