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다운로드가 보여준 변화
허깅페이스에는 수백만개의 모델이 올라와 있다. 2026년 1월 약 243만개였던 공개 모델 저장소는 8월 약 296만개까지 늘었다. 데이터셋과 Spaces 역시 빠르게 증가했다.
하지만 모델이 많아졌다고 해서 모두 비슷하게 쓰이는 것은 아니다. 전체 모델의 약 85.6%는 누적 다운로드가 200건에도 미치지 못했고, 상위 1.5%의 저장소가 전체 다운로드의 99.2%를 차지했다.
이처럼 사용이 극단적으로 일부 모델에 집중되는 생태계에서 알리바바의 큐원(Qwen)이 눈에 띄는 숫자를 만들고 있다.
20억 다운로드보다 중요한 숫자
2026년 집계에서 매개변수 수가 명시된 큐원 저장소의 다운로드는 약 20억4500만건이었다. 매개변수 수가 명시되지 않은 저장소까지 포함하면 약 20억6100만건으로 늘어난다.
같은 기간 문샷 AI의 모델 다운로드는 약 3700만건이었다. 단순 비교하면 큐원 전체 모델군의 다운로드 규모는 약 55배에 달한다.
다만 여기서 ‘20억명이 큐원을 사용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다운로드에는 자동화된 파이프라인의 반복 호출이 포함될 수 있고, 실제 고유 사용자 수나 서비스 배포 건수와 일치하지 않는다.
다운로드는 인기투표와 다르다
허깅페이스는 ‘좋아요’와 ‘다운로드’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좋아요가 사람의 관심을 보여주는 신호라면, 다운로드는 모델이 실제 파이프라인 안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정도를 더 잘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차이는 오래된 모델에서도 나타난다. 2022년 공개된 all-MiniLM-L6-v2는 2026년 첫 7개월 동안 약 15억5000만건 다운로드됐지만 좋아요는 5156개였다. 반대로 2026년에 새로 공개된 모델 가운데 같은 기간 다운로드 상위 25개에 진입한 모델은 없었다.
결국 오픈 모델 생태계에서는 ‘새로운 모델을 발표했는가’보다 ‘개발자 환경 안에 얼마나 깊이 들어갔는가’가 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15만개 파생 모델이 말하는 것
큐원의 존재감을 더 선명하게 보여주는 숫자는 따로 있다. 2026년 8월 기준 큐원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파생 모델은 15만1448개였다.
이는 큐원 측이 직접 모델 15만개를 공개했다는 뜻이 아니다. 외부 개발자가 큐원을 기반으로 미세조정하거나, 양자화하거나, 다른 형식으로 변환하고 다시 배포한 저장소까지 포함한 숫자다.
그럼에도 규모는 상당하다. 큐원 기반 파생 모델은 메타의 전체 관련 모델 생태계보다 약 2.6배 많았고, 라마 계열 저장소만 놓고 비교하면 약 4.7배 많았다. 구글 계열 파생 모델은 8만2506개였다.
모델보다 생태계가 커지고 있다
큐원 파생 모델은 2026년 첫 7개월 동안 하루 약 180~210개씩 증가했다.
GGUF 생태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보인다. 허깅페이스에는 큐원 계열 GGUF 변환 모델이 2만8531개 존재했는데, 그중 큐원 측이 직접 공개한 것은 54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대부분은 외부 개발자 생태계에서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큐원 계열 GGUF 모델의 월간 다운로드는 약 3960만건으로, 젬마의 약 2080만건보다 약 1.9배 많았고 라마의 약 750만건보다는 5배 이상 많았다.
모델 하나의 성능보다 중요한 경쟁력이 생기고 있는 셈이다. 다른 개발자들이 그 모델을 얼마나 쉽게 가져가고, 변형하고, 다시 배포할 수 있는지가 생태계의 크기를 결정하기 시작했다.
중국 모델은 크기만 커진 것이 아니다
2026년 중국 AI 연구기관들이 공개한 월별 최대 규모 오픈 모델은 대부분의 달에서 미국 연구기관의 최대 모델보다 컸다. 중국 측 모델의 상한은 약 7540억에서 2조7800억 매개변수 범위였다.
미국 측은 7개월 가운데 5개월 동안 자체 개발 오픈 모델의 최대 규모가 1300억 매개변수 미만이었다. 예외적으로 엔비디아의 네모트론 3 울트라는 5610억, 싱킹 머신스 랩의 잉클링은 9520억 매개변수 규모였다.
하지만 모델 크기만으로 변화 전체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문샷 AI, 미니맥스, 샤오미, Z.ai는 700억 매개변수 이하 모델을 거의 공개하지 않은 반면, 큐원과 텐센트는 10억개 미만의 작은 모델부터 대형 모델까지 다양한 크기의 모델군을 제공했다.
라이선스도 확산 속도를 좌우한다
2026년에 공개된 200억 매개변수 이상 중국 모델 178개 가운데 59%는 Apache 2.0, 22%는 MIT 라이선스를 사용했다. 비상업적 사용으로 제한된 모델은 없었다.
같은 규모의 미국 모델 가운데 Apache 2.0 또는 MIT 라이선스를 사용한 비율은 29%였다. 41%는 별도의 커스텀 라이선스를 사용했고, 30%는 라이선스를 명시하지 않았다.
개발자가 모델을 실제 프로젝트에 가져다 쓰는 과정에서는 성능만큼이나 사용 조건도 중요하다. 변형하고 다시 배포하기 쉬운 구조가 파생 모델 생태계의 성장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이다.
거대 모델보다 작은 모델이 더 많이 쓰인다
흥미로운 점은 모델 경쟁이 계속 거대해지고 있지만 실제 다운로드는 작은 모델에 집중된다는 사실이다.
매개변수 수가 명시된 허깅페이스 모델의 누적 다운로드 가운데 10억 매개변수 미만 모델이 83%를 차지했다. 반대로 1000억 매개변수를 넘는 모델은 약 1%에 불과했다.
2026년 발생한 다운로드만 따로 봐도 700억 매개변수를 넘는 모델의 비중은 약 3%였다.
이 숫자는 오픈 모델 경쟁을 바라보는 기준을 바꾼다. 가장 거대한 모델을 누가 만들었는지와 실제 개발 환경에서 어떤 모델이 반복적으로 호출되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일 수 있다.
발표 경쟁과 사용 경쟁은 다르다
새 모델 발표에서는 매개변수 규모와 성능이 주목받기 쉽다. 그러나 실제 생태계에서는 다운로드가 쉽고, 로컬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고, 다양한 크기로 제공되며, 다른 개발자가 다시 변형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큐원의 사례에서 눈여겨볼 부분도 바로 여기다. 20억 다운로드라는 숫자 하나보다, 15만개가 넘는 파생 모델과 수만개의 GGUF 변환 모델이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오픈 모델 경쟁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중국 AI가 허깅페이스를 점령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치다. 허깅페이스의 수치는 특정 시점의 플랫폼 활동을 보여주는 것이며, 다운로드나 파생 모델 숫자 하나를 전체 AI 시장의 점유율로 해석할 수도 없다.
또 허깅페이스에서 다루는 모델이 모두 엄격한 의미의 오픈소스라고 볼 수도 없다. 실제로는 오픈 모델과 오픈 웨이트가 함께 포함된 생태계다.
그럼에도 큐원이 보여주는 변화는 분명하다.
AI 경쟁의 무게중심이 ‘누가 가장 강력한 모델을 발표했는가’에서 ‘누구의 모델 위에 가장 많은 개발자가 새로운 것을 만들고 있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앞으로 오픈 모델의 영향력을 판단하려면 벤치마크 점수와 매개변수 수만 볼 것이 아니라 다운로드, 파생 모델, 변환 모델, 라이선스처럼 생태계의 움직임을 함께 봐야 한다.
큐원의 20억 다운로드는 그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