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가 은퇴할 때까지 꾸준히 해야 할 것

생각을 멈추는 순간 엔지니어는 끝

by예나빠


엔지니어의 길로 들어선 이상 커리어 내내 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바카라을 가까이하는 것이다. 심신을 수양하거나 교양을 넓히기 위해서가 아니다. '독서'가 주는 유익이 엔지니어에게 필요한 주요 핵심 역량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독서는 생각하고, 읽고, 쓰고, 말하는 능력을 길러준다. 물론 모든 분야에서 이러한 능력은 필요하지만, 특히나 공학도로서 향후 좋은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서라면 생각하고, 읽고, 쓰고, 말하는 능력을 젊은 시절부터 꾸준히 길러야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과 대화


엔지니어의 일은 '생각'과 '대화'의 무한 반복이라 할 수 있다. 두 행위의 비중은 연차, 직종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경력 초반에는 '생각', 직급과 연차가 높아지면 '대화'의 비중이 높아진다.


소프트웨어 또는 하드웨어 구조를 설계하거나, 코딩을 하거나, 도면을 그리거나, 스펙을 쓰거나, 발표자료를 작성하는 일련의 작업은 모두 우리의 사고 회로를 돌리는 '생각'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회의나 발표와 같이 생각 자체 또는 생각의 산출물을 공개 장소에 타인과 공유할 때 바로 '대화'가 일어난다.


생각이 나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대화는 내 외부세계와의 상호 작용이다. 그래서 좋은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서 '나'라는 소우주와 '외부 세계'라는 대우주의 반경을 꾸준히 넓혀 나가야 한다.


우선 소우주를 살펴보자. 생각의 반경, 즉 사고의 폭을 넓히는 일이 왜 중요할까. 바로 엔지니어의 업무가 고도의 사고력을 요하기 때문이다. 논리적, 분석적, 추상적인 사고력에 이르는 종합적으로 '생각하는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논리적 사고 (Logical Thinking)


구글은 한때 면접자를 골탕 먹이는 질문으로 악명 높았다. "스쿨버스에 골프공이 몇 개 들어갈까요?", "시애틀의 모든 창문을 닦으려면 비용을 얼마 청구해야 하나요?", "맨홀 뚜껑이 둥근 이유는?". 모두 황당한 질문들이었다 (물론 이런 수수께끼(Brain Teaser) 성 질문은 문제 은행식으로 자리 잡아 암기해 오는 지원자들도 많아졌고 더 이상 실리콘 밸리 인터뷰에서 폐지되었다).


당시 그들이 이러한 인터뷰 질문을 던진 이유는 바로 지원자의 사고력을 보기 위해서였다. 황당한 문제가 주어졌을 때에도, 어떻게 문제를 분할하고, 자신만의 가설을 세워 수식화하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논리적으로 설명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바로 엔지니어 업무가 '논리적 사고'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본래 논리적 사고란 '명확한 이유와 근거를 통해 증명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생각의 방식'을 뜻한다. 이러한 사고 습관은 통상적인 논리적인 글쓰기, 말하기에도 필요하지만 엔지니어 실무에도 직접적으로 적용된다.


엔지니어의 작업물들은 모두 논리적인 흐름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는 입력, 처리, 출력을 갖는 모듈의 집합이고, 이러한 시스템은 귀납적으로 동작하며, 입력 (이유, 근거) --> 처리 (증명) --> 출력 (결론)이라는 논리적 사고와 합치한다. 따라서, 잘 구조화된 좋은 시스템을 설계, 구현하기 위해서는 '생각'의 단계부터 논리적이 되어야 한다.


또한 구현한 시스템이 오동작을 할 때, 문제가 발생해서 해결해야 할 때는 연역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오류가 발생한 현상에 대해서 발생 가능한 모든 이유와 근거를 찾아내고, 소거법으로 모든 이유를 검증하면서 원인을 찾아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오류 (결론) --> 문제 해결 (이유, 근거)처럼 연역적 사고와 합치한다. 따라서 엔지니어가 갖고 있는 연역적 사고력에 따라 문제 해결 시간이 극적으로 달라지게 된다.


분석적 사고 (Analytic Thinking)


엔지니어는 업의 특성상 숫자를 자주 다룰 수밖에 없다. 시스템을 분석할 때나, 동료 엔지니어와 커뮤니케이션할 때 서로가 알아듣는 제2의 언어가 바로 숫자다. 지연 시간, 처리량, 성능, 효율, 소비 전력, 비용 등과 같은 주요 지표들의 숫자들을 통해, 시스템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머릿속에 떠올리며 감을 잡는다. 설계 의도대로 동작하는지, 내 아이디어가 효과적인지, 경쟁사 제품보다 우세한 지 열세한지 모두 숫자로 파악한다.


개발, 검증 단계에서는 가능한 많은 숫자를 출력하도록 시스템 곳곳에 성능 지표 (Performance Counter)들을 이식하고, 수시로 이러한 지표들을 확인하면서 설계를 수정하거나 오류를 바로 잡는다. 따라서 좋은 엔지니어라면 이러한 많은 숫자들을 읽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숫자 이면에 담긴 현상을 추론하고 이를 통해 올바른 정보를 도출해 내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 가설을 제시할 때 역시 숫자를 기초로 상대방을 설득한다. 경험이나 주관에 의존해 결론을 내리면 엔지니어들은 믿지 않는다. '내 시스템은 소비 전력면에서 효율적입니다'라는 두루뭉술한 어법 따위 용납되지 않는다. 명확한 숫자에 근거해야 그 타당성을 인정받게 된다.


따라서 엔지니어는 숫자를 통해 현상을 명확이 읽어내는 분석적 사고력이 있어야 한다. 자신이 설계, 개발 중인 시스템이 의도대로 오류 없이 동작하는지를 확인하고, 타사 제품과의 비교 우위를 파악하며, 경쟁사 숫자가 과장되었는지를 읽어 낼 수 있는 것은 모두 이러한 사고력에 달려있다.


추상적 사고 (Abstract Thinking)


엔지니어에게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추상적 사고라 할 수 있다. 논리적, 분석적 사고에서 한발 더 나아간 궁극의 '생각하는 힘'이다. 추상적 사고란 개별적인 현상, 사례들로부터 하나의 개념이나 원리로 일반화시키는 생각 방식을 말한다. 즉, 직접적인 경험, 증거가 없이도 눈앞의 펼쳐진 현상들을 보고 그 논리적 연관관계, 원리를 추론해 내는 것이다.


추상적 사고는 엔지니어 업무에서 알게 모르게 작동하게 된다. 실무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오류 해결에서부터, 경쟁사 제품의 리버스 엔지니어링이나, 그들이 공개한 제한된 정보들로부터 동작 방식을 추론하고, 과거와 현재의 기술 트렌드를 분석해 미래 시장을 예측하거나, 상상력을 발휘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당사의 올바른 기술 전략을 수립하는 것 그 모두가 추상적 사고에 기반한다.


따라서, 직급과 연차가 높아질수록 추상적 사고력이 더 중요하다. 리더급에 오를수록 제한된 정보들로부터 원리를 추론해 낼 수 있는 능력, 한마디로 꿰뚫어 보는 힘, 즉 '통찰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엔지니어가 실무를 잘하기 위해서는 현상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논리적, 분석적 사고가 필요하지만, 커리어 성장을 위해서는 추상적 사고력이 함께 필요해진다.


커뮤니케이션 (Communication)


두 번째로 엔지니어의 외부 세계, 대우주를 살펴보자. 아무리 천재급 엔지니어라도 절대로 혼자 일할 수 없다. 회사가 출시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서로 다른 전문영역의 엔지니어들이 협업을 통해 완성된다. 따라서 팀 내의 동료들과 상사, 유관부서 엔지니어들과 수시로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 개인의 '생각'을 동료들과 공유하면서 하나의 거대한 제품을 완성시켜 나가는 것이다.


엔지니어의 외부 세계와의 상호작용, 즉 커뮤니케이션은 대화, 메일, 문서, 토론, 회의, 발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다. 그런데 엔지니어에게 뛰어난 사고력이 있다면 곧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회의나 발표, 메일을 작성하면서 자신의 의견, 생각을 명확한 근거에 따라 논리적으로 피력하고, 현상을 분석적으로 이야기하며, 핵심을 잘 짚어낸다. 타인이 쓴 스펙 문서를 읽으며 현상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보고서를 쓸 때 장황한 사실을 나열하지 않고, 의미를 압축해 추상화(Abstraction) 시킬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엔지니어가 왜 뛰어난 읽기, 쓰기, 말하기 능력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비주얼보다 텍스트


엔지니어가 은퇴할 때까지 바카라을 가까이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엔지니어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은 사고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고, 이를 키우기 위해서 독서만큼 좋은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아무 바카라이나 읽는다고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흔히들 정보, 이해, 흥미를 위해 독서를 하게 되는데,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이해를 위한 독서'를 해야 한다. 그렇다고 정보를 취하거나, 흥미를 위한 독서를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그 나름대로의 목적이 있다. 사고력 증진에 크게 관련이 없을 뿐인 것이다.


미국의 철학자 모티머 제롬 애들러(Mortimer Jerome Adler)는 그의 저서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에서 이런 말을 했다.


"눈앞에 보이는 활자들을 실마리로 자신의 지력으로만 바카라을 읽으며 해석할 때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더 나은 이해 상태로' 점차 자신을 끌어올리게 된다."


우리는 텍스트를 눈으로 따라 읽어 내릴 때 뇌를 활성화시키게 된다. 바카라과 독자사이에 존재하는 것은 종이에 찍힌 활자들뿐이다. 따라서 내가 바카라을 통해 저자가 알려주는 지식이나 정보를 흡수할 수 있는 수단은 눈앞의 텍스트가 유일하다. 바카라을 읽으면서 벽에 부딪혔을 때 자력으로 이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생각하는 힘은 길러지고 사고의 폭은 넓어지게 된다. 마치 어린아이가 걸음마를 위해 혼자 일어서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우리는 조금은 불편한 바카라을 읽어야 한다. 내 이해의 수준보다 높은 바카라, 내 전공과는 무관한 다른 분야의 바카라, 내 견해와는 상반되는 바카라들을 의식적으로 찾아 읽을 때, 조금씩 우리의 생각하는 근육이 길러진다. 그래서 엔지니어는 인문학을 가까이해야 한다. 일생 내가 접하지 않았던 문학, 철학, 슬롯학, 역사를 탐독하며 닫혀있던 내 두뇌의 사고 회로를 개방시켜야 한다.


엔지니어가 독서를 할 때 또한 중요한 것은 비판적인 시각이다. 일방적으로 저자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고,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나름대로 근거로 저자의 견해에 대해 비평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사고력도 한층 성장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진, 비디오, 그래픽이 난무하는 비주얼 시대로 접어들었다. 자연스럽게 우리는 텍스트를 읽어 내는데 필요한 집중력을 상실하고 있다. 빠른 시간 내에 원하는 정보만을 취사 선택하기 위해 검색과 AI를 적극 활용한다. 지식을 흡수하기 위해 글보다는 그림을, 그림보다는 비디오를 선호한다.


여기서 점차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데 게을러지고 있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비주얼에 길들여질 때 우리의 상상력은 제한되며, 현상에서 원리를 떠올리는 추상화 능력은 감퇴된다. 엔지니어인 우리가 역량을 발휘하려면 타인의 비주얼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를 비주얼로 '생산'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즉 타인으로 하여금 내 비주얼을 소비하게 만들어야 한다. 내 지식을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그림이나 비디오를 통해 어려운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었다고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니다. 자신의 사고력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생산한 그 누군가에 의해, 당신이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잃은 것이다.


대한민국의 독서율은 OECE 국가 중 최하위권이고, 해가 거듭될수록 독서 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1인당 한 달 독서량은 1위 미국이 6권, 한국은 0.8권으로 168위라 한다. 미국은 초등학교부터 독서를 강조하고 어려서부터 고전을 읽고 에세이를 쓰는 것을 훈련시킨다. 자연스럽게 성인이 되어서도 독서 습관을 갖게 되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 젊은 세대들은 더 이상 바카라을 읽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스마트 기기, 슬롯 관계망, 유튜브에 익숙해졌고, 고교까지 입시 준비에 도저히 바카라을 읽을 시간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독서를 하라'라는 말이 비주얼 시대에 역행하는 케케묵은 메시지일 지도 모른다. 백보 양보해서 입시 준비로 고교까지 독서를 할 수 없었다면, 대입 이후부터는 독서에 매진해야 한다. 특히 좋은 엔지니어를 희망하는, 나아가 글로벌 오덕 엔지니어를 목표로 하는 공학도라면 무조건 바카라을 가까이 하라. 교양과 지적 허세를 뽐내기 위함이 아니다. 엔지니어 본연의 역량 강화를 위해서다. 생존의 문제다.


단언컨대 바카라을 멀리하고 유튭 비디오를 탐닉하면 절대로 좋은 엔지니어는 될 수 없다. 명심할 것은 우리는 디지털 기술을 소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창조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기술을 창조하는 좋은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서 고도의 사고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절대적이며, 이를 기르기 위해서는 독서밖에 대안이 없다.


이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2-30대부터 다독(多讀)과 다상량(多商量)에 힘쓰면 힘쓸수록 4-50대 선배 엔지니어가 되었을 때 독서의 열매는 더 풍성히 열리게 된다. 4-50대 엔지니어가 되어도 독서를 멈추지 않아야 하는 것은 기억력, 생산성과 같이 상대적으로 쇠락해 가는 정신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것이 엔지니어가 은퇴할 때까지 바카라을 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 예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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