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실수한 것 같다.
오늘부터 다시 시작하는 글쓰기 모임, 첫날부터 챌린지다. 아이 유치원 재량 휴일. 과연 오늘 글을 쓸 수 있을까 싶었는데, 늦게라도 자리에 앉았다.
마감 시간이 다가오면 더 쥐어짜내기 마련이다. 하루를 두 배속, 세 배속으로 되감기 해보며 글감이 될 만한 게 있는지 온 신경을 다해 찾아보지만 딱 걸리는 게 없다. 오늘 하루 계획은 애초에 푹 쉬는 것이었던 만큼 글쓰기를 위해 안테나를 세우고 대기하던 신경 세포들도 오늘만큼은 휴무 상태다. 신기할 정도로 이런 날엔 뭘 하고 보내도 글로 담아내기엔 역부족이다.
그냥 스레드에 짧은 글을 쓰고 인증을 해볼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명색이 모임의 운영자이면서 '일상 속 삶 쓰기'를 전하는 한 사람인데. 아무도 모르는 혼자만의 자존심을 내세우며 어떻게든 써 내려가고 있다.
SNS에서 유독 일상 글을 잘 쓰는 분들을 보면 하나같이 남다른 관점을 가졌다는 인상을 받는다. 5년간 글을 쓰면서 나름 일상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눈이 예리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의 글을 볼 때면 여전히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밀려온다.
어떻게 해야 더 세밀하게 바라볼 수 있을까. 부러움을 감출 수 없다. 때론 신물이 올라오듯 질투심이 생겨 쓰리기까지 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인정할 수 있다. 그들은 삶의 어느 구간에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일을 겪었거나, 다양한 인문학과 소설을 읽으며 인간의 면면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며 살았을 가능성이 높다. 또는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 날마다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삶을 살았을 수도 있다.
요는 쉽고 평이한 바카라들만 읽거나 그나마 그것마저 자주 읽지 않는 나 같은 사람은 닿을 수 없는 세계라는 것이다. 언어의 한계가 나의 세계의 한계라는 말처럼, 내 언어로 담을 수 없는 세계를 어떻게 느낄 수 있을까. 이걸 깨닫고 나서부터 더 이상 그들에 대한 질투심은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표현을 잘 담아두려 애쓸 뿐이다.
글을 쓰다 보니 이번 한 달은 내 언어의 한계를 넓히는 시간을 보내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바카라장에 고이 모셔두고 읽지 않은 소설바카라을 꺼내봐야겠다. 매번 자기 계발서나 에세이처럼 술술 읽히는 글만 읽어왔는데, 소설 한 권을 완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다 읽지 못해도 그 자체로 신선한 자극이 되리라 믿는다. 언어의 지경이 넓어지는 만큼 삶을 담아내는 그릇도 커질 테니까.
쓰다 보니 오늘치 분량은 꾸역꾸역 썼다. 내일도 위기이긴 매한가지다. 일상을 글에 담아낸다는 건 언제나 익숙하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오늘 썼으니, 내일도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