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잿빛 우리 속에서
"도대체 저 안에서 뭘 하는 걸까?" 알렉스는 '교환소'라는 간판이 걸린 건물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곳은 묘하게 알렉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매일 출퇴근 길에 버스 정류장 바로 옆에 있어서, 알렉스는 그 건물을 볼 수밖에 없었다.
건물은 낡아빠졌지만,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지는 않은, 어두운 균열로 가득한 벽을 가진 직사각형의 단층 건물이었다. 낡은 슬레이트 지붕은 지난가을의 낙엽이 쌓여 온통 녹슨 것처럼 보였다. 주황색 문과 그와 색을 맞춘 덧문은 기적처럼 아직 경첩에 매달려 있었고, 고철 더미로 던져지지 않은 채였다.
아주 최근까지도 이곳은 폐기된 식료품 가게였는지 약국이었는지 모를 평범한 폐건물이었다. 하지만 몇 주 전, 3월 초에 새로운 주인이 나타났고, 그와 함께 간판이 걸렸다. 스카치테이프로 문에 붙인 종이 조각도, 저렴한 현수막도, 플라스틱 판도 아니었다.
짙은 나무판 위에 볼록하게 튀어나온 금빛 글자와 가장자리의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꽤나 견고하고 빈티지한 간판이었다. 너무나도 허름한 건물과 어울리지 않아서 알렉스는 누군가 어디선가 훔쳐온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때부터 창문 덧문들은 열려 있었고, 흐릿한 유리창 너머로 불빛이 새어 나왔다. 알렉스는 늘 버스를 기다리며 무의식적으로 '교환소'를 관찰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곳을 드나드는 손님들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특히 나올 때의 모습은 더욱 그랬다. 지금도 그는 또 다른 불쌍한 한 사람을 주시하며 호기심에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주황색 문이 거리를 울릴 정도로 삐걱거리며 열렸다. 건물 안은 환하게 밝혀져 있었지만, 문이 열리자마자 마치 달궈진 화덕의 아가리가 석탄 한 덩이에 순간 어두워지는 것처럼, 그 문 안쪽은 칠흑 같은 어둠이 드리워졌다. 비틀거리는 몸으로 겨우 서 있던 빅터가, 허리를 구부리고 낡은 천 조각을 온몸에 두른 채 그 안으로 굴러들어 가듯 들어섰다.
빅터는 마흔 살 쯤으로 보였다. 그는 늘 이 정류장에 앉아 잔돈을 구걸하곤 했다. 한때 빅터는 알렉스와 같은 공장에서 일했지만, 술에 취해 기계에 팔을 잃었고, 그 이후로 아는 사람을 찾아 동정심에 호소하며 돈을 얻어냈다.
알렉스는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았음에도 항상 그에게 몇 장의 지폐를 건넸다. 하지만 이번엔 빅터는 그에게 담배 한 개비를 구걸하지도 않았다. 그는 마치 마법에 홀린 듯 '교환소'로 향했다.
알렉스는 빅터가 다른 손님들처럼 이상한 모습으로 나올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러다가는 교대 시간에 늦을 수도 있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낡은 스마트폰을 꺼냈다. 금이 간 화면에는 알렉스가 결성했던 록 밴드 HUSKY의 전 드러머였던 닉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알렉스와 닉 은 학창 시절부터 서로를 외국식으로 불렀다. 그것은 그들이 음악으로 세상을 정복하겠다던 행복했던 시절의 유일한 잔재였다.
벌써 10년 전, 알렉스는 밴드를 떠나 공장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엄마가 병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이었다. 알렉스는 어린 여동생 앨리스를 고아원에 보낼 수 없었다. 당시 앨리스는 겨우 일곱 살이었다.
HUSKY는 리더를 잃고 해체되었다. 한동안 멤버들은 밴드 이름을 '하치코'로 바꿔야 한다고 농담하곤 했다. 모두 리드 싱어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지만, 이내 그들도 각자 지루한 어른의 삶 속으로 흩어졌다. 누군가는 IT 전문가가 되었고, 누군가는 평범한 택배 기사가 되었다.
이제 알렉스에게 음악을 상기시켜 주는 것은 오직 닉뿐이었다. 유일하게 공연을 멈추지 않은 닉은 결혼식 축가도 부르고, 회사 행사에도 참여하는 등 여전히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주말에 알바 자리 생겼어! 결혼식에서 연주하는 건데. 같이 할래?"
알렉스는 망설임 없이 "패스"라고 입력했지만, '보내기' 버튼 위에서 손가락이 멈칫했다.
가슴속이 아릿해졌고, 내장이 쪼그라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머릿속에는 순식간에 콘서트홀의 굉음이 울려 퍼졌다. 공기를 진동시키는 스피커들. 손에 든 솔로 기타. 숨결에 축축해진 마이크. 흥분한 군중의 함성. 아드레날린과 무대 조명의 열기로 온몸에 흘러내리던 땀방울들.
알렉스는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기분 좋은 전율을 느꼈고, 손가락은 피크를 쥐고 몇몇 코드를 잡고 싶은 욕망에 저절로 움찔거렸다. 그 기억에서 벗어나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그는 깨달았다. 한 번이라도 동의하면, 그는 산산조각 날 것이라고. 완전히, 그리고 돌이킬 수 없이.
왜냐하면 그는 이미 그 꿈과 작별했으니까. 영원히.
알렉스는 이미 찢어진 입술을 깨물고, 결국 '보내기'를 눌렀고, 가슴속 상처는 더욱 격렬하게 피를 쏟아냈다. 그는 꽤 오랫동안 깨진 화면을 응시했다. 마치 닉이 다시 메시지를 보내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그를 설득하려고 애써주기를. 자신이 없으면 그렇게 빛날 수 없다고 말해주기를. 닉이 여전히 자신의 가장 열렬한 팬이라고 말해주기를.
하지만 메시지는 오지 않았다. 알렉스가 거절한 것이 처음이 아니었으니까.
마음이 너무나 비참해져서 손가락이 저절로 담배를 찾았다. 알렉스는 하루 세 개비 이상은 피우지 않겠다고 분명히 결심했었지만, 너무 비쌌으니까. 하지만 하필이면 라이터 대신 긁힌 금속 기타 열쇠고리가 손바닥에 닿았다.
알렉스는 버스 정류장의 콘크리트 벽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실제 고통이 내면의 아픔을 조금 무디게 했지만, 담배는 여전히 맹렬히 피우고 싶었고, 알렉스는 결국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냈다. 녹아내린 눈과 얼마 전 내린 비로 촉촉해진 봄 공기 탓에 담배 끝의 불꽃은 담뱃가루에 미처 붙기도 전에 죽어가고 있었다.
시선을 돌리기 위해 알렉스는 다시 '교환소'를 바라보았다. 근무 시작 시간까지는 아직 조금 남았기에, 그는 담배 한 개비를 피우며 빅터를 기다리기로 했다.
알렉스는 저 '교환소'에서 무엇을 교환하는지 전혀 몰랐다. 간판은 자세한 내용을 알려주지 않았다. 물론 직접 들어가서 알아보지 못할 이유는 없었지만, 알렉스는 의도적으로 미루고 있었다. 그의 삶은 너무나도 지루해서, 저 이상한 폐건물이 그를 사로잡았고, 그는 그 즐거움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주머니 속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알렉스는 깜짝 놀라 담배를 떨어뜨렸다. 허둥댔다. 하지만 화면에는 '닉' 대신 '리틀 폭스'라는 글자가 뜨자, 그는 낮은 목소리로 자신을 욕했다.
"왜 그래, 못된 앨리스?"
"알렉스, 아직 출근 안 했지? 통화 가능해?"
"지금은 가능해. 왜?"
앨리스는 수화기 너머로 한숨을 약간 내쉬었다.
"음... 그냥, 우리 졸업 앨범 사진작가 예약했잖아... 근데 그거 할지 말지 물어보길래..."
담배를 떨어뜨린 탓에 알렉스의 기분은 더욱 비참해졌다. 지금 깊이 한 모금 피웠으면 좋았을 텐데.
"얼마래?"
"두 장 반..." 한화 약 3만 5천 원 정도
"젠장..." 그가 겨우 들릴 듯 중얼거렸다.
"뭐라고?"
"하자고, 말이야."
"근데 너무 비싸지 않아?"
"괜찮아, 걱정 마. 오늘 딱 급여 들어왔어. 지금 보내줄게."
"야호! 잘됐다! 고마워!"
"공부나 열심히 해, 농땡이 피우지 말고."
통화를 끊은 알렉스는 깊은 한숨을 쉬며 발아래를 내려다봤다.
신발은 눈 녹은 진창에 푹 박혀 있었고, 머리 위로는 납빛 하늘이 무겁게 드리워져 있었다. 뒤로는 버스 정류장의 콘크리트 벽, 앞으로는 잿빛 폐건물. 그는 마치 출구 없는 감옥에 갇힌 기분이었다. 진짜 봄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만 같은.
오늘 그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기쁨이라곤, 니코틴 몇 모금과 '빅터와 폐건물'이라는 제목의 막장 드라마 뿐이었다. 그리고 알렉스는 다시 그 드라마 속으로 돌아갔다.
건물의 모습과 드나드는 손님들로 보아, 이곳은 아마 고철 수거장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알렉스는 생각했다. 동네 부랑자들이 묘지 울타리를 포함해 온갖 잡동사니를 끌고 오는 그런 곳 말이야. 작년에 엄마 묘지의 울타리를 훔쳐 갔던 그 녀석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알렉스는 사람들이 그곳으로 무언가를 가져가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하다못해 빈 병이 든 망이나 찌그러진 맥주캔 봉투, 신문 뭉치 같은 것이라도 말이다.
어쩌면 소액 대출을 해주는 곳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그런 곳도 아무에게나 대출을 해주지는 않는다. 알렉스는 직접 겪어봐서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사는 마을은 작아서, 누구에게서 돈을 받아낼 수 있고 누구에게서 정신적인 고통만 얻을 수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지 않았다. 빅터는 확실히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마침내 주황색 문이 두 번째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삐걱거렸고, 손님을 밖으로 내보냈다.
알렉스는 눈을 크게 뜨고 그를 응시했다. 이제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마치 이 '화덕'에서 다시 구워져 나온 것 같았다. 안으로 들어갈 때는 겨우 몸을 지탱하며 비틀거리고, 몸은 부어 있었고, 눈은 공허하고 흐릿했지만, 나올 때는 상쾌하고 활기차며 눈은 또렷하고 등은 꼿꼿했다. 심지어 걸음걸이마저 달라져 있었다.
"거기서 해장술이라도 마셨나?" 알렉스는 추측했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빅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미치도록 궁금해졌다. 그리고 빅터뿐만이 아니었다. 그곳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변해 있었고, 행복해 보였다. 마치 끔찍한 숙취 후에 독한 술을 한 잔 들이켠 것 같거나, 아니면 훨씬 더 강력한 무언가를 삼킨 것 같았다.
그리고 알렉스는 갑자기 그 행복을 격렬하게 갈망했다.
단 한 방울이라도 그 행복을 얻고 싶었다. 잠시나마 근심 없는 미소를 지어보고 싶었다. 마치 어깨에 짊어진 모든 바카라임과 문제들을, 즉 아버지가 남긴 빚, 어머니의 죽음, 끊이지 않는 가난, 그리고 작은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의무를 모두 내려놓은 듯 어깨를 펴고 싶었다.
빅터는 알렉스에게 담배도, 잔돈도 요구하지 않고, 볼일이라도 있는 듯 당당한 걸음으로 멀어져 갔다. 알렉스는 그를 불러 세우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촉박했고, 그 신비는 잠시 더 간직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