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대변 묻은 패드를 그냥 놔두고 누웠습니다

육아를 하며 배우는 잠시 멈추는 법





우리 아이는 아침 첫 수유를 마치고 대변을 본다.
6개월 남짓 되어가는 요즘엔
욕실로 데려가 씻기려고 하면 온몸을 비튼다.
뒤집으려고 하고, 다리를 쭉 뻗고, 허리를 꺾는다.
아직 말을 못 하는 아이가 온몸으로 표현하는 시간이다.

​아침잠이 덜 깨 몽롱한 상태라 패드에는 대변이 묻고,
설상가상 옷에는 소변까지 맞았다.
부쩍 무게가 생긴 아이를 안느라 손목은 시큰거린다.
이제 아침인데 벌써 체력이 많이 빠진 느낌이다.

​원래 같았으면 바로 세탁기를 돌렸을 것이다.
모아둔 다른 빨래까지 한 번에 돌리고
그 사이엔 어제 널어둔 빨래를 갰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대변 묻은 패드와

소변 묻은 이불을 욕실 앞에 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있었다.
​


'괜찮을까' 잠깐 생각이 스쳤지만
생각해 보면 지금 당장 처리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에게 해가 가는 일은 아니었다.

본격적인 하루를 시작하기 전
에너지를 비축하고 숨 고르기를 하는 것이
오히려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훨씬 나은 행위였다.

육아는 단거리 빨리 뛰기가 아니라
장기전 레이스임을 머리로는 알고 있다.
그런데 하루 일상을 비춰보면
단거리 선수처럼 그때 그 순간 모든 것을

완벽히 처리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바로 세탁기를 돌리지 않았고
잠깐 누워있는 것을 선택했다.

​그렇게 30분 정도 한숨 쉬고 나서 정리했더니
집안일이 훨씬 더 편안하고 쉽게 느껴졌다.
그 사이에 자고 일어난 딸은
눈을 말갛게 뜨고 배시시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느꼈다.​

'대변 묻은 패드를 빨리 수습하는 일보다
성장통에 힘겨워하는 아이를
더 꼬옥 안아줄 힘을 남겨두는 일이 더 중요하구나.'

​육아를 하면서
모든 일을 바로 해내는 것보다
때로는 잠깐 멈춰 숨을 고르는 일이
더욱 필요한 순간이 있다는 걸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