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리의 경고
경제 읽어주는 남자, 한자루입니다.
미국 경제 전문가 중에는 유독 유명한 강세론자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펀드스트랫의 톰 리는 상징 같은 인물이죠.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결국 더 오른다."
"지금은 사야 할 때다."
라고 말해왔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 톰 리가 최근 이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어요.
"여름에는 분명히 조정이 올 수 있다.
15~20% 하락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강세론자의 입에서 나온 조정 경고예요.
그냥 흔한 겁주기로 넘기기 어려운 이유가 있습니다.
1. 지금 시장은 너무 빨리 달렸어요.
3월 말 S&P500은 6,800 수준이었어요.
요즘은 7,500 근처예서 계속 우상향을 하고 있어요.
불과 한 달 반 만에 10% 넘게 오른 겁니다.
코로나 이후 반등 구간을 제외하면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가파른 상승 속도 중 하나예요.
반도체는 더 극단적이었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같은 기간 무려 69% 급등했어요.
웰스파고는 4월에
"6월까지 S&P500 7,300"을 목표로 제시했는데,
시장은 그 예상조차 가볍게 뛰어넘었습니다.
문제는 속도예요.
천천히 올라간 시장은 충격을 흡수할 시간이 있습니다.
근데 지금 시장은
숨도 안 쉬고 전력 질주를 한 상태예요.
그리고 역사적으로 시장이 너무 빠르게 달릴 때는,
대개 그 속도를 견디지 못하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2. 그런데 이번 상승은 생각보다 건강하지 않았어요.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AI 시대가 열렸으니까 당연히 오르는 거 아니냐."
맞아요.
AI 수요는 진짜예요.
엔비디아 실적도 실제로 엄청났어요.
근데 최근 한 달 반 동안의 상승은
펀더멘털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이번 랠리를 끌어올린 건 크게 네 가지였어요.
첫째, 숏 스퀴즈
유가가 급등하고 중동 리스크가 커지자,
많은 투자자들이 하락에 베팅했어요.
그런데 시장이 오히려 반대로 올라가 버렸습니다.
하락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손실을 막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주식을 다시 사야 했어요.
이게 숏 스퀴즈예요.
진짜 신규 수요라기보다, 억지로 발생한 매수였던 겁니다.
둘째, 레버리지 ETF
반도체 3배 레버리지 ETF로 엄청난 자금이 몰렸어요.
이 상품들은 시장이 오르면
레버리지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자동으로 더 사야 하는 구조입니다.
상승할 때는 엔진이 세 배로 작동해요.
근데 문제는,
내려갈 때 브레이크도 세 배라는 거예요.
상승을 과속시키는 구조죠.
셋째, 알고리즘 매수
지금 미국 시장은
사람보다 알고리즘이 더 많이 움직입니다.
CTA(추세추종 알고리즘) 자금은
시장이 오르면 자동으로 매수하고,
내리면 자동으로 매도해요.
즉 시장이 오를수록 계속 더 사는 구조예요.
이번 상승은 인간의 확신보다
기계적 추세 추종 매수가 증폭시킨 부분이 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넷째, 시장 폭(Breadth) 문제
겉으로 보면 지수 전체가 강해 보이죠.
근데 속을 보면
상승이 AI·반도체 일부 종목에 집중돼 있어요.
시장이 건강하게 넓게 오르는 게 아니라,
소수 종목이 지수를 끌어올리는 구조입니다.
이런 시장은 강해 보이지만,
한 번 흔들리면 의외로 충격이 커요.
왜냐면 모두가 같은 출구로 뛰어나가게 되거든요.
3. 기술적 지표도 과열 신호를 보내고 있어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200일 이동평균선 대비 60% 이상 이격됐어요.
이격도는 장기 평균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예요.
60%는 역사적으로도 극단적인 수준입니다.
RSI 역시 2021년 반도체 버블 정점 수준에 근접하고 있어요.
그리고 흥미로운 건, 말보다 행동입니다.
알파타겟의 페르사세나는 이렇게 말했어요.
"2~3주는 더 갈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오늘 보유 포지션의 40%를 팔았다."
말로는 더 오른다고 하지만,
행동으로는 현금을 늘리고 있는 거예요.
영리한 투자자들이
조용히 자리 이동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4. 그럼 톰 리는 왜 여름 조정을 말할까요?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한 "겁주기"가 아니라는 거예요.
지금 시장에는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변수들이
동시에 몰려오고 있습니다.
첫째, 새 연준 의장 리스크
새로운 연준 의장이 취임하면
시장은 항상 적응 과정을 겪었습니다.
1987년 그린스펀 취임 직후 블랙먼데이.
버냉키 취임 초기 조정.
파월 취임 초기 급락.
물론 원인이 전부 연준 의장 때문은 아니에요.
하지만 시장은 새로운 통화정바카라 체제 앞에서
항상 긴장했습니다.
특히 지금은 상황이 더 어려워요.
유가는 높고,
물가는 다시 올라오고,
AI 버블 논쟁까지 겹쳐 있습니다.
둘째, 초대형 IPO 시즌
스페이스 X.
오픈 AI.
앤트로픽.
1조 달러급 기업들이
올해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요.
문제는 IPO가 단순 이벤트가 아니라는 겁니다.
IPO는 시장의 유동성을 빨아들여요.
펀드스트랫이 역대 초대형 IPO를 분석했더니,
상장 이후 1년간 S&P500 평균 수익률은 오히려 약세였습니다.
돈이 새로운 스타 종목으로 이동하면,
기존 시장은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줄어듭니다.
셋째, 여름 계절성과 거래량 감소
여름은 원래 거래량이 줄어드는 시기예요.
거래량이 얇아지면
작은 충격에도 변동성이 커집니다.
그런데 올해는 여기에:
CPI 상승 가능성
유가상승 압력
연준 불확실성
IPO 유동성 흡수
이 변수들이 동시에 겹쳐 있어요.
즉, 시장을 흔들 수 있는 재료들이
한 계절 안에 몰려 있는 상태입니다.
5. 가장 중요한 건 사실 금리예요.
지금 시장은 AI 성장에 취해 있습니다.
근데 기술주의 가장 큰 적은 경쟁사가 아니라, 금리예요.
기술주는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할인해서 평가합니다.
그런데 금리가 오르면 그 미래 가치가 급격하게 깎여요.
특히 지금처럼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시장에서는
작은 금리 변화도 충격이 훨씬 크게 나타납니다.
그리고 지금 유가가 문제예요.
유가가 오르면 물가가 오르고,
물가가 오르면 금리가 오르고,
금리가 오르면 기술주 밸류에이션이 흔들립니다.
이 연결고리가 지금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입니다.
특히 5월 CPI가 4%대로 나오면,
금리 인상 논의가 다시 살아날 수 있어요.
그 순간 시장 분위기는 급격히 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6. 그렇다면 지금 당장 폭락장이 오는 걸까요?
여기서 균형 있게 봐야 합니다.
도이체방크는 이렇게 말했어요.
"본격적인 약세장이 되려면
세 가지 조건 중 하나가 필요하다.
지속적인 유가 충격,
명백한 경기침체 데이터,
중앙은행의 공격적 긴축.
아직 그 단계는 아니다."
실제로 아직 강한 부분도 많아요.
고용은 여전히 견고해요.
엔비디아 실적은 역사적 수준이에요.
AI CAPEX는 계속 증가하고 있어요.
빅테크 현금흐름도 강합니다.
즉,
시장이 끝났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지금은
"너무 빨리 달렸기 때문에 숨을 고를 가능성"
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리고 15~20% 조정은
생각보다 비현실적인 숫자가 아니에요.
지금 S&P500이 7,500인데,
15% 조정이면 6,375 수준입니다.
불과 두 달 전 가격이에요.
충분히 현실적인 범위입니다.
7. 그래서 지금 어떻게 해야 할까요?
월가 전문가들의 조언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이미 수익을 낸 사람
일부 차익 실현을 고려할 시기예요.
한 번에 다 파는 게 아닙니다.
1/3씩 나눠서 줄이는 거예요.
언제나 시장에서는
분할 매수·분할 매도가 가장 현실적인 전략입니다.
* 지금 새로 들어가려는 사람
추격 매수는 조심해야 해요.
오르는 걸 보면 사고 싶어 집니다.
그게 포모(FOMO)예요.
근데 지금은 그 포모를 이겨야 하는 자리일 가능성이 큽니다.
손가락이 통제가 안되시는 분이라면,
아주 보수적으로 분할 매수하셔야 합니다.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으로 말이죠.
물론 지난주에도 잠깐 숨을 고르던
기술주가 살짝 다시 고개를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름 시장은 대체로 약세로 진행되었던
역사를 본다면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장기 투자자
컨빅션이 명확한 종목은
같이 흔들려도 버티는 전략이 필요할 수 있어요.
좋은 종목은
한 번 팔고 나면 다시 못 들어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핵심은 하나예요.
지금은 무작정 새로 올라타는 시기가 아니라,
내가 타고 있는 자리를 점검해야 하는 시기라는 겁니다.
톰 리가 경고한 건
"시장이 망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너무 빨리 달렸으니 잠깐 숨을 고를 수 있다"는 이야기예요.
사실 월가에는 오래된 격언이 있습니다.
"Sell in May and go away."
5월에 주식을 팔고 떠나라는 말이죠.
흥미로운 건, 이게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1950년 이후 데이터를 보면
미국 증시는 평균적으로
11월~4월에 훨씬 강했고,
5월~10월에는 상대적으로 약한 흐름을 반복해 왔어요.
특히 올해처럼 중간선거를 앞둔 시기에는
여름 조정이 더 자주 나타났습니다.
역사적으로 중간선거 해에는
평균 15~20% 수준의 조정이 반복되곤 했어요.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조정 이후 시장은 다시 강하게 반등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월가가 두려워하는 건
"시장의 끝"이 아니라,
너무 뜨거워진 시장이
잠시 식어가는 과정에 더 가까워 보여요.
지금은 무작정 흥분해서 올라타기보다,
내가 왜 이 시장에 들어와 있는지
차분히 점검해야 하는 시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경제 읽어주는 남자, 한자루였습니다.
경제를 읽는 즐거움을 찾아 떠나는 여러분의 지적인 여정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