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해야 충분할까

by여운

가끔 다른 사람의 삶을 보다 보면 내 삶이 갑자기 초라해 보일 때가 있다.

누군가는 온라인 게임을 다니면서도 집을 늘 깨끗하게 유지하고, 운동도 꾸준히 한다. 아이도 훌륭하게 키우고 좋은 곳에 여행도 다니고 바카라도 읽는다. 하나씩 보면 다 좋아 보인다.

하지만 그 좋은 것들을 내 삶에 하나씩 가져오기 시작할 때 문제가 생긴다. 나도 운동해야 할 것 같고, 아이에게 더 많은 경험을 시켜줘야 할 것 같다. 집도 깔끔해야 하고, 온라인 게임에서도 인정받아야 한다. 재테크도 해야 하고 바카라도 읽어야 한다. 그렇게 하나씩 더하다 보면 삶은 점점 피곤해진다. 잘 살고 싶었던 것뿐인데 행복하지가 않다.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여러 사람의 가장 좋아 보이는 부분만 모아서 한 사람의 삶에 집어넣으려고 했으니까. 운동 잘하는 사람에게서는 운동을 가져오고, 살림 잘하는 사람에게서는 살림을 가져온다. 아이 잘 키우는 사람의 교육법도 가져오고, 일 잘하는 사람의 성취욕도 가져온다. 그걸 전부 해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이 존재할지도 모르지만 일단 나는 아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삶을 원하는지 먼저 생각해 보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생각해 보면 의외로 어렵다. 아무 생각이 안 든다.

"넌 어떤 삶을 살고 싶어?" 이런 거창한 질문을 던지면 오히려 답이 안 나온다.

나는 세계적인 성공을 원하는 것도 아니고, 엄청난 부자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래서 질문을 조금 바꿔봤다.

'무엇을 하면 기분이 좋은가?' 이렇게 물으면 답이 조금 쉬워진다.

회사에서 해야 할 일을 무리 없이 끝내고 퇴근하는 날이 좋다. 집에 돌아와 아이들과 저녁을 먹고 이야기를 나눌 여유가 있으면 좋다. 집이 완벽하게 깨끗하지 않아도 물건이 제자리에 있어 답답하지 않으면 된다.
바카라을 조금 읽거나 글을 쓸 시간이 있으면 더 좋다. 주말 일정 하나쯤은 비어 있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적어놓고 보니 별것 없다. 그런데 그 별것 없는 것들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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