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은 마치 신화 속 존재 같다. 그럼 나는?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워킹맘에 관한 글을 자주 만난다.
복직하면 회사 일만 다시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육아까지 동시에 해야 한다는 이야기,
아이를 재우고 나면 내 시간이 올 것 같지만 결국 같이 잠들어버린다는 이야기.
웃으며 읽다가도 몇 문장 앞에서는 손가락을 멈추게 된다.
워킹맘은 마치 신화 속 존재 같다.
회사에서는 제 몫을 하고, 집에서는 아이의 마음을 읽고, 그 사이에 식사와 빨래와 준비물까지 챙기는 사람. 몸은 하나인데 여러 곳에 있어야 하고,
하루는 똑같이 스물네 시간인데 몇 사람의 하루를 함께 살아야 하는 사람.
그러다가 문득 생각한다.
그런데 나도 워킹맘이네.
나는 그렇게 대단한 존재가 아닌데.
회사에서는 더 좋은 문장과 기획을 고민하고,
집에 돌아오면 포포가 오늘 어떤 표정으로 하루를 보냈을지 궁금해진다.
요즘 부쩍 탈것을 좋아하는 아이를 보며 기차와 굴착기 그림을 찾아 프린트한다. 아이가 좋아할 모습을 상상하면 나도 신이 난다. 그렇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은 마음은 자꾸 생기는데, 그 마음을 따라갈 시간과 체력은 늘 조금씩 모자란다.
일도 잘하고 싶고, 아이와도 충분히 놀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글도 쓰고 싶고,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다.
하나같이 내 마음인데 하루 안에 모두 담으려니, 저녁이면 꼭 무언가를 빠뜨린 기분이 든다.
회사에서 마음에 걸렸던 일이 집까지 따라오는 날이 있고,
아이에게 조금 더 다정하게 말할 걸 했던 순간이 다음 날 출근길까지 남는 날도 있다.
몸은 다음 장소로 이동했는데 마음 한쪽은 아직 그곳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였나 보다.
인스타그램에서 본 글 가운데 아이의 어린 시절만큼 엄마의 지금도 소중하다는 말이 오래 남았다.
포포의 지금이 다시 오지 않는다는 건 자주 생각했다.
작은 손, 서툰 말, 나를 발견하면 환해지는 얼굴. 놓치고 싶지 않아서 사진을 찍고, 기록을 남기고, 하나라도 더 함께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 시간을 살아가는 나의 지금도 한 번뿐이라는 사실은 쉽게 잊었다.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나도 모든 것이 처음인데.
어떤 날은 제법 해낸 것 같다가도 다음 날이면 다시 허둥대는 나에게,
나는 너무 자주 능숙함을 요구했던 것 같다.
혼자 다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도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다.
월요일 하원을 맡아주시는 엄마의 도움을 받을 예정이고,
포포와의 시간을 위해 기꺼이 4교대 업무를 자처한 남편과 일정을 맞추고, 어떤 일은 다음으로 미루면서.
누군가의 손을 빌리고 나면 그제야 아이의 이야기를 여유 있게 들을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이렇게 적고 보니 나의 하루는 신화와는 거리가 멀다.
놓치는 것도 있고, 도움받는 것도 많고, 9시에 꿈나로 가기도 한다.
그 와중에 회사에서 일이 잘 풀리면 기쁘고, 포포가 내가 준비한 그림을 좋아하면 또 뿌듯하다.
힘들다는 말과 좋다는 말이 같은 하루 안에 있다.
아마 앞으로도 나는 일과 육아 사이에서 자주 허둥댈 것이다.
다만 하루를 마칠 때 못 한 일만 세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 마무리한 일 하나, 아이와 함께 웃었던 순간 하나,
피곤해서 일찍 눕기로 한 선택도 내 하루에 같이 적어두고 싶다.
포포의 가방을 챙긴 뒤에는 내일의 나도 조금 챙겨야겠다.
읽고 싶었던 바카라을 몇 쪽 읽거나, 따뜻한 물을 마시거나, 아니다! 그냥 잠을 더 자거나!
내일 아침이면 또 “회사 다녀올게” 하고 아이를 안아줄 것이다.
그 짧은 포옹 안에서 나도 힘을 얻고 있다는 걸,
아 어쩌면 요즘은 조금 알 것 같다.