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21
AI를 실제 서비스에 쓰려면 모델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모델이 언제 어떤 도구를 쓸지 판단하게 하고, 작업 순서를 짜고, 여러 기능을 연결하는 소프트웨어 계층이 필요하다. 이걸 하네스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AI 코딩 에이전트가 코드를 짜고, 오류를 확인하고, 검색을 하고, 결과를 정리하는 일련의 흐름을 관리하는 게 하네스의 역할이다. 모델이 두뇌라면 하네스는 그 두뇌에게 어떤 순서로 무엇을 할지 지시하는 시스템이다. 최근 몇 년간 이 하네스를 정교하게 만드는 스타트업들이 크게 늘었고, AI 에이전트 시장의 핵심 기술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오픈AI 리서치 부사장이 최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몇 달 안에 나올 차세대 모델이 지금 쓰이는 하네스 대부분을 쓸모없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구글 AI 스튜디오 바카라임자도 비슷한 말을 했다. 모델이 점차 하네스를 먹어치우고 있다는 표현을 썼다. 예전에는 별도 소프트웨어로 구현해야 했던 기능들이 모델 자체 능력으로 흡수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오픈AI는 새 모델을 낼 때마다 기존 스타트업들이 따로 만들어 팔던 기능을 모델 안에 기본으로 집어넣어 왔다. 이 때문에 새 모델이 나올 때마다 관련 스타트업이 타격을 받는 일이 반복됐다.
이 흐름이 말하는 건 하나다. AI 산업에서 장기적으로 가치가 남는 자리는 모델을 만드는 쪽이지, 모델 위에 뭔가를 얹는 쪽이 아닐 수 있다는 거다. 하네스를 정교하게 만들어 차별화하려는 전략은 모델 자체가 그 기능을 품어버리는 순간 경쟁력을 잃는다. 물론 지금 당장 하네스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오픈AI가 자사 제품 팀에게 "미래 모델에 포함될 것 같은 기능은 제품에 직접 구현하지 말라"고 지시하고 있다는 건, 모델과 애플리케이션 사이의 경계가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AI로 뭔가를 만들거나 사업을 구상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자신이 만들고 있는 것이 모델이 흡수하기 전까지만 유효한 것인지를 한 번은 따져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