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이, 마흔을 지나면 또 어떤 날들이 오려나 미리 건네는 메리 메리 크리스마스! 여러분 올 한 해도 애쓰셨어요 마흔 해를 지나왔다. 언덕 오르고 내리기를 벌써 마흔몇 번 반복한 셈이다. 어느 날은 너무 힘들 었어서 정지한 듯 멈춰 있는 시간에 거세게 저항했 었고, 또 다른 날엔 좋아 미치겠는데 갑자기 야속하게 떠나가 버린 시절 그녀를 애 타게 붙잡고 싶 어 하는 심정이었다 돌이켜보면 열다섯 부 터 주체적으로 살 아 야 한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잠식했던 것 같은데 , 그때부터 지금 까지 참 많 은 고민 속 에 살아왔단 생각이 든다. 길 잃은 어린양처럼 길을 찾아 여기저기 헤맸 고 때론 또랑에 넘어지기도 하고 지쳐 쓰러져 허우적 대기도 했 다 . 서 른 중반까지 언 제나 예측 불허 삶 처럼 느껴졌 고 아 슬아슬한 벼랑길을 걷는 기분이었다 흔히 말하는 힘든 회사들 만 골 라가며 다녔던 것 같고 그 덕에 여기 저기에서 특이한 경험도 꽤 많이 해 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하나하나 모두 소중한 자산이 되었고 놀라운 경험들이었다. 첫 온라인 게임은 아프리카 중 부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 위치해 있었다. 현지인 채용에 지원한 나는 수차례 면접을 거쳐 곧장 현지로 날아 갈 수 있었 다. 비 행기에서 내린 그날, 아프리카도 예상외로 때론 서 늘하고 추울 수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체감 하면서, 상상 속에서 생각하던 삶과 사뭇 다른 또 다른 삶 이 나를 기다 리고 있을 거란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 다 . 동료들은 대부분 현지인 흑인 들 과 파키스탄 , 인도 , 한국인 몇 명으로 구성되어 있었 다. 매 일 아침 케냐 일 간지를 읽으며 이 나라도 정치가 문제구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 다. 출근하는 아침이면 매번 벌어지는 일은 이랬다 한참 얼마를 기다렸을까, 때마침 도착한 봉고버스에 몸을 끼워 넣듯 겨우 들어가면 또다시 귓구멍이 터질 듯한 높은 데시벨 음악소리를 참아야 하는 상황이 펼쳐진다 . 일단 출근을 하는 것 자체에 난이도가 있었 다. 머 리가 어질어질할 정도로 재생 볼륨을 최대한 높였던 그 봉고를 지 금도 잊을 수 없는 건 그때 각인된 강한 인상이 한몫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어딜 가나 주위에 나 빼곤 매일 현지 인들뿐 이었고, 동양인은 찾기 어려웠다.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나를 동물원 원숭이 바라보듯 신기하게 그것도 요리조리 뚫어 져라 바 라 보는 그들 이 부담스럽지 않았던 것은 왜였을까? 그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호기심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 . 생경한 경험이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지만 아프리카 땅 그 색채대로 그곳과 그 사람들이 금세 좋아져 버렸다 사는 곳도 이역만리인 데가, 대륙을 횡단하여 도착한 아프리카 의 첫 직 장생활 은 꽤나 고달 팠 다 . 한 달 내내 코피를 쏟 아 가며 겨우 일어 나면 , 고 지대에 있어서인지 몸은 천근만근이고 힘 들어도 다시 출근 채비를 하면서 일반인의 흔한 온라인 게임생활에 차차 적응했어야 했다. 햇병아리 의 어색함을 이겨내고 주류 슬롯에 속히 진입해야 할 채비를 서둘러 마쳐야만 했다. 케냐는 빈부 격차가 극명하게 갈리는 나라였 다. 어느 날 내 옆을 스치듯 지나가는 U.N 험프 지프 차량을 보 며 나도 올라타보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하다가, 반대편 길거리 에 , 기아 상태로 죽어 있는 여성을 보 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던 그날을 잊을 수 없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흘러 이젠 불혹의 나이를 통과해 버렸다. 불혹이 미 혹되지 않은 나이라 누가 그랬던가?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었다고 하면 무리수 던지는 셈이 되겠지만, 그 간 지나온 삶을 종합해 보면 지나온 나의 삶도 결코 녹록지 않았던 것은 분명해 보인 다. 동시에 이 세상 누구에게도 인생이란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와 같다는 걸 알 수 있는 충분한 세월도 되었다 마흔이 되었기 때문에 미혹되지 않는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 오히려 그만큼 인생이란 문제를 집중하여 오래 풀 다 보니,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에도 초연해지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단 의미가 아닐까? 반대로 내 뜻대로 일이 술술 잘 풀리더라도 오만하지 않을 수 있는 평정 심 유지 법을 배울 수 있는 시간도 충분히 될 수 있기에, 사십 년이란 생이 불혹이라 불리는지 모르겠다. 결국 불혹이란 인생이라는 문제를 다룰 충분한 시간이란 의미에서 붙여진 명칭이 아닐까? 그렇다면 인생 속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문제를 다루는 40년이란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내 인생에 주체자로서 바카라임감 있는 자세로 나의 인생을 대한다면 허투루 버려지는 시간은 하나도 없다는 뜻이다 파도처럼 치고 빠지기를 수없이 반복하는 인생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무엇이든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또 그다음을 살아내는 우리 모두가 되면 좋겠다 팔십억 인구 중에 나와 같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내 옆에 그와 그녀도 그런 존재란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